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본색단상 12화

쪽보다 더 푸른 청출어람

피카소의 청색시대로부터 감동의 통합으로...

by 칠렐레팔렐레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으레 하는 질문 중에는 하늘이나 지구와 바다가 왜 파란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이들이 파란색이어서 인지, 수많은 색 중에서도 인류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색을 꼽으라면 빨강과 함께 파랑이 꼽힐 것이다. Blue는 중세시대 이후 인류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고 사용되어 왔다. 그렇다 보니 다른 색에 비해 유별나게 많은 색 이름을 갖고 있다. 스카이블루, 마린블루, 라이트블루, 터키블루, 세루리안블루, 네이비블루, 코발트블루, 프루시안 블루, 인디고 블루 등... 외에도 관용적으로 사용된 명칭까지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하늘이나 바다가 파란 이유는 단파장인 색의 산란현상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장마철 비가 개인뒤 대기 중의 물방울 입자에 빛이 굴절되어 장파장인 빨강으로부터 굴절이 많이 되는 단파장의 보라색까지 나타나는 무지개가 있다. 파란색은 굴절각이 커서 맨 아래에 나타나는 것이며, 굴절각이 크기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산란현상이 다른 색에 비하여 강하여 맨 아래에 있다. 물론 그보다 아래에는 보라가 있지만, 보라색은 색이 너무 약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빨간색과 같은 장파장의 빛들은 대기 중의 분자(질소, 산소 등)들에 대해 산란이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지구대기를 잘 통과하게 되어 저녁놀이 불게 보이는 것이다. 장파장에 비해 단파장인 파랑은 인간을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지나치게 될 때 부정적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금세기 최고의 화가로 알려진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을 태워 몸을 녹여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궁핍했던 시절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거지와 부랑자들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에 피카소는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하자 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혔으며, 이런 감정이 그대로 작품에 Blue로 투영되어 우울한 기분을 표현하게 되었고 이 시기를 '청색시대(1901~4)'라고 한다.


Blue의 이미지가 규범적이거나 획일화되어 지나치게 침착하다는 것 때문에 융통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파랑을 색 체계의 마이너스 축에 속하는 수동적인 색으로 규정하였고, 저명한 색채심리학자 파버비렌은 '파랑이 유입되면 시간은 과소평가되고 무게는 보다 더 가볍게 느껴진다.'며 관조적인 색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파랑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긍정적인 연상 이미지는 통합이다. 2002 월드컵과 같은 열정과 정열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 빨강 만은 아니다.


남북이 단일팀으로 처음 시드니올림픽에서 파랑의 한반도기를 앞세워 입장을 할 때는 전 국민이 하나 되는 통합의 감동을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유럽에서는 참여국 수의 파란 별을 상징으로 한 유럽연합의 깃발 아래 정치와 경제의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1993년 11월 유럽연합(EU)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1945년 10월 전쟁을 방지하고 세계평화와 정치,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의 국제 협력을 위한 국제연합(UN)을 발족했는데, 이 역시 자유와 통합의 의미를 부여한 파랑깃발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면, 당색도 쉽게 바꾸고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색깔론이 거론된다. 교육, 산업 및 문화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상당한 선진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정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만 되면 온갖 비리가 수면 위에 떠오르며 나라 전체가 정신없이 혼란하여 진실과 허구가 헛갈릴 지경이다. 부디 정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책을 위한 공약을 실현하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파랑의 대표적인 식물염료인 인디고(쪽)의 즙(汁)은 치통의 진통제로 쓰이며, 열매는 독충에 물렸을 때 해독제로 쓰이기도 한다. 부디 아픈 이(齒)의 진통과 해독의 푸른 쪽이 되어 미래지향의 통합이미지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자유와 방종을 혼동하는 사회 곳곳의 독을 제거해 줄 수 있는 쪽보다 더 푸른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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