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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EUFeeLMYLOVE Jan 25. 2024

성인입니다만, 키가 1.9센티나 컸어요

우리 집에서 내가 키가 제일 작다. 엄마보다 내가 더 작다. 나만 왜 그럴까?


무려 5년 전, 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전자동식 체중계에 키를 재고 난 뒤로는 한 번도 정식으로 재어본 적이 없다. 내 키에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다. 세상에나 아직도 초등학생 때의 그 키라니! 이건 분명 잘못 본 걸 거야.. 다시 올라가 쟀다. 기린처럼 목이라도 있는 힘껏 빼서 잰 결과는 156.9cm. 현실을 부정하며 세 번째 올라갔다. 겨우 나온 157.1cm. 너무도 인상이 깊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키다.


나는 줄곧 성인이 된 후로는 "제 키는 158cm입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내 기억에서 조작된 것이다. 어쩌다 운이 좋게 157.?로 나왔는데 나는 반올림이 아니라 후하게 올림을 해버렸고, 그래서 나는 키는 158'이나' 되었다. 진짜 정확한 나의 예전 키는 156 후반대가 아닐까 한다.


근데 키가 컸다!


성장판이 진~~즉에 닫혔어도 키는 클 수 있다. 이제는 정말로 158.8cm이다. 최고기록은 158.9까지 나왔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159cm입니다." 하고 다녀도 되는 키다.    :)




필라테스를 꾸준히 다니며 1년 6개월이 되었을 무렵 내 '자세가 달라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걷고 있는데 뭔가가 다른 느낌이다. 어깨도 좀 펴진 것 같고, 더 바른 자세로 내가 걷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바른 자세로 키도 클 수 있을까? 


내가 직접 들었던 필라테스 후기들 중에서 키에 관한 이야기가 꽤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일란성쌍둥이의 키 차이다. 한 아이는 필라테스에 흥미가 생겨 줄곧 했고, 다른 아이는 필라테스를 한 번 해보더니 적성에 맞지 않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장기를 지나고 나서 둘의 키 차이가 무려 10cm가 넘게 났다는 것이다. 나처럼 성인들 중에서도 필라테스하고서 키가 커졌다는 후기들을 종종 온라인에서 흔하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키가 1cm라도 커지고 싶으신 분들께 더 희소식이 있는데, 아래 5가지 중 해당되는 사항이 많을수록 키가 커질 확률이 높을 수 있겠다.


1) 근력이 부족한 사람
2) 자세가 구부정한 사람
3)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4) 무기력한 사람
5) 우울한 사람


1. 근력이 부족한 사람

+ 2. 자세가 구부정한 사람


나는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배우기 전까지 내가 근력이 부족한 타입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그룹 필라테스를 하면서 다른 분들과 비교를 해봐도 근력이 부족해 뒤쳐지는 동작은 없었다. 그런데 그건 나의 근력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 근성 덕분이었다. 다들 나처럼 죽을 둥 살 둥 힘듦을 이겨내면서 하는 줄 알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떤가. 마찬가지로 다들 나와 똑같이 가방 속에 아이패드가 공사장에서 실어 나르는 돌덩이 같겠지 했다. 아이패드가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딱 아이패드만 한 무게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아이패드가 휴대폰과 같은 무게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개인마다 타고 태어난 체질이 다르듯이 근육의 질도 다르고 살성도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텐텐한 텐션감이 느껴지는 살성인 반면 나는 말랑말랑한 살성이다. 전자는 근육이 잘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그에 반해 유연성은 떨어질 확률이 높겠다. 한마디로 타고 태어난 근수저다. 나 같은 후자는 근육이 빨리 잘 만들어질 확률은 낮다고 할 수 있으며, 유연성은 좋을 수 있다. 그래도 뭐든 다 장단점은 있다. 무조건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게 그렇다는 것이니 참고 정도만 하면 좋겠다.


나 같은 타입이라면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잘 풀어진다. 그러므로 패스츄리처럼 한 겹 한 겹 작지만 소중한 근육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열심히 필라테스든 뭐든 운동이라는 걸 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어 도중에 그만둘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이렇게 근력이 부족하면 척추를 세우고 중력에 대항하는 근력도 약할 수 있다. 마치 아래 그림 A처럼.


