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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글
어떤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좀 괜찮아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만큼의 시간과 상처를 지나왔으면,
조금은 단단해져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여전히 흔들렸다.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누군가의 시선에 작아지고,
내 마음을 내가 다루지 못할 때도 많았다.
‘나는 왜 아직도 이럴까.’
그 말이 습관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도 든다.
덜 피어난 게 아니라,
피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만개한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도 또 시들고, 또 다시 피어나기를 반복하는 건 아닐까.
겉으로 보이는 고요함 뒤엔
그 나름의 파도가 늘 있었을 거다.
나는 아직 덜 자랐다.
때로는 한참을 멈춰서기도 하고,
뒷걸음질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이제는
예전처럼 미워하지 않는다.
완성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성숙이라면,
나는 지금 그 길 위에 있다.
때론 피우기 위해,
비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강풍에 피우기도 전에
모두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은,
물이 없어 묵묵히 비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덜 자란 나를 꾸짖지 않고,
덜 견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게
진짜 나를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행여 시들지라도,
덜 피어났을 뿐
분명 꽃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