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가 그리는 미래세상.

거대한 문어, 프리랜서, 그리고 구름바다.

by 코나페소아

2023년은 '경기침체'라는 안갯속에서 시작된 것 같다. 작년에 중견 IT업체에 취직한 큰아들이 첫 연봉협상을 두고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거의 동결 수준으로 통보를 받아 심란해한다.


선두기업인 네이버의 경우도 이익감소로 작년대비 20~40%로 성과급을 줄여서 지급한다고 하니 IT업계가 전반적 분위기가 어둡다.


지방대에서 수도권대학으로 편입하면서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악착같이 준비해 왔던 큰 아들은 취업 후 자존감이 한껏 고취되었다. 대화를 나눠보면 '하면 된다. 변명은 필요 없다.'란 자신감이 풀풀 느껴졌다. 준비하기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달라진다라는 큰아들의 믿음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은 염려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제 서서히 세상의 진면목을 경험하는 것 같다.


세상은 우리가 예측할 수도 없고,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우리의 어떠한 시도조차도 무기력하게 만들 만큼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현명하게 휘어질 수 있는 '유연함, 유연(Flex)'을 미덕으로 삼는다.


아무리 철저히 사전준비를 해도 끊임없이 실패의 시련 속에 궤도수정을 요구받는 게 현실이다. '유연함'은 시련을 전제로 한다. 애플신화 역시 1986년에 본인회사에서 해고된 후 12년 후 화려하게 복귀한 '스티브'의 시련극복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시련을 전제하는 유연성이 노동과 연결되면서 일터를 무한경쟁으로, 근로자를 고용불안으로 내몰았다. 유명학자들은 '세계인구의 절반이상이 프리랜서로 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어찌 보면 택배기사는 장래 보편적인 고용형태가 될 '미래형 프리랜서'로 이미 살아가고 있다.


겉모습은 독립성과 자유로움으로 포장된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체는 사용자의 사업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일하기에 '특수'해진 임시고용노동자일 뿐이다.


택배기사는 최저임금도 보장을 받을 수 없고, 택배와 관련해서 발생되는 모든 문제와 비용은 고용주를 대신해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발생된 배송상품의 손실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전가 대상이다. 불합리한 근로상황에 대해서 보호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상황은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아니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체념하듯 받아들이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이런 택배기사의 입장에서는 미래에 한층 더 유연해진 노동환경 속에서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으로 늘 조심스럽고 움츠러든 채 일하는 모습으로 어둡게 그려진다.


그들의 처지는 마치 구름바닷속을 비행하는 조종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구름바닷속을 비행을 해야 하는 조종사는 항로를 벗어나서 불시착하거나 연료가 떨어져 추락하는 위험에 늘 노출된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오로지 계기판의 눈금과 기체에서 전달되어 오는 진동과 경험만으로 희망과 빛을 그리며 목적지를 향해 스스로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유연함을 전제한 냉혹한 시장경제 속에서 과연 추락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날아갈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에서 택배로봇을 개발하고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육성해 온 '모빈(MOBINN)'을 독립기업으로 출발시킨다고 발표했다. 모빈이 개발한 배송로봇은 고무소재 바퀴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레이다와 카메라를 이용해 주야간 자율주행 및 배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아한 형제들의 아파트배송로봇 '빌리타워', LG의 실내외 통합 배송로봇 '클로이 캐리봇' 등과 함께 택배로봇 상용화가 한층 더 가속화될 것 같다.


정부도 2026년 내 실용화를 목표로 무인배송을 허용하고 배송로봇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미 택배시장은 쿠팡, 네이버, CJ대한통운 등이 내세우는 ''당일배송''을 목표로 물류시스템을 풀필먼트화와 자동화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며 사활을 건 경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하는 과정인 라스트마일에도 택배로봇 도입등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5년 이내 택배기사는 배송로봇으로 완벽하게 대체될 것인가?


수백 년 전 연장을 들고 기계들을 때려 부수며 항의하던 산업혁명시대의 노동자들의 신세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


비단 택배뿐 아니라 AI와 로봇 등의 눈부신 발전으로 사라지거나 위협받는 일자리가 710만 개라고 세계경제포럼(WEF)은 예측했다.


흄페터는 창조적 파괴라고 표현하지만 1%만을 위한 불안하고 불평등한 미래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우려도 된다.


