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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씨 May 01. 2024

18.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2024년 5월 1일 수요일

[몬스테라 지음/ 샘터]



'관재'가 있다. '관가로부터 재앙을 입는다'는 뜻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구속된 사람을 흔히 이르는 말이다. 이때 관은 '벼슬 관'(官)을 쓴다. 여기서 나무(木)를 붙이면 죽어서 들어가는 관(棺)이 된다. 구속과 죽음이 그리 먼 일이 아님을 글자에서부터 알 수 있다. 


구속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사망'과 유사하다. 사람이 사망을 하면 생활반응이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속되어서도 생활반응이 없다. 저 세상에 갈 때처럼 교도소에 들어갈 때도 세상에 처음 올 때의 상태로 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듯 인생에 있어서 죽음과도 같은 상태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변호인이다. 그중에서 피고인이 '어떤 이유'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 나라에서 선정해 주는 변호인이 있는데 이를  국선변호인이라 한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중에서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의 위촉을 받아 소속 법원에서 배당하는 형사사건만을 담당한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사건을 선택할 수 없다. 피해자의 한이 서린 욕설을 들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이라 해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어떤 이유'라 했지만, 우리는 안다. 그 어떤 이유를 차지하는 9할 이상이 '돈'이라는 것을. 

따라서 국선변호인이 상대해야 하는 피고인은 대부분이 사회 소외 계층일 것이다.


개중에는 가정폭력범, 성범죄자 같은 파렴치범이 있는 반면에 형편상 교육을 받지 못해서, 가정이라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없어서, 혹은 그 가정 안에서 대물림되는 가난과 폭력에 의해서, 나아가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 의해서 피고인석에 앉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국선변호인은 '내가 저 사람과 같은 부모를 만나고 그와 같은 인생 역경을 거친다면 내가 저 자리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책을 읽으면서 울고 웃고 했다. 때로는 분노했다.  

보육원 퇴소 연령이 되어 사회로 나와  공사장을 전전하다 몸을 다쳐 일자리마저 잃게 된 a가 잠시 대문 앞에 놓아둔 1만 5천 원치의 책을 폐지로 착각해 리어카에 실으면서 절도죄로 입건되었을 때는 눈물이 났다. 1만 5천 원치의 책 무더기로 징역 1년 6개월을 살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한숨이 났다.  영치금도 없어 관급 물품에만 의지해서 산다고 '법무부의 자식'이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아렸다. 출소가 예정된 그 해 겨울, 돌아갈 집이 없는 그는 어디로 갔을까. 


이 외에도 가난해서, 질병으로, 무지해서 본인이 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한 상태에서 부지불식간에 경찰에 체포되는 그 수많은 사연들, 눈물들, 한숨들... 계속되는 불운과 고통으로 자기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린 인생들, 그 무기력함과 텅 빈 눈들... 사선변호인으로 있을 때에는 볼 수 없는 취약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것들을 국선변호인으로서는 자주 목격한다. 아니 온몸으로 느낀다. 저자는 그때마다 따뜻한 에너지 꼼꼼하게 뿜으며 피고인들을 살뜰하게 챙겼다. 



이렇듯 우리는 한 개인의 잘못으로 구속되는 일에서도 사회 모순과 아픔을 볼 때가 있다.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것, 우리 모두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외로운 존재로서 서로를 연민하는 것, 전쟁터와도 같은 한 세상 살아내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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