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본색단상 04화

색 중의 왕 Red

삶, 불, 피, 정열, 분노, 본능

by 칠렐레팔렐레

'지하감옥의 감방을 온통 빨간색으로 칠하고 죄수를 가둬두면 죄수가 미쳐 버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색채심리학자 '파버 비렌'은 이를 증명하고자 자신의 방에 빨강벽, 커튼, 조명까지 빨강으로 바꾸고 몇 주 동안 방 안에 머물렀지만, 미치광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온하고 안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너무나 직관적이어서 종종 오해를 받는 사례이다.


이 녀석은 인류의 역사와 절대적 상관관계를 가진 색으로 특별한 의미와 마력(魔力)을 지닌 색이었다. 동서를 막론라고 토속신앙의 주술 및 치료의 색료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일까 '괴테'는 빨간색을 색 중의 왕이라고 불렀으며,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는 이 녀석에 대한 애착이 유별났다고 알려져 있다.


빨강의 안료는 예부터 다른 색에 비해 쉽게 구할 수 있어 전통적으로 생활의 주변에서 많이 활용해 왔다. 불과 피, 태양이 연상되어 '신'과 '악'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요한계시록에서는 육감적이고 성적인 열정의 핏빛, 특히 마귀 들린 색으로 취급하고 있다. 공격과 파괴, 죽음과 혁명이 상징되는 녀석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반응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을 빨강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적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생명의 컬러로 다이내믹 이미지의 대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도 심리, 의학, 색채학자들은 빨강을 젊음과 정열, 힘과 역동, 분노와 반항을 의미하는 이중적 연상이미지를 지닌 색으로 보고 있다.


이 녀석은 스펙트럼을 통해서도 굴절이 가장 덜 되는 장파장으로 직선이다 보니 왜곡이 덜 되는 직관의 컬러이다. 그래서 한국산업규격(KS A 3501)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금지나 정지, 위험이나 소화설비 등에 빨강을 쓰고 있다. 그만큼 본능과 직관으로 위험을 인지하기에 가장 가장 좋은 색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색 특징으로 삼원색을 기준으로 보면, 빨강 기질의 사람들은 배짱과 열정이 있지만,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다른 색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준다. 노랑은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곱지만, 지나친 관심이 다른 색들은 불편하게 할 수 있으며, 파랑은 매사 분명하지만, 인간미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자기만의 색깔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감추어질 뿐이다. 이와 같은 본색 기질은 세상의 삼라만상도 마찬가지어서 자기만의 개성이자, 특질인 것이다. 하지만,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같이 삼라만상은 배척 없이 어우러질 때 조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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