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데, 독특하기까지 해서 가끔씩 4차원이란 말을 듣기도 하는 보라의 특징은 실제로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나 알 수 없는 아득한 미래에 대한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3차원의 공간에 갇혀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보라에게는 우리와 다른 고차원의 세상이 있다.
그래서 매슬로우는 욕구단계 최상위에 자아실현의 파랑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가시 스펙트럼의 최상위에는 파랑이 아니라 보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파랑이 실현 가능한 자아실현이라면, 보라는 이보다 더 상위에 있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니 항상 초조불안하며, 우울하여 의욕이 없지만, 날씨가 흐려 저기압이 되는 날에 이 엉뚱 발랄한 녀석은 더 이상 은둔형이 아니라 창조적인 행동 본능을 드러내기도 한다.
에너지가 워낙 약해 무지개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은둔형이지만, 주위환경에 민감한 색채 본능을 가지고 있어 한번 세상에 드러나면 동네방네를 온통 휘 젖고 다녀 감당하기가 어려운 4차원의 색채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물리적인 색료의 혼합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한번 잘 못 배합된 보라색을 회석시키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색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라 색료는 정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희미한 에너지로 가시광선 밖의 4차원적인 컬러지만, 강력한 살균력이 있어 꼭 에너지가 약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에너지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녀석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적 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색료를 구하기도 힘들어 중세에는 고귀한 색으로 여겨져 귀족이나 왕족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컬러이기도 했다. 당시 달팽이 2만 마리에서 얻어질 수 있는 보라색의 안료로 겨우 손수건 한 장 정도를 염색할 수 있었다니 귀하게 여겨질 만했다.
서양에서는 하늘과 대지의 중간에 있는 신의 후보생(Violet)에 대해 지상세계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의미로 숫자 '7'의 중간에 가로의 선을 그어 사용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가톨릭에서는 사제를 하늘과 땅 사이의 중재자로 여겨 오늘날에도 보라색 사제복을 입고 있다. 실 생활에서도 법(法)을 상징하기 때문에 법관들의 의복에 활용하고 있으며, 색채의 학문적 의미에서도 법학의 상징으로 보라가 사용되고 있다.
2007년 맨해튼의 하수도 맨홀 뚜껑 아래 지하세계에서 비밀스럽게 고도의 전투훈련을 받으며 살고 있던 네 마리의 슈퍼히어로 '닌자거북이'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중세 르네상스시대 사회문화와 예술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한 4대 거장의 이름을 딴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라파엘이다. 이 4마리의 닌자거북들에게서는 확실한 본색본능이 드러난다.
팀의 리더인 레오나르도는 팀의 리더답게 파랑 머리띠의 파랑본색이며, 게으름으로 싸움에도 가장 늦게 참여하지만, 감성과 특유의 유머가 있는 미켈란젤로는 노랑 띠를, 근육질 쌈짱 라파엘은 역시나 직관과 본능의 빨강 머리띠를 두른 빨강본색이다. 그리고 두뇌가 명석하며, 장봉을 주특기로 하는 팀의 브레인인 도나텔로는 보라색 머리띠의 보라본색이다.
그래서 보라본색은 머리가 좋지만, 때로는 4차원에 갇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3차원의 세상에 잘 동화되지 못하고, 파랑본색보다 심한 자아를 넘어 자기도취에 빠짐으로써 스스로를 자기 울타리에 가두는 은둔형의 천재가 많다. 그나마 3차원의 세상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노랑이 보색이지만 본색 궁합이 조금은 맞아 숨통이 트이는 사이이기는 하다. 본능적으로 색 중의 왕을 빨강으로 여기지만, 정신적으로는 최상위의 영적 세계를 지배하는 보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