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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댄스

리듬에 맞춰 몸 움직이기

by 박규리

라인댄스를 만난 나의 몸 이야기

재경 동창회에서 라인댄스 공연을 마친 친구에게 물었다.
“너에게 라인댄스는 뭐야?”

즐거움, 삶의 활력소, 스트레스의 돌파구… 친구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그중 한 친구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글로 못 써! 왜냐고? 엉덩이로 쓰는 거라서…”

그 말처럼, 라인댄스는 글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춤이다. 나 역시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움직이며 배워왔기 때문이다.


몸을 향한 오래된 갈망

나는 원래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마음은 종종 억눌리곤 했지만, 몸은 언제나 자유를 원했다.
그래서인지 몸에 대한 탐색과 추구는 오래전부터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15년 전이다. 퇴근 후 아파트 단지 지하에서 하는 기체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인연으로 화타의 오금희를 배우기 시작했고, 몇 년 동안 꾸준히 수련해 초·중급 지도자 자격까지 땄다. 화타의 오금희는 중국 후한 시대의 명의 화타가 만든 건강 기공체조로, 다섯 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해 기혈 순환, 근육-관절 강화, 마음 안정을 돕는 수련법이다. 우리 집은 겨울에는 아주 추웠다. 웃풍이 심한 차가운 이른 새벽은 움직이기 싫었다. 그러나 오금희를 하고 나면 온몸이 따뜻해지고 비로소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움직일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선생님이 다른 데로 이사 가고, 자연스레 운동이 멈추었다.


그러던 중 ‘워커홀릭’의 시기가 왔다. 운동은 줄었고, 스트레스는 쌓였고, 몸은 무거워졌다. 그때 후배의 추천으로 단무도를 시작했는데, 5년을 꾸준히 수련하다 보니 국학기공 대회까지 나가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하늘을 찌를 듯 활기찼다. 몸은 가벼웠고, 표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관심사가 나를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교사라는 생업과 밀착된 회복적 생활교육 커뮤니티 활동이다. 낮에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퇴근 후에는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회복적 대화모임에 가서 서클을 배웠다. 회복적 학급 운영의 철학을 내몸에 체화했다. 저녁은 김밥 한 줄로 떼우고 공부가 끝나면 9시다. 서둘러 돌아오지만 집에 오면 11시다.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몸은 다시 뒤로 밀렸다.


결국, 정년 3년을 앞두고 빈맥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일상이 멈췄고, 퇴원 후에는 정년이 아닌 명퇴를 선택했다. 내 몸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시기였다.


그때 찾아온 라인댄스

건강을 회복할 방법을 찾던 중, 누군가 주민센터의 강좌를 소개해주었다. 그곳에서 라인댄스를 처음 알게 되었고, 나는 한 번에 두 군데를 등록했다. 강사님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주간반·야간반 각각의 매력도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주간반의 김경화 선생님은 가장 먼저 마감되는 선생님이었다. 초보자인 나도 따라올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복습해 주고 스스로가 동작을 다듬을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한다. 그 덕분에 나는 춤을 ‘배운다’는 느낌보다 라인댄스를 하는 것은 내 몸이 ‘열린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춤은 과정이다. 기초를 다지고, 몸이 익숙해지고, 음악과 리듬이 몸속에 스며들 때 비로소 춤은 나를 진정으로 기꺼이 움직인다.


상반기에 배운 곡은 퀸의 Don Angel Rock You. 음악이 시작되면 내 몸은 자연스레 리듬을 찾았고,
라인댄스 특유의 4구간 반복 동작은 어느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김경화라인댄스 동아리반

나의 몸은 지금도 ‘배우는 중’


나는 움직임의 원리를 알고 추는 춤이 아름답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한다.

가슴을 내밀고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발의 순서가 어떤지 손동작은 어떤 원리로 펴고 접어야 하는지.... 무릎의 위치와 골반이 어떻게 회전하며, 어떤 방향으로 에너지를 보내야 자연스러운지 탐구한다.


선생님은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보시는 듯, 몸의 구조와 원리를 짚어주시며 ‘제대로 된 동작'을 알려주신다.

나는 선생님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씩 선생님을 보고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참 좋다.


라인댄스로 배가 부른 하루

하루를 라인댄스로 끝내고 돌아오면 마음이 든든하다. 몸에게 밥을 먹인 느낌이다.
규리야, 오늘도 잘했다’고 내 몸이 속삭인다.

4분기에는 강사활동 때문에 빠진 날이 많아 아쉬웠지만 집에서도 연습할 시간을 다시 만들고 있다

새롭게 찾아온, 나의 몸을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게 하는 라인댄스!
나에게 기쁨이 되고, 활력소가 되고, 삶을 생생하게 만든다.


나를 다시 살게 한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즐거운 리듬에 맞춰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래 돌아왔지만 나는 다시 몸살림이다. 건강이 몸의 움직임과 함께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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