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단상 1/4/23 이상/기도
남들에게 떠 맡은 공통 이상 이냐? 아니면 자유롭게 선택한 개인 이상이냐?
일요 단상 1/8/23 두려움이란 왜 생기는 것일까?
변화로 인해 오는 것들에 대한 불안함과 게으름으로 고정된 것에 안주하여 당연히 경험해야 하는 일들을 소홀히 흘리며 오십 평생을 살아왔던 내가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인다. 길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작은 시작은 어설프지만, 실행에 따른 새옹지마의 희로애락의 작은 희열을 시시각각 느낀다.
나는 내 안의 보물을 찾아 도전하는 모험가이고 싶다.
목요 단상 1/20/23 눈으로만 아는 것, 머리로만 아는 것, 마음과 오감으로 아는 것
….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인생을 판단해선 안 된다. 한 계절의 고통으로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 좋나누아, 류시화
재혼하신 형님의 부부 사이가 요즘 삐꺼덕거린다. 초에는 고모부님이 네 가족이 다 내 가족이라며 모든 것을 품을 듯 무리하게 행동하시더니 이제는 우리 가족들 만나는 것을 많이 불편해 하신다. 그러나 형님은 형제들의 관계를 우선으로 하시는 분이시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던 터라 지금에 와서 점점 멀어지는 형님과의 거리의 섭섭한 마음이 고모부님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다른 형제들이 같은 불만으로 곪아 터지려고 하던 찰라 우연찮게 형님 아들이 한마디를 던진다.
“지금 보이는 한쪽으로만 보지 마세요.”
“......”
내가 지금까지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했던 일들이 허당 이었음을 또다시 깨닫는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좋다고 생각한 글들은 종이가 찢어져라 밑줄 그어가며 읽고 또 읽고 했건만 바람을 잔뜩 넣은 고무 풍선 인형처럼 터져라 알고만 있었지 내 것으로 소화를 시키지 못한 것이다.
한심타!
월요 단상 1/9/23
단순함
‘단순한 생활과 음식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게 했다.’ -’좋나누아’ 류시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하는 나는 오늘도 매일 뭔가를 끄적이며 일을 만든다.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듭다시고 아침에 해야 할 스케줄을 줄줄이 적는다. 스트레칭, 10분 눈 운동 독서, 글쓰기, 영어 등등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꾸역꾸역 일어나 실행에 나선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전에는 내가 계획했던 것이 안 되면 엄청 화가 났고 모든 비난이 남편한테로 갔다(항상 근본적인 원인 이다).
어제 자기 전에 읽고 마음에 남았던 '단순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계획 했던 것들을 1/3으로 줄열다. 그래 이걸 지금 안 해도 지구가 무너질 일도 아닌데… 나중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에 나의 감정을 소비하고 남한테 그 탓을 돌리는 어리석은 짓을 했구나 하는 머리에서만 알던 깨달음을 이제사 가슴으로 깨닫는다. "I am so lucky"
우당탕 이 정미 잘하고 있어!
풀리지 않는 숙제(뫼비우스 띠)
'우리는 왜 면화를 재배하고 있으며, 그 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면화제국)
다마르 햄린이란 미식축구 선수가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한 칼럼에서 미식축구를 보는 우리들의 잘못이라 했다.
각각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우리가 멈출 수 있을까? 이 글을 쓴 사람들은 과연 답을 알고 우리에게 제시한 것일까?
수요 단상 1/11/23 @ 애리조나
골프여행
야 피~~~ 애리조나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
여기는 공항!
FAA system error 6시 20분 출발 비행기가 9시 30분으로 바뀌었다. 그 시간에도 출발할 수 있으려나??? 호리병에 물이 차서 넘칠 듯 사람들이 꾸역꾸역 흘러넘친다. 예상대로 라면 3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어렵게 잡은 공항식당에 백인처럼? 앉아 있으려 노력한다.
새옹지마…. ㅋㅋㅋㅋ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기대된다.
후기 - 우리는 새벽 6시 20분 비행기를 10시에 탔지만, 아는 사람은 9시 30분 뱅기가 저녁 4시30분 이란다. 도착 당일 골프도 안 치는데 새벽 시간을 끊었다고 눈치 아닌 눈치를 보던 나는 당당히 외친다. "내가 오후로 끊었으면 우리 오늘 도착도 확실치 않고 내일 골프도 못 쳤어!"
