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를 괴롭히는 건 외로움이 아니라 열등감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실패하면, 정말 나는 그렇게 못난 사람인가에 대해 자문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사랑의 복기는, 항상 혼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처참하다. 나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당신의 무엇이 문제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자명했다. 사랑하지 않았거나, 그만큼까지 사랑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실패에 대한 원인은 항상 혼자,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상상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운명이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장면들이 그저 나의 자의적 해석이었는지, 내가 믿음이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이나 두려움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는지를 의심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작업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상상이 거듭되고 나면, 결국 상대방은 사라지고 나만 남는다. 나의 외모와 말투, 대사, 능력, 환경 같은 것들이 모두 원인이 되고 죄가 된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한 글이나 영화를 본다. 그곳에는 SNS에서는 보이지 않는 평범하고 못난 사람들의 가난과 고통이 그대로 묻어있다. 그렇게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글과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 서로 보이지 않을 뿐,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으면, 그나마 그날 하루는 좀 기분이 좀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