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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Oct 21. 2023

#19 '우울증 치료 일지' 18회차.

18회차. 애정결핍? 분리불안?

매일 마트나 편의점에 간다.

비가 와도 나가고, 살 물건이 없어도 나간다.

그리 멀지도 않은 길이지만 왔다 갔다 왕복으로 

걷다 집에 돌아오면 땀도 조금 나면서 마음도 한결 낫다.

편의점에서 하는 1+1 행사를 득템 하기도 하고,

마트에서는 즉석식품 저녁 세일을 득템 할 수도 있다.

모자랑 마스크는 필수지만,

밖에 나가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정말 다행이다.


나는 이렇듯 뭘 하려고 할 때마다 긴장이 되고 부담스럽다.

엄청 작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도전처럼 느껴져서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어렵다.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는 것도 큰 과제처럼 다가온다.

이 영상을 누르면 7분인데, 8분인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썸네일과 제목만 보고 계속 넘기기만 할 뿐 

정작 영상을 틀어 내용을 확인하는 일은 없어 정말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재미있고 가벼운 영상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 쉽게 눌러보지 못한다.

봤던 기사를 또 보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쏟아지는 영상들 속에서 방황하면서 

정작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제대로 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이득일 텐데

그런 생각이 전환되지 않는 점이 여전히 아쉽다.


세상 모든 것이 불안하고 걱정인 나는 최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찾아냈다. 

그건 바로 '엄마랑 팔짱 끼기'인데 내가 생각해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 방법 말고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특효약이 없어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처음엔 엄마한테 몸을 기대는 것으로 시작했다.

스킨십이 많은 가족이 아니라 여기까지는 그래도 넘어갈 수 있었는데

나는 점점 엄마랑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점점 부담스러워했다.

엄마는 팔에 털이 하나도 없는 밀가루 반죽 같은 보들보들한 살을 가지고 있다.

꼭 신생아 팔 같다고나 할까. 정말 말랑거리는 하얀 피부의 팔인데

그렇게 엄마 팔을 주무르고 있거나 팔짱을 끼고 있으면 어쩐지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의 시작이다. 엄마와의 잘못된 교감이 나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걸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생각이 달랐다.

다 큰 성인이 갑자기 아기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모습에 엄마는 놀라고 걱정된

마음에 며칠간 잠을 못 주무셨다고 한다.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부족함 없이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애정결핍이 생긴 건가 엄마의 걱정을 날로 커져 갔지만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탓에 엄마도 말없이 팔을 내어주곤 하셨다.

나도 눈치 하나는 빠른 편이라 엄마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고 난 후부터는

엄마를 지나쳐 아빠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아빠 머리를 만지고 아빠 옆에서 팔을 만지작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아빠는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그건 정말 크게 놀라서 그런 것이었고,

나한테는 내색하지 않다가 엄마한테 애가 이상하다고 걱정스러운 말을 꺼냈다고 한다.

엄마 아빠와 팔짱을 끼고 TV를 보거나, 때때로 포옹을 하는 행동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그렇게 친근하게 지내는 가족들도 있지 않을까?

나는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 평생 엄마 아빠랑 가깝게 포근하게 지내고 싶었다.

엄마 아빠는 정말 내 행동이 싫은 걸까?


-> 동글 씨 나이 또래에 사람이 엄마 아빠한테 막 스킨십을 하고 이러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죠.

->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다 큰 성인이 엄마 아빠한테 스킨십을 한다.

-> 부모님 입장에서는 조금 걱정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죠.

->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그러면 적절한 행동이긴 하거든요.

-> 근데 같은 행동인데도 연령대에 따라서 뭔가 부적절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 그것을 본인이 느낄 수 있어야 해요.

-> 내가 이렇게 하면 지금 좀 안 맞는구나.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야 해요.

- 저는 이 방법이 좋은데 속상하네요... 잘 때 인형을 끼고 자는 건 괜찮아요?

-> 인형은 괜찮아요. 타인의 살과는 많이 다르죠. 잘 때 촉감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거든요.

-> 인형, 베개, 이불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 그럼 저는 엄마 아빠에게서 결국 분리를 해야겠죠?

-> 그렇죠. 성인이니까요. 평생 엄마 아빠하고 살 수 있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 어린이들, 유치원생들 보면 엄마가 출근하고 올게 하면 막 울잖아요.

-> 사실 엄마는 출근해도 저기에 있거든요. 그렇죠?

-> 내 눈에만 잠깐 안 보이는 거지.

-> 동글씨는 지금 그게 잘 안되나 봐요.

-> 엄마 아빠는 지금 당장 내 옆에 있고 반드시 내가 만져야지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 늘 내 마음속에 딱 이렇게 있는 느낌 그러고 보고 싶으면 내가 가서 만나 볼 수 있는 사람

-> 그리고 나는 독립해 나가서 나 혼자의 삶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 너무 1차원적으로 엄마를 만지고 있으면 엄마가 내 옆에 있다.

-> 꼭 엄마를 만지지 않으면 엄마가 내 옆에 없는 느낌

-> 이건 마음의 성숙이 조금 더 필요한 일이 되겠네요.

->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내가 마음을 어떻게 다 잡아야 될지가 숙제일 것 같아요.

-> 분리불안은 2-3세에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지금 이런 분리불안은 곤란하죠.

-> 마음을 달래 보려고 노력해 봅시다. 약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고 있으니까

-> 의식적으로 나도 완전한 성인이다! 불안해하지 말자! 생각해 봐요.


병원에 가서 그 정도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다.

엄마 아빠랑 팔짱 끼는 정도야. 무슨 큰일이겠냐고 생각했다.

이상한 집착이라는 생각과 찝찝함은 있었지만

분리불안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너무한 결과인 것 같다.

유아퇴행적 행동을 의식적으로 금지해야겠다.

나는 어엿한 성인인데 그럼 안 되는 거지.

슬프지만 행동을 고쳐보도록 노력하려 한다.

나는 이제 정말 어른이니까.


18회차. 애정결핍? 분리불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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