이런 게 새옹지마가 아닐까 한다.
'꼭 근사한것을 해야만 행복한것은 아니다' - 누군가 왈
남이 다들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유행하는 것에 내가 없다는 불안함이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나를 붙잡아 흔들고 있다. 욕심을 내어 잡아보려 아둥바둥 데는 나의 모습은 자기가 만든 거미줄에서 중심을 잃고 바둥거리는 거미 같다. 그 자리에 올라가도 원하는 것을 가져도 또 그 위만 바라볼 텐데… 행복의 기준을 자기 것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따라가는 것이 문제이리라. 끊임없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나의 요즘 과제이다. 이 과제에 대한 해답이 나의 행복의 길 일듯 하다.
과연 나는 답을 찾아 행복한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우당탕 정미! 정말 궁금하다.
나는 주~~~~정미다.
나는 이 정미가 아니라 주 정미다. 미국으로 결혼을 온 증거다. 물론 원하면 나의 성을 포기하지 않고 안 바꿀 수도 있다. 나도 그러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시민권을 따기 전 영주권 시절 당시 남편 일에 서류 일이 많았던지라 나도 싸인을 진짜 진짜 많이 해야 했었다. 그럴 때마다 변호사는 당연히 내 이름을 남편 성으로 만들어 왔고 일일이 연락해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을 너무 많이 겪다 보니 '에라 영어도 짧은데 힘들다' 포기하고 시민권 신청을 Ju가 아닌 Lee로 신청한다.
내 이름을 말할 때는 성과 이름 사이를 길게 띄어서 말 했었다. "주~~~~~정미입니다." 어릴 적부터 이름 때문에 곤혹을 많이 치렀기 때문이다. 주정뱅이, 술주정꾼, 주정하는 게 아름답다. 그래서 너는 술을 잘 먹냐?, 이름이 그런데 왜 술을 잘 못 마시냐? 주자가 술 주 자냐? 늘 이런 식 이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자존감이 낮았던지라 이런 상황들이 사람들과의 만남을 힘들게 했다.
결국 성을 바꿔서 Ju로 살다가 Lee로 살날이 더 많아지는 해가 되었다. 처음 Ju가 아닌 Lee가 찍힌 패스포트를 보고 눈물을 흘림과 동시에 이젠 그런 놀림을 안 받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함께 들었었다. Ju면 어떻고 Lee면 어떠랴! 놀림 받았을 때의 Ju도 나고, 결혼 한 Lee도 변하지 않은 나 자신인 것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정~미 입니다."
정미야 잘했어! (토닥!토닥!)
화요 단상 1/17/23 @ 세도나
내 글의 한계
지난 내 단상을 곱씹어 다시 읽어보면 징징대는 애 같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 결실을 맺어야 할 나이인데 내가 바라는 모습은 하나 없고 쓸데없는 고집과 아집이 보물인 양 두 손에 꼭 쥐고 있다. 지금 나는 이런 불안과 부끄러운 현재 모습에 대해 굳이 설명하고 변명하려 아둥바둥한다.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죽기 전까지 포기지 않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이었으면 한다.
나를 찾는 여정 - 가지치기
나는 지금 왜 이리 바쁘게 무언가를 계획하고 노력하는가? 내가 지금 지극히 원하고 갈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진정 가슴이 원하는 삶의 끊임없는 노력일까? 아니면 내가 원하고 닮고 싶어 하는 다른 이의 삶인가?
내가 몰랐던 앞서간 선구자들의 길을 따라가면 되려나 했지만, 몸에는 좋다고 하나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니 자꾸 체하고 부담감이 앞선다. 이 모든 게 내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내 몸에 덕지덕지 붙은 욕심은 사방으로 뻗쳐서 중심 잡기가 힘들다. 과감하게 가지치기하여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거듭남을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
토요 단상 (1월21일) 이제사 알아지는 것들
요즘 라인댄스, 모델 워킹, 크로쉐 등 이것저것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정작 나의 목표인 골프 칠 시간이 없다. 요즘 학교를 관둔 나의 생활은 굶주린 아이가 허겁지겁 먹어대듯 손이 닿는 데로 마구 입에 집어넣는다. 누구 말대로 지금 난 복 터진 女+ㄴ 이다.