택배초기에 레일에서 흘러오는 상품들을 양옆에선 택배기사들이 육안으로 보고 골라내는 '까대기'시간이 참 싫었다. 21세기에 구시대적 유물 같은 단선 레일 위로 흘러오는 상품들을 눈으로 골라내는 행위가 참 원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작업행태 같았다.


눈도 아프고 또 내 구역이 아닌 옆에 있는 다른 동료들 구역도 외워서 골라내야 했는데 그것이 서투르면 눈칫밥을 엄청 먹어야 했다. 최근 들어 택배사들도 속도경쟁 등으로 자동분류기인 <휠소터>를 많이 도입했다.


기다리던 <휠소터>의 등장에 나아질 작업환경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컸다. 하지만 하나가 좋아지면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생겨난다.


레이저 스캐너가 읽어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상당량의 상품을 다시 골라내야 하는 또 다른 까대기가 발생하고, 잦은 고장으로 서너 차례 씩 멈춰 서거나 간선차량의 지연 등으로 휠소터 본연의 신속한 상품분류가 퇴색되는 듯한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마치 일론 머스크가 미래를 주도할 첨단로봇이라고 발표한 무대에서 '테슬라봇'을 연기한 로봇탈을 쓴 사람처럼 자동분류기 '휠소터'의 탈을 쓰고 일하는 느낌이다.


기사들끼리 힘들었지만 이전에 까대기 하면서 서로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며 서로의 물건을 잡아주던 게 덜 지루하고 더 빨리 끝나는 것 같다란 말들을 엿들으니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소비자들을 드론과 로봇들을 앞세워 <당일배송>, <3시간 내 배송>등으로 소비욕구를 자극할수록, 시설첨단화 이면에서 발생하는 숱한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발생하는 알 수 없는 잔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새로운 '까대기'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연해진 근무여건은 더 가혹해질 것 같은 우려만 생겨난다.




하지만, MIT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Joi Ito)'는 혁신적인 기술자그룹에서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함께 일할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며, '사회참여(society in the loop)' 기계학습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인공지능을 훈련하고 조종해서 인간과 기계사이의 공동 진화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흐름들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분야 공학자들은 '이걸 이용해서 어떻게 돈을 벌까?'인 '대상'을 창조하는 쪽보다는 '관계'를 구축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 개발을 시도한다.


실제로 '대상보다는 시스템'에 강조점을 둔 이런 착한 혁신적인 흐름들이 존재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택배기사의 미래를 정말로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다.


최근까지 국내외적으로 소개된 배송로봇들은 '키위봇(키위캠퍼스 제작)'처럼 4륜 또는 6륜 바퀴로 구동하며 음식 및 소형상품 배달만 수행가능하고, 배송구역도 대학캠퍼스 등 특정장소로 제한되어 실제로 택배업무에 투입되기에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그나마 택배회사인 '페덱스(Fedex)'가 만든 '세임 데이봇(Same Day Bot)'과 자동차회사인 '포드'사가 만든 이족보행 로봇인 '디지트(Digit)'가 가장 진화해 보인다.


자율주행(택배) 차량과 함께 한 세트로 움직이며 배송지에 도착해서 여러 대의 배송로봇이 동시에 배송을 수행하는 방식은 굉장히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중량 20kg 이내만 처리가능한 사실과 로봇의 불완전한 움직임 등을 볼 때 실전 투입을 위해서는 해결과제도 많아 보인다.


우연히 국내의 택배로봇 '제임스 w1'의 최재원 와트대표의 기사를 보았다. 젊은 몇 명의 공학도들로 구성되어 투자회사의 인큐베이팅 속에 성장하며 주목을 끄는 택배로봇 전문 벤처기업이었다.


택배기사가 아파트단지에 배송할 상품을 단지 내에 위치한 특정지역에 설치된 창고역할을 하는 스테이션에 하역을 하면 'W-스테이션 XZ'가 자동적으로 분류를 한다.


그리고 배송로봇인 '제임스 w1'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상품을 문 앞까지 배송한 후 사진을 전송한다. 주차장 한 면도 규모에 900세대 하루분의 택배물량을 재 및 분류를 하고 최대하중 25kg까지의 상품을 시간당 20개까지 배송할수 있다고 한다.


