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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Nov 05. 2023

경계인생, 회복을 품다.

프롤로그 : 삶의 경계에서.

인생은 갈증을 느낀다.

세상의 상황들은 우리 의중과는 무관하게만 흘러간다. 만사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깨닫고 갈증이 크게 느껴질 때쯤이면 '지천명(知天命, 50세)'하는 중년 된다.


중년은 '개성 상실'이나 '꼰대'같은 부정적인 딱지들이 나붙을 '리스크'가 꽤나 높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들을 '현실감'있게  해석할 수 있는 '경험치'를 투쟁적으로 체득한 시기이기도 하다.


상처투성이 중년의 고개에서 지나온 인생행로를 살피다가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다.   

     

남들처럼 대학 나와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 낳아 키우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마음은 늘 갈증을 느꼈다. 마치 두터운 쇠사슬에 얽힌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흑인노예가 느꼈을 다층적인 갈증(육체적 갈증과 자유에 대한 갈망 등)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 갈증을 느끼 삶 속에서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으며 살 수 없다'는 것과,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인생행로에는 수많은 <경계>들이 존재한다'사실은 점점 더 강렬하게 두드러져만 다.




사람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상당히 행복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며 산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이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 수준검사>에서 정년보장심사에 통과한 교수와 떨어진 조교수들은 늦어도 5년 뒤에는 모두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인생에서 원하는 것에 대한 성취유무가 미치는 영향은 불과 몇 개월에서 몇 년뿐이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인생에서 원하는 일들은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들 뿐임을 알게 된다. 


인생이 갈증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계란 이질적인 두 물체가 만나면 생기는 경계면이다. 그 경계에서는 소용돌이가 생기고 균열이 생기는 등 새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만나는 경계에서도 갈등이나 새로운 감정적 변화가 생겨난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나 집단이 만나면서 다양한 문화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생 속에서 경계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우리가 경계에 서는 때는 낯설고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순간이 .


사람은 반만 채워진 '물 잔'과도 같은 존재이다. 막다른 삶의 경계에 들어서면 덜 채워진 부분에 대한 갈증은 한결 강하게 생겨난다. 삶 속에서 '갈증'과 '경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연결되어 있다.


<경계인생>은 늘 새로운 상황에 대한 생존적 본능과 같은 갈증을 느끼며 살아야  숙명을 지녔다.


제7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인 김성진 지휘자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국악을 서양음악과 조화를 이루도록 레퍼토리를 수정하여 널리 알렸다. 그는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서양 오케스트라, 국악관현악, 뮤지컬 등 장르를 넘나드는 국내 유일의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수십 년을 서 있던 곳 역시 경계이지만 이것은 나누기 위함이 아니라 서있기 위함이요, 나에게 음악이 본질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나는 지금도 많은 이들을 이 경계로 초대한다."

 

저명한 에세이스트 브라이언 딜런은  에세이란 노력하고 시도하고 실험하는 글이라고 정의했다. 경계의 일관성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에세이가 가진 능력은 경계 간에 상충하고 파열되어 새로운 구심점들을 무한하게 생성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삶도, 글도 본질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경계 앞에서 인생의 본질을 찾으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 셈이다. 갈증은 인생에게 그런 시도를 재촉하는 본능적 신호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소용돌이치는 삶의 경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끌려가서 마주하는 삶의 경계들은 너무나 서슬 퍼렇게 위압한다.

       

오십 대에 '택배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의 경계에 들어섰다. 이 상황에서 무수한 소용돌이 같은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순간순간 경계에서 벗어나고픈 고통도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듦을 체험했다. 모든 게 힘들기만 던 시기를 지나 이젠 배송량 1,2위를 다투며 적응하고 보니 나름 깨닫는 바가 생겨났다.

     

삶의 경계에서 충격이 가해지거나 혼란이 발생할 때 망가지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회복하는 힘, 즉 경계인생에게는  '회복력'이 꼭 필요함느꼈다.


회복력은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 그 힘이 작동하는 원리와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우리 스스로 좀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나 치열한 삶의 경계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속에서 했던 9가지의 경계(생각, 선택, 공간, 계층, 시간, 감정, 역할, 직업, 신(神)) 그 와중에  목격했던 크고 작은 회복력들에 대해 쓰려한다.


부디 나의 연재 글들이 삶의 경계 간에 상충하고 파열되어 새로운 구심점들을 무한하게 생성하지는 못해도 절망하고 갈증 하는 사람의 귓가에 속삭여줄 한줄기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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