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본색단상 03화

나는 빨강이다.

포커페이스

by 칠렐레팔렐레

본색이란 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원래의 타고난 기질의 색을 말하는데 이놈은 아주 고약한 놈이라서 죽을 때까지 절대로 변하지 않으며 버릴 수도 없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하지 않았던가.


나는 화를 잘 참는 편이지만 한번 본색을 드러내면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전형적 빨강의 본색을 가지고 있어 가까이서 경험하지 못한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나를 잘 상상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내가 본색을 잘 드러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색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목구멍이 포도청인 전쟁 같은 사회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본색이란 놈은 내가 죽어 흙으로 되돌아가 무채의 백골이 될 때 비로소 사라지기 때문에 색이 없다는 것은 죽은 것과 매 한 가지이니 색깔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자 삶이며 본성이자 개성이 되는 것이다.


사회는 다양한 개성의 스펙트럼을 구성할 때 건강해진다. 삼인삼색, 십인십색 모이면 모이는 대로 다양한 각양각색의 개성이 창조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삶은 본색을 배색하는 색채의 조화론이 필요한 것이다.


각양각색의 본색으로 무질서 한 사회는 지나치게 양극화되거나 편향된 혼란에 빠져 심각한 대립을 야기하게 때문에 조화의 배색이 필요하다. 잘 된 배색은 창조의 하모니를 부조화의 배색은 분열을 일으킨다.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본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생활환경 곳곳에서 원색은 원시 밀림으로 떠밀려나고 저채도의 모던컬러가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때론 생기 없는 매너리즘에 빠져 들기도 한다.


다이내믹한 배색조화의 환경은 창조적 사고를 불러오는데, 그 첫 번째는 질서의 원리로 다양한 개성이 유지된 본색조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본색도 일정 테두리 안에서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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