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다양한 안료와 염료로 오방색이라는 화려한 색채를 활용하여 관직이나 방위를 나타내는가 하면 화려한 색채의 전통 음식문화나 단청과 조각보 등 각양각색의 다양한 색채를 일상에 활용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하면 가장 먼저 백색이 떠오를 만큼 우리 민족은 백색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아픔을 지녔다.
70년대를 전후하여 남북 대결이 극에 달해 암울했던 시기에는 빨강을 금기시한 적도 있다. 당시 예술적 표현은 물론 누구 하나 나서 감히 빨강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것은 빨갱이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전국을 빨강으로 물들이며 대한민국을 감동의 물결로 이끌었던 월드컵 이후 빨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동적 컬러가 되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를 보면 한국 하면 빨강이 떠오른다고 답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빨강이나 노랑 등 컬러는 당연히 가시적이지만, 이 색깔을 Color의 의미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시각적 자극에 의해 나타나는 Color가 아니라 성격을 나타내는 '색'과 모양을 의미하는 '깔'이 되어 사회를 형성하는 역사나 사회, 문화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인간의 감성으로 표출되는 내재된 기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깔은 종종 정치적인 이념과 사상으로 상징되어 논쟁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해석해 보면 과거 한국인의 색깔은 백색이 아닌 노랑이었다. 노랑은 '은근과 끈기' 그리고 '유희와 해학'이 있는 창조의 색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여유와 풍자가 있는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빨강으로 바뀌었다. 빨강은 직진하는 열정의 색으로 예절과 현실을 중시하는 저돌적으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는 본능이 있다.
지난 세월 우리는 수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계획의 성공적 수행으로 한때 연평균 7.1%의 고도성장을 이룬 바 있다. 2003년부터는 경제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그 지위가 바뀌는 국가위상을 이루었다. 이것은 생존의 컬러로 빨리빨리를 기치로 한 빨강이어야만 가능한 일들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산업화는 한계에 부딪쳤고, 우리 민족은 이를 슬기롭게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IT와 정보의 혁명으로 극복하였다. 파랑이 가지고 있는 미래지향의 4차 산업분야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들을 보면, 우리 민족은 빨강과 파랑으로의 변이로만 만족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적인 대인관계와 창조적 사고를 중시하는 가슴 따뜻한 노랑의 한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K-Culture는 POP의 한계를 뛰어넘어 음식과 관광, 체험과 역사,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가치를 어우르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그러했듯 노랑기질의 K-Culture와 함께 빨강의 열정, 파랑의 지혜로 완성된 트라이포드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