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요.
제 어머니는 전기장판을 좋아합니다.
보일러를 켜 집이 따뜻해도 꼭 전기장판 위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주무시는 걸 좋아해요.
저는 더위를 많이 타서 한 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얇은 이불을 덮는데 말이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요즘도 맨발로 차가운 방바닥을 걸어 다닙니다.
양말 싫은 걸 싫어해서요.
수면양말이나 슬리퍼를 신으면 발이 따뜻하겠지만 답답합니다.
뭔가 발이 숨을 못 쉬는 느낌이란 말이죠.
오늘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황토색의 전기장판을 보았습니다.
흰색이었던 컨트롤러가 빛이 바래 누런색이 되어있고 장판은 오래된 티가 나더군요.
저는 추우면 보일러의 온도를 올리지만 어머니는 장판의 온도를 올리시죠.
집이라는 세계는 나를 위해 전체가 따뜻해져야 하는데 어머니는 자신이 누울 작은 공간의 바닥만 따뜻해지면 그걸로 충분한가 봅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게 그렇지 않나요?
나는 물만 먹어도 자식은 고기를 먹이고 싶은 마음.
집이 가난해도 자식은 가난을 모르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
철없이 흙을 묻히며 놀지언정 빨리 어른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부모님이 제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저에게 많은 진실을 숨기고 키웠던 것처럼요.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른이 된 지금, 아직도 어머니에게 저는 어린아이일 뿐일 테죠.
저의 존재만으로 기쁨을 느끼고 어떤 잘난 사람보다 저를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머니죠.
제가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할 때마다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 한다며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말하시던 어머니입니다.
마음속에는 얼마나 큰 두려움이 숨겨져 있을까요?
자식이 실패로 무릎 꿇고 일어나지 못할까 봐, 돈이 없는 부모를 원망할까 봐,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할 까봐, 얼마나 걱정을 하고 계실까요?
저는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의 마음을 감히 알 수가 없습니다.
여태까지 배워온, 경험한 지식으로 추측할 뿐이죠.
비록 자녀양육의 경험이 없지만 부모의 사랑은 측량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랑의 형태니까요.
단순히 사람을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세상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가 자식인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가끔 자기 자식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지금으로부터 또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부모님이 저를 걱정하게 될까요?
제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의 마음이 편해질까요?
다음엔 효자라는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네요.
불효자라는 제목이 더 적합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