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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Punch Capital Jan 26. 2023

원자재 슈퍼사이클

2019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회자되던 시점에는 그 근거가 지금과 사뭇 달랐다. 특히 구리나 리튬 등 친환경 대체 에너지에 필수인 금속 광물에 논의가 집중되었는데, 과거 2010년 원자재 버블이 터지면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10년간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전기차 도입 등으로 인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공급이 수요를 만족할 수 없다는 게 그 요지였다.


2021년 코로나가 전 세계 공급망을 마비시키자 공급 쇼크가 발생했고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2022년에는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과거 2020년까지 석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의 많은 셰일 오일 회사들이 부도로 사라졌기 때문에 석유 가격이 다시 높아졌음에도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2023년 현재 원자재 가격을 부추기는 것은 세계질서의 재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은 세계를 두 진영으로 갈라놓고 있는데, 러시아/중국/중동 등의 반서방 세력과 미국/유럽/아시아 등의 친서방 세력이 그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서방의 에너지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받고 있으며, 중국도 위안화로 에너지 수입을 결제하길 원하면서 페트로달러(petrodollar)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세계질서가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인데, 신자유주의에 따른 국제화 시대에는 원가절감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전 세계가 협력했기 때문에 값싼 원자재를 전 세계 곳곳에서 공급받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해졌다. 원자재를 무기화하면서 진영이 다른 나라와는 무역을 하지 않고 같은 진영의 나라들끼리만 무역을 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이런 현상은 각국의 통화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특히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가치가 많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중국/중동 등의 반서방 세력이 독립적인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달러 외 다른 통화로 국제무역을 결제한다면, 이는 결국 미국 달러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미국 달러 가치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런 미국 달러 가치의 하락은 다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유발할 것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구매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 미국 달러의 가치 하락을 우려해 이를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중국/중동 등의 반서방 세력은 자국의 통화를 금으로 뒷받침함으로써 국제통화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상의 매크로 환경을 고려할 때, 나는 앞으로도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 원자재 가격이 많이 상승했고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이미 끝났다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전체 자본시장에서 원자재 섹터의 비중이 “아직도” 얼마나 작은지(아래 차트)를 감안하면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정점이 이미 지났다고 믿기는 어렵다. 2023년 나는 여전히 원자재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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