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고 나쁜 사랑이라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1.
아무도 영희와 유부남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불러주지 않았다. 비겁하고 나쁜 사랑이라도 사랑은 사랑일 텐데, 그들은 불륜이나 욕구라는 이름으로만 영희를 불렀다. 영희는 그런 남자들이 모두 사랑할 자격 없는 ‘병신’이라고 생각했다.
2.
괴로운 사랑에서 벗어나고자 서울을 떠나 외국으로, 강릉으로 가보아도 항상 그의 잔상이 영희를 따라다녔다. 애써 피하고 모른 척했지만, 정말 그가 안 보이니 서운하고 미웠다. 해변 바닥에 닮지도 않은 얼굴을 그리며 당신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누구도 그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아도, 둘만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다.
3.
영희는 그와 같이 살거나, 계속 만나고 싶은 게 아니다. 모두가 모인 술자리에서 모른 척 술을 따라주고, 당신이 생각나는 시가 담긴 책을 한 권 전해받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영희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