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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Sep 16. 2024

보자기

가위 바위 보 게임의 법칙.

새파란 보자기였다.

  명절특수기에 쏟아지는 상품들을 한참 받아내다 탑차에 올라가 짐들을 쌓는데 새파란 보자기가 눈길을 끌었다. 험난한 여정에 시달렸는지 보자기 한쪽이 풀려있었다. 풀린  파란 보자기 끈을 가만히 잡아서 묶는데 마음이 포근해진다. 내용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자기'를 통해 보내는 이의 보듬는 마음도 함께 느껴져서 그런가 보다.


요즘은 보자기가 하지 않듯 감싸 안고 얼싸안는다는 의미 역시 퇴색해 버렸다. 가위, 바위, 보 게임에서 '가위'가 우세하게 난무게임판 은 세상이다. 무엇이든 필요한 부분만 재단하듯 오리고 도려내려는 날서린 가윗날만 서로를 향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활짝 펼쳐진 보자기는 오지랖만 넓고 실속 없음을 상징할 뿐이다. 사람들이 실속을 찾으려 숨 가쁘게 놀리는 가위질 속 자기는  난도질당한  지나치는 사람들 발길 아래에 누더기가  이리저리  뿐이다.


점점 힘들어지는 경제 탓도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가족에게 조차도 서로를  마음을 다. 그저 서로 척지지 않을 만큼의 조각진 주고받는다.

 

최근 레일 위로 쏟아져 내리는 개유모차, 사료와 간식 등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상품들을 보면서 사람들과 자식들을 향해야 할 마음이 온통 말 못 하는 반려견과 반려묘에게 향하는 건 아닌지 우려.


관계에 있어 사람이 주는 의미가 서로에게 힘겨움과 번거로움만 안겨주는 존재로 하면서  반려동물보다 못한 세상이 된 것 같아 마냥 서글퍼진.


최근 세종시 대학촌의 계단 없는 원룸빌라들이 한동안 소란다. 택배기사들이 1층 로비에 택배를 그냥 두고 간다며 MZ세대 대학생들이 취재 나온 기자에게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택배란 문 앞에 배송받는 서비스인데 정당히 택배비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 받는 이런 괄대를 받아야 하냐며 젊은 대학생들이 불만들을 쏟아냈다.


MZ들은 삶의 부조리에 상당히 민감하다. 특히 자신들이 당하는 부당함에는 분노를 표출하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차별과 불평등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어느 세대보다 더 큰 상처와 고통에 시달리며 자라난 세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다. 유난히 가위에 집착한다. 


하지만 세상은 가위만이 아닌 바위, 보도 함께 작동하는 게임의 룰이 지배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실속 없이 오지랖 넓은 보자기가 때론 MZ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영악한 가위질을 번번이 좌절시키는 바위돌 같은 수많은 벽들덮어내는 위력을 지녔음을 말이다.


젊은 MZ들돈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할  권을 도려내고 내다 버린 삶의 나머지 조각에는 또 다른 소중한 인생들존재했고 사연들이 서려있다.


택배기사 입장에선 택배 한두 개도 아닌 수백 개를 매일 배송하다 보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조차도 힘겨운데 계단만 있는 라의 배송은 마냥 더 힘겹다. 특히 대학기숙사나 대학촌의 경우 택배기사들이 힘겨움에  배송을 꺼리는 구역 중의 하나이다. 몇몇 영악한 대학생들은 저렴한 택배비를 고려해서 이삿짐을 택배보내기도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면 급증한 큰 몰 계으로 배송해야 하는 것과 맞물려 택배기사들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피하고 싶은 힘겨운 배송지가 된다.


이런 힘겨운 배송여건을 고려해서 특정장소를 택배보관소로 지정해 는 배려를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간절히 희망하지만 택배비 운운하며 고객불만 접수 등 내세우는 날 선 가위질 앞 힘겨운 배기사들 역시 맞서서 1층 배송을 고집하며 바위나 날카로운 가위를 미는 갈등적 상황이 안타깝게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늘 무거운 짐들을 배송해야 하지만 하나도 힘겹지 않게 느껴지  신기한 배송지가 몇 군데 있었다. 그곳에는 공통적으로 무거운 짐을 배송하고 뒤돌아서려는 순간 늘 감사함을 표시하며 음료수나 커피를 챙겨주는 오지랖 넓은 상가 주인 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의외라고 싶다가 점점 보듬어 주는 그 마음에 감사함이 생겨났다.

  

오지랖 넓게 보듬는 보자기 같은 마음씨에 계단에, 똥 짐을 날라야 하상황 속에 생겨난 바위돌 같은 마음과 불만들을 끈하게 덮어내고 녹여냈다. 보듬는 보자기가 폭력적인 바위를 덮어내고 녹여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나무거운 짐들을 들고 계단을 오르지만 전혀 힘겹지 않았던 기한 체험을 통해 깨달았.

  

나에겐 MZ세대인 두 아들이 있다. 부모의 입장에선  보자기 같은 입장을 취하지만 착한 아들들이지만 때론 성가셔하고 귀찮아하곤 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받아들이려 다. 때론 몹시도 서운하지만 우리 부부는 인생의 원리를 알만 나이를 먹었기에 최대한 그런 반응들을 이해하고 수긍하려 애쓴다.

  

사람은 늘 시간과 여지가 필요한 존재다. 우리가 우리의 부모였던 나이가 되어보니 몰랐던 사실이 많았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우리의 아들들도 그런 과정고스란히 답습하며 배우는 중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다만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우리 아들들이 당장 필요한 조각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았으면, 그리고 세상은 '가위'나 '바위'만큼이나 이러저러한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보자기'도 존재하며 더 큰 위력을 지녔음을 조금이라도 빨리 이해하고 깨달아 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불경기라고 하지만 작년 추석 때만큼  올해도 택배물량이 다. 주로 과일상자, 소고기와 생선세트  주를 이뤘고 의류나 케리어 등 생활용품들도 다양하게 섞여 나왔다. 그리고 기업체와 학교에서 주문하는 다량의 선물세트 많은 몰짐으로 쏟아졌다.


하나씩 상품들을 레일에서 받아 바닥에 내려놓으니 순식간에 뒤엉켜 작은 산을 이뤘다. 짐들을 배송할 구역별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바쁘게 몸을 놀리며 무질서하게 뒤섞인 상품더미 속에서 상품하나하나에 '질서'를 부여했다. 가지런히 정리된 상품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늘 그렇듯 무질서한 상황에 홀연히 몸을 던져 여쥔 것들 하나하나에 기꺼이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마다 질서는 생겨났다. 질서는 평온함을 불러왔다. 그렇게 또 하나의 소소한  남긴 채 오늘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가만히 풀린 택배상자 보자기 끈을 고이 다시 칭여맸다. 그리고 다시금 풀리고 느슨해진 마음속 보자기도 가만히 고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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