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직장을 그만두었다.

by 장주인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이후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지금까지 제 주변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한 대 모아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서랍에 한가득 챙겨 놓은 영양제와 비타민제는 유통기한 지난 것들이 반 이상이나 되었다. 옷장에 입지도 않고 쌓여 있는 옷들과 신발,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사둔 5년째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된 클래식 기타와 우쿨렐레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고도 정말 한 트럭은 버렸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해 쌓여 있는 일들은 너무도 많았다.

천장 전구 갈기부터 베란다 모퉁이 사이에 검게 쌓인 먼지,

욕조에 검게 붙어있는 곰팡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현관 문고리에 손때들.


청소는 물론이고 아이가 한 살 한 살 더하면서 약속한


비행기 타기,

기차 타기,

자전거 타기,

배 여행 타기,


너무 많아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와 한 약속을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제 인생을 정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선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항상 허둥대는 인생을 바쁘게 끌려 다녀서 그런지 아뭇것도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얼굴만 비슷하게 사는 사람이 살아가듯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정리에 대해서 장사를 하며 깨달은 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정리를 무시하고 살아왔다.

이것이 이렇게 강력한 지도 이렇게 중요한지도 모르고 살았다.

이렇게 제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을 무시해 버리고 살아왔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고민은 했지만

저의 인생을 잘살기 위해서 고민은 늘 뒷전이었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은 했지만,

저 자신이 정작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질문하지 못했다.

그 이후 뒤돌아보니 제가 다니는 직장이 저의 인생의 주가 되어 간다는 걸 알아차렸다.

얼마 후 저의 거대하고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큰 짐을 내던질 수 있었다.


정리 전까지 그 무거운 삶이 연속되었고 좁다 좁은 공간을 항상 빙빙 돌아야 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직장이 흔들리고 어려울 때, 장사가 안될 때 저자신도 늘 같이 흔들린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항상 조급하고 마음이 다급했다.

거기다 아내가 생기고, 아이가 생기고 나이를 더하면서 더 바쁘고 더 빨리 뛰어야 했다.


“인생은 정신없이 사는 거야”


이런 일 저런 일 힘든 일 다 겪으면서 보내는 것이 인생이다"


"이것이 인생이고 삶이다"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익숙함 때문에 항상 다급한지도 모르고 살았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삶의 문제들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이건 아주 불안하고 위험한 삶이었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일도 사업도 잘 되어야 하고,

가족도 잘 돌봐야 하고,

제 인생도 찾아야 하고,

더 많은 시간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하고,

건강까지 좋아야 했다.


나이가 들면서 걱정들이 계속 쌓여가는 문제들을 생겨나고 이걸 풀지 못하고 계속 쌓아 두었다.

너무 쌓여 있다 보니 겁에 질려 어떻게 치워야 하는지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오늘도 그 일을 그냥 미뤄두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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