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미엘리 Mar 18. 2024

아빠와 병원에서의 하루

(췌장과 장이 연결된 관에 문제가 생겨서 조직검사를 해야 했다.)

현장 중계 에피소드 1.

간호사: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남편분???" 

(내가 마스크를 썼음) ㅠㅠ

    나:  “아니요. 아버지.....”

    간호사: " ......어........오시는 분들 중에 간혹 10살 이상 (ㅠㅠ) 나이 차이가 많으신 부부가 있어서요.                  …………………....-_-;  " 

    언제부터인가 마스크를 끼고 아빠와 다닐 때 아빠와 나는 부부 사이가 된다. 내 흰머리 때문이다. 어떤이는 보기에 나와 동갑 같은데 나보고 “어머님~~~”이라고도 불러서 재미 있기도 하다. 나는 이런일이 다반사라 괜찮은데, 아빠는 모르겠다(좋으려나? 흠….). 

    물어본 이들이 너무 당황해하며 미안해해서 곤란할 뿐이지 혼자이신 아빠의 와이프 노릇도 나름 괜찮다. 우리 아빠를 능력자로 보지 않을까 싶다. ㅋㅋㅋ 그렇지 않다면 내가 정말 슬플 것이다.


현장 중계 에피소드 2.

아빠가 옷을 갈아입고 간이침대에 누웠다. 병원 침대 뒤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빠가 불편해하셨다.

    나: "아빠 뭐 불편해? 베개를 내려? "

    아빠: "고개가 세워져서 목이 접히잖아."

    나: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숨이 안 쉬어져?"

    아빠: 시술하려면 튜브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있으면 목구멍이 접혀서 안 될 거 아니야."

아빠는 내 말에는 안중에 없고 당신 목을 계속 뒤로 젖히려 한다. ㅠㅠ 옆에서 지켜보던 코쟁이 간호사는 아빠가 추워하는 줄 알고 따뜻한 담요를 가져다 아빠 목에 감겨 드린다. 담요로 인해 목을 뒤로 젖히기는 더 힘겨워 졌다. 

    나: "아빠 지금 시술 안 하거든. 그리고 이 침대는 환자 이송용이지 여기서 시술 안 해." 

    (아빠는 그래도 여전히 당신 뜻을 굽히지 않고 고개를 뒤로 젖히신다.)

    나: "아빠, 내 말 들어봐. 아빠가 치과 가면 계속 입 벌리고 있어? 치과의사가 입 벌리라고 할때 벌릴 거 

            아니야? 그렇지?"

    아빠: "........."

아빠는 눈을 감고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듣기 싫은 잔소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기분이 나쁜가 보다... ㅋㅋ


현장 중계 에피소드 3

마취 의사와 보조간호사들의 다짐

    간호사: "틀니 빼셨나요? 이빨이 하나네요. 튼튼하나요? 흔들리나요?"

아빠가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괜찮음을 보여줌... ㅠㅠ, 행동이 애기 같다. 

마취 의사와 간호사가 그 모습을 보고 하나 남은 이빨을 잘 돌보겠다고 서로 다짐을 함.


Ps. 그들이 떠난 후 아빠 말씀이 "조금 약하게 흔들리는데... "

나: "........" ㅠㅠ


아빠가 회복 한 후 퇴원수속을 나를 아빠와 부부로 보던 간호사가 도와 주었다. 고된일에 지치고 커가는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그녀의 한숨섞인 푸념을 한바탕 들어준다. “다 한때 입니다. 하실 수 있을 때 하세요.”라며 전혀 먹힐것 같지 않는 위로의 말을 던지고 아빠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장 중계 에피소드 4

쌀죽보다는 단백질 계란으로 계란찜을 해 드렸다. 전날부터 굶은 터라 첫죽 한 그릇이 허기를 달래지 못했나 보다. 

    나: "빈속이고 속을 건드렸으니 이거 먹고 조금 있다가 조금 더 드시고 주무세요." 

    아빠: "언니가 오면 더 해줄 거야. 걱정하지 마."

    나: "내가 해 줄 게 뭐 더 드시고 싶은데???"

결국 죽을 더 드셨고, 노약하신 몸에 힘에 부치셨는지 새벽에 결국 토를 하셨다. 


이제 병원살이 시작이구나!

작가의 이전글 애장(愛藏), 애증(愛憎) 그리고 애증(啀增)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