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을 아시나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책은 안 읽어봤어도 어디서 들어본 유명한 문장입니다.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죠.
알쓸신잡에서 소설가 김영하 씨는 무인도에 가게 되면 가져갈 한 권의 책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골랐습니다.
읽을 내용이 많고 각 인물 별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면서요.
저도 최근에 책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안나 카레니나>를 완독 했는데요.
다 합쳐서 1,500 페이지의 긴 내용이었지만 읽기 어려운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인물들의 사랑이야기와 그로 인해 느끼는 그들의 감정을 상세히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신기하게도 톨스토이는 남성 작가인데 여성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성의 심리묘사도 물론 훌륭했고요.
책모임의 여성분들도 톨스토이의 여성 심리묘사가 사실적이라고 느꼈대요.
남성인데도 어떻게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잘 알 수 있을까 신기했다고 합니다.
<안나 카레니나>에는 여러 인물들과 커플들이 나오지만 저는 레빈과 키티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레빈은 <안나 카레니나>의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불릴만한 인물입니다.
여러모로 우여곡절을 겪고 방황을 하면서도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는 성장하는 인물입니다.
레빈이 키티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했을 때, 큰 좌절을 하고 시골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이별의 고통을 극복합니다. 하루종일 풀베기를 하면서 풀을 베는 행위에 집중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가끔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써야 될 때가 있다는 걸.
우울할 때 운동을 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정답인지는 몰라도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게 대단한 거죠.
어떻게 하다 키티와 잘 이어져서 결혼생활을 하는 순간에도 위기는 이어집니다.
형인 니콜라이가 죽어가는 상황에 자신이 형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같이 가겠다는 키티와의 갈등,
다른 남자와 키티가 대화하는 걸 보고 질투를 느끼고 이를 고민하는 레빈,
삶의 의미, 신앙, 죽음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까지, 작품 내내 레빈의 고민은 계속됩니다.
이렇게 보면 레빈의 태도가 답답할 만도 한데요.
다행인 점은 레빈이 키티와 어떻게든 소통을 했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소통을 거부하거나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갈등이 발생해도 계속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키티가 어린 여성임에도 지혜로워 다행인 점도 한몫했죠.
그들 부부를 보면서 현대인의 부부 생활은 어떤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로 손해를 보려 하지 않고,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보다 이혼이 너무 쉬운 시대이지 않나요?
성격, 가치관보다도 안정적인 직업, 경제력이 우선하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떤 사람은 돈이 없어서 문제가 생긴다고도 말을 하는데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돈은 항상 부족하거든요.
내가 얼마를 갖고 있는지 상관없이요.
물론 현대인들의 부부생활을 비판만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제가 결혼했을 때, 과연 레빈처럼 계속 소통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힘들지도 모릅니다.
저도 가끔은 극단적으로 생각할 때가 있어서 침착하게 상처를 봉합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상처를 더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거든요.
레빈과 키티는 결코 극단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위기처럼 보여도 항상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가족이 우선이었던 거죠.
개인이 최우선인 사회에서 가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출 수 있을지.
갈등이 생겨도 떠나지 않고 계속 아내와 머무르고 소통하며 살아나갈 수 있을지.
성공적이고 이상적인 결혼은 레빈과 키티 같은 결혼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