길이 차이 보세요


근력이 아닌 근성으로 살아왔던 나는 A와 똑같은 상태였다. 척추를 세워주는 속근육도 약한 상태이다. 전체적으로 근력이 부족하니 자세를 유지하는 근력도 부족해 코어에 힘이 없다. 어디든 힘을 쓰긴 써야 하니 애꿎은 허리가 과도한 압박을 받게 된다. 더 시간이 지나면 허리도 구부정해지고 어깨도 말리게 된다. 중력에 대응하는 크기를 줄여야 하므로 나의 몸은 자연스럽게 가장 작은 자세를 만들게 된다.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들은 아래에 나와있지만 더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자세유지근

Masticatories, Suboccipital, SCM, Upper trapezius, Pectoralis, Erector spinae, Quadratus Iumborum, Psoas, Rectus femoris, Hamstrings, Hip adductors, TFL, Triceps surae, Oblique abdomainals, Latissimus dorsi, Adductor longus, Adductor maguns, Iliopsoas, Deltoid, Wrist flexor, Piriformis...


필라테스는 숨어있는 키를 찾아 줄 수밖에 없는 운동이다. 필라테스를 하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목이 더 길어져요, 척추를 더 길게."라는 말이다. 이를 신연이라 한다.


신연이란 능동적인 견인(Traction) 상태로 중력에 대항해서 관절의 가동성 및 안정성이 최대인 상태를 말한다. 필라테스를 하면 자연스럽게 신연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뭐든 다 길어진 상태를 만든다. 팔과 팔이 더 멀어지게, 골반에서 발끝 더 길게.. 의식적으로 자꾸 신연한 상태에서 바른 자세를 만든다.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른 자세는 힘이 더 든다. 그러니 자연스레 근육의 힘이 키워지고 관절의 압박은 줄일 수 있다. 33개의 척추뼈가 힘없이 축 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대항하는 근력이 튼튼하게 받쳐주니 숨은 키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특히 어르신들은 근력이 부족함에 따라 중력을 대항하는 힘도 떨어져 오다리로 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균형이 잘 잡힌 근력은 체형도, 키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3.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나는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다. 어렸을 때부터 외부 활동을 하고 따뜻한 실내에 돌아와도 빨리 체온이 돌아오지 않았다. 추우면 자연스럽게 자세를 더 웅크리게 된다. 그래서 특히 겨울철에 앞가슴 또는 어깨 주변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즉, 자세는 체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평생을 나도 모르게 웅크려서 생활을 했던 적이 많았던 것이다. 웅크리면 자연스럽게 근력의 개입이 줄어든다. 꼿꼿이 서있는 것보다 웅크리는 게 덜 힘들지 않나. 나도 모르게 웅크리고 다녔던 그 자세를 바르게 고치면 숨어있던 키가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4~5. 무기력하고 우울한 사람


무기력하고 우울할수록 자세가 무너진다. 감정이 주눅이 들거나 평소 자신감이 없는 분들은 자세가 작게 오그라들어 있다. 무기력한 사람의 뒷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면 한 없이 처진 어깨, 구부정한 허리가 떠오른다. 누가 봐도 중력에 대항하는 근력들이 축 쳐진 상태다. 감정도 자세도 습관이다.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취한 자세가 근육과 정렬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자세 올바르지 못하다면 근육에 불균형을 가지고 오고 관절의 퇴행 또한 가지고 올 수 있다. 관절의 안정성이 약해지고 고유수용성 감각의 변화까지 온다. 이렇게 계속 돌고 도는 악순환인 것이다. 반면에 필라테스로 인해 올바른 자세를 계속해서 학습한다면 몸통에 대한 인지력이 증가하면서 어깨 목의 불필요한 긴장도가 내려간다. 자연스럽게 자세가 발라진다. 또한 자세가 바른 상태에서 근육 운동이 들어가야 근육의 피드백이 잘 들어온다. 초반에 필라테스가 더 쉬운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으리라.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바른 자세를 잡다 보니 같은 동작인데도 자극이 더 크게 올 수 있다.


정리하자면, 필라테스로 단지 키만 커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숨어있었던 키와 함께 근육의 균형, 관절의 안정성, 고유수용성 감각이 더 발달하게 된다. 키가 커진 것은 저절로 따라온다.


어떤 기술을 몸으로 습득하든 정신적으로 습득하든 뇌를 변화시키려면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1)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것, 2) 직접 지도를 받는 것, 3) 주의를 기울이는 것, 4) 반복하는 것이다. 학습은 시냅스 연결을 만든다. 지도는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몸을 훈련시키는데 이때 그 새로운 경험이 뇌를 더욱 강화시킨다. 이와 더불어 주의를 기울이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반복하면 뇌는 변화한다.


필라테스를 즐기는 뇌를 만들면 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소한 6개월은 반복해 보는 게 좋겠다. 6개월 이상 자세를 유지를 하면 나의 세포들이 이제 ’이게 올바른 나의 자세구나‘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숨은 키, 바른 자세, 강한 근력은 모두 내 손이 닿는 곳에 있다.




다음에는 160cm까지 커져서 올게요! :)








Pil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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