올해까지 60세트를 시험운영하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역시 여전한 개선점들이 많아 보였지만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제공해 줬다.


로봇의 배송으로 최근 택배차량의 아파트지상 출입금지에 따른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택배차량의 변신을 기대하게 했다.


택배차량 자체가 하나의 'W-스테이션'이 되어 자체적으로 상품분류가 이루어지고 함께 탑재된 배송로봇'제임스 W'들이 배송지에 도착하자마자 배송에 나서는 것이다.


택배차량은 늘 배송구역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니고, 스캐너를 통해서 고객들의 상품정보들은 늘 수집된다. 수시로 변화하는 지리정보와 고객의 소비트렌드 정보를 자연스레 접할 수밖에 없다.


단순 배송역할을 벗어나 빅데이터 시대에 맞게 정보수집 및 제공역할도 기대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 해당 배송구역 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들을 적재하고 있다가 주문받는 즉시 배송에 나서는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당일배송이 아니라 30분 배송도 가능하지 않을까. 부가적으로 택배차량을 통해서 사회적 계층 중 소외된 계층이나 방범활동의 보조적인 역할도 기대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택배기사는 배송구역 내 주민들의 상황에 간접적이나마 자연스레 접할 수밖에 없고 화재나 맹견 등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종종 구해낸 사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스캐너가 결합된 첨단 웨어러블을 입은 미래의 택배기사가 로봇과 함께 배송을 나서는 모습을 상상하니 꽤나 근사해 보인다.


택배의 라스트마일은 가장 험난하고 손이 많이 가는 지점이다. 라스트마일의 핵심은 다양하고 까다로운 욕구를 지닌 사람인 고객을 상대하며 상품배송의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것에 있다.


인간인 고객을, 인간인 택배기사가 만나서 마무리하는 것이 아무래도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지극히 적은 자본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남겨왔던 택배회사들은 이런 사실들을 놓쳐왔다.


수많은 힘겨운 과정들이 스란히 전가되어 배송에 나선 택배기사는 이미 기진맥진하여 고객을 상냥하게 마주할 여력이 없다.


늘 마감에 쫏기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뛰느라 상품만을 던지듯 배송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항의와 원망만 높이 쌓여갈 뿐이다.


택배과정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로봇들이, 고객을 향한 상냥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온전하게 택배기사의 몫이 되어서 택배기사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행복한 미래를 간절한 마음으로 그려본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돈과 표심이 없는 곳에는 결코 자본이 흐르지 않는다.


투자에 인색하던 택배시장도 무섭게 변하는 중이다. 투자 없이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흐른다.


연일 쿠팡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방위 시장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온오프라인, 물류, 유통, 판매의 전 영역으로 문어발처럼 돈을 따라 영역을 늘려가는 첨단자본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탐욕스럽게 확장하는 속성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그런 저급하고 냉혈한 모습을 볼 때마다 유연하고 거대한 옥토퍼시(문어)가 연상된다. 늘어난 긴 다리와 빨판으로 주변의 대란 상대는 옥죄어 고사시켜 버리는 살벌하고도 잔인한 속성에 전율을 느끼곤 한다.

모든 것을 돈벌이 대상처럼 여기며, '인공지능을 향해서 무섭게 내달리는 자신들을 멈추고 제지해 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일런 머스크의 고백처럼 '관계'를 무시하고 '대상'만을 추구하는 그들을 적절하게 제지해 줄 '제3섹타(공공과 민간이 결합된 기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오늘을 우리는 살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택배의 미래는 실제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철학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은 해석하고 전망할 뿐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설령 그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택배의 미래가 드론과 로봇이 주도한다고 해도, 세상이 로봇만 바라보고 열광할 뿐 그것들과 함께 하는 택배기사들에 대해선 냉혹하리만큼 외면하는 것이 미래의 실상이라고 해도 지금 내가 선택해야 할 일과 방향은 정해져 있다.


끊임없는 회의와 불안과 싸워야 하는 현실이지만 그 속에 웅크리고 살기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찾으리란 희망으로 이 새벽, 택배기사인 나는 또다시 나의 애마 '포리'의 심장에 시동을 힘차게 걸어 본다.


우리 개인이 해야 할 일은 자기 판단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인생관에 입각하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란 중국속담처럼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 <코끼리와 벼룩/찰스 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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