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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Mar 06. 2024

퇴직과 가족의 의미

2024년 03월 6일 수요일

회사생활 14년 차에 주재원의 기회가 주어져 영국에서 4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나의 회사생활은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같이 늘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오는 그런 생활이었다.


어쩌다 일찍 귀가해도 업무적 특성상 대부분 밤늦게 또는 새벽까지 전화로 업무를 해야 했었다. 핑계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회사 일이 바쁘다 보니 가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그런 형편이었다. 아이가 셋이 되면서 아내의 원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내를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그런 생활 중에 주재원의 기회가 왔고, 주재원 생활은 우리 가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일단 시차가 없어 야근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외부 약속도 거의 없어 저녁시간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또한 주말과 연휴에도 가족들과 여유롭게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렇게 365일 가족 중심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이 시기가 나와 내 가족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운동이나 산책 등 함께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일상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내와 함께 운동과 산책 등을 꾸준히 하면서 영국에서의 패턴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면서 아이들과의 시간은 줄 수밖에 없었지만, 영국에서 누적된 그 시간들이 아이들과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주재원의 기회가 없었다면 퇴직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주재원 기간 동안 삶을 뒤돌아 볼 기회가 있었고,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울러 가족 간의 사랑과 깊은 신뢰가 쌓였기에 퇴직에 대한 나의 생각을 꺼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퇴직 후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고,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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