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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석 Aug 22. 2024

그 분과 마주하다

인생 최대의 정리가 필요했다.

 밀려드는 업무들을 막기 위해 항상 퇴근 시간을 넘겼다. 개인 시간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도 부족했다. 몸은 수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회사의 기대만큼 성과도 매출도 높이지 못했다. 더 많은 일들이 제게 주어져야 했다. 하루 매출이 떨어지는 날은 더 많은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알아야 했다. 머리는 돌덩이 같이 무겁고 몸은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듯 늘 부었다. 항상 피곤해서 시간이 나면 잠만 자기 일쑤였다. 뭐든지 귀찮고 피곤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면 좋겠다”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만 살고 싶다 ”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석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밥 먹듯 반복되는 야근에 쏟아지는 업무 요청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일거리를 집안으로 들고 들어오는 일은 다반사였다. 가족들에게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건 그만 침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으로 내비쳤다.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깐 날 좀 내버려 둬” 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저의 행동은 가족들에게 민감한 반응까지 보였다.

아내가 집안일을 부탁하면 짜증이 폭팔했다.


쉬는 날은 수없이 울려 되는 전화벨 소리에 항상 기분을 망쳤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그날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은 가족들 과의 시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제 머릿속은 항상 복잡한 업무들로 가득 차서 그런지 제 삶이 점점 줄어들어 가고 있다고 느겼다.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24시간 돌아가는 작업장에 기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체력은 방전되고 더 많은 힘이 가중되어 가고 있었다. 어쩌다 쉬는 날은 하루 12시 간씩 잠을 자기 일쑤였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밀린 TV를 시청하고, 인터넷 서핑과 뉴스 기사들을 클릭하기 바빴다.

 

그동안 절 지켜보던 아내는 너무 힘이 들었는지 제게 말을 어렵게 건넸다.


“당신이 없는 자리 너무 힘이 들어” 라 고 조심히 얘기를 꺼냈다.

잠시 후 눈물을 글썽이며 아주 큰 소리 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 집을 잠만 자는 기숙사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내는 저와 더 이상 살기 싫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굴은 시뻘게지고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제 머릿속은 신호등 없는 꽉 막힌 차도가 되어 버렸다. 일은 그전보다 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터 질 것처럼 아프고 저의 체력은 물 컵을 들기도 힘든 만큼 방전되었다. 공장에 24시간 돌아가는 기계처럼 한정된 생산량을 끝내야 했지만 나사 하나가 빠져서 더 이상 돌아가지 못하는 고장 난 기계처럼 멈추고 말았다.

 

지친 몸을 겨우 이끌어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고 가만히 뚫어지도록 쳐다보았다. 퍼석한 피부 때문이지 저의 얼굴은 많이 지쳐 보였다. 눈 밑에 검게 자리 잡고 있는 피부 톤은 제가 알고 있는 다크서클이었다. 오랫동안 같이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이제야 그 다크서클과 함께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제 자신에게 참 무관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둡게 칙칙한 얼굴색은 투 톤으로 보였고 눈가에 주름이 더 많이 도 돌아져 늙어 보였다. 거기에 눈 끝은 살짝 꼬리를 내려 우울해 보였고 부모 잃은 아이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다시 보니 울고 있었다. 내게 소리치고 외치고 있는 걸 이제야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외쳤는데”

“말했는데”

“얼마나 불렀는데”

 

하고 힘들게 슬퍼하며 울고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는지!

 

일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걸 하나씩 하나씩 밀어내 버리고 엉뚱한 걸 무겁게 담아 짊어지고 살아가는 저의 존재를 이제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저 자신은 물론이고 저의 주변의 가장 가까운 것들을 하나씩 들쳐보게 되었다. 넘쳐나는 물건들, 창고에 언제 넣은 지도 모르는 깊숙하게 박혀 있는 큰짐들, 선반에 근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물건, 벽과 바닥에 더럽게 묻혀있는 찌든 때 와 먼지들까지. 쌓아 놓은 불필요한 물건들로 창고에 물건들을 적재하지 못해 입구까지 배를 내밀고 있었다. 현재보다 미래를 꿈꾸며 돈만 급하게 좇아서 그런지 주변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서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그 돈으로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쌓여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았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서 큰집에 살고, 가족들과 여행도 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살길 바라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고통받는 삶음 미래를 위해 꾹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날을 위해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남편의 부재된 가정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에게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인생 최대의 정리가 필요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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