내일은 구정이라 음식 준비를 같이 준비하자는 형님의 전화를 거절하고 모델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 쇼핑몰에 와 있다. (형제들이 분담해서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기에 굳이 같이할 필요가 없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나의 스케줄은 가족의 일에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전에도 누릴 수 있던 것을 우유부단한 내 성격 때문에 거절도 못 하고 피해자로 살았다 생각 했었다. 나에 맞지 않은 의무를 부여했었고 스스로 자유를 규제했었다. 이제사 모든 문제는 내 안에서 나왔음을 알았고, 나를 통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그 답답한 모습들이 보아진다.
새로운 시도는 여전히 나에게 부담이지만 시작의 확신은 전보다 남다르다. 나 스스로의 자존감이 다져졌는지 결정에 대한 흔들림은 적다. 나이를 헛되이 먹지 않았다 생각하니 나 스스로 기특하다.
우당탕 잘 굴러간다.
수요 단상 (1/24/2023) 미국 사슴 안이쁘다.
어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슴을 치었다. ‘치었다’라기 보단 내가 고의든 아니든 일부러 하지 않았고 사슴이 길을 건너려고 무단으로 덤벼들었으니 나는 치인 피해자다. 요즘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도 남의 일이겠거니 했었건만 결국 나에게도 일어났다. 턱! 하며 베개를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주위를 살피다 백미러로 사슴이 먼지털듯 일어나 도망가길래 그저 작은 부딪힘으로 생각하고 집에 와서 확인하니 왼쪽 범퍼가 완전히 박살 나고 번호판도 실종상태다.
아니 그 사슴 괜찮나?
그래도 사고인지라 잠자리도 뒤숭숭하여 잠시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본다. 브래드 피트 영화 벤자민 버튼에서 여자 주인공 데이시가 불의의 사고 후 ‘만약’이라는 후회의 장면이 나온다. 어제 사고 전 길에 좌회전이 우선이고 우회전이 양보인 길에서 좌회전 차가 뒤에 차가 빵빵거림에 불구하고 턴을 몰라서 못하는 건지 알면서 안 하는 건지 신호만 주고 서 있었다. 나는 차 흐름을 생각해서 우회전했다가 얼마 안 가 사고가 난 것이다. 만약 그 차가 신호에 맞게 턴을 했더라면 아니면 내가 그 차가 턴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그 사고는 내가 아니라 그 차였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너무 무섭다) 아니면 내가 다른 차를 양보하는 시차로 사슴이 길을 건넜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자동차 인솔런스 클레임 3번 모두 사슴이다. 어릴 적 동물원에 가서나 볼 수 있던 것을 여기서는 집 주위 사방에 깔려 있다. 처음엔 신기하고 내가 자연 속에 산다고 좋았었는데 많아도 많아도 너무나 많고 도망도 안 가서 어떨 땐 사슴이 달려들면 어쩌나 하는 겁도 난다.
그래서 이래저래 미국 사슴은 안 이쁘다.
토요단상 (1/28/2023) 인생의 숲
여기는 Newark 공항
올랜도로 골프 여행 떠나려 공항에 왔다. 2주 전에 새로 오픈한 청사라 깨끗하고 넓다. 인천공항 만큼 멋지다는 말들을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땟지!!!!
가방을 쳌인하고 게이트로 가려는데 갑자기 Evacuation Warning 사인이 뜨면서 건물 밖으로 나가란다. 어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진짜야??? 지난번엔 공항이 마비되더니만.... 학교에서 훈련 받았을 때는 사인이 울림과 동시에 아이들과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여기 사람들은 시끄럽다 또는 그냥 소음쯤으로 생각하고 각자 일들을 본다.
'어라! 이건 뭐지??'
이러다 진짜면 아비규환이겠구나... ㅠㅠ 안전불감증이 남 얘기가 아니구나.... 워닝 사이렌은 3분 정도 홀로 소리치다 아무런 해명 없이 사라지고 우리도 아무 일 없었던듯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도 내가 느끼지 못한, 아니면 무시하고 지나간 워닝 사인이 있었으리라. 오늘처럼 무시하고 지나갔을 수도 아니면 몸으로 고생 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게 울창한 숲 안에서 나무들만 보고 걷는 것 같다. 내 인생 숲을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고 싶다. 내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그때그때 느끼고 싶다. 계속 정신줄을 놓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한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