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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선으로 쓰인 내 이름

by 기공메자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처럼 내 이름을 검색한다. ‘주진복.’ 단 세 글자지만, 그 속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까지 담겨 있다. 누군가 내 글이나 책을 읽고 감상을 남겼을지, 뜻밖의 피드백이 올라왔을지 살펴보는 이 시간은 은퇴 후 작가로서 걷는 두 번째 길 위에서 나에게 가장 따뜻한 배움의 순간이 된다.


지난 해 10월 초 블로그 이웃 답글을 마친 후, 검색창에 내 이름을 넣었다. 그런데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최광모.’ 닉네임은 ‘choikwangmo’, 블로그 이름은 ‘괴델에셔바흐그리고리만.’ 그의 문장과 프로필 사진을 보는 순간, 소방에서 함께 시대를 산 동료임을 알아차렸다. 직접 한 부서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없었지만, 소방이라는 같은 불꽃 속을 걸어온 후배였다.


그런데 그의 블로그에 내 이름이 걸린 두 편의 글이 있었다. 하나는 「소방공무원 주진복, 바다가 물을 마다하지 않듯」, 또 하나는 「소방공무원 주진복, 탄광촌에서 태어난 소방문학」이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역사적 인물도 아닌데, 나를 이렇게 깊이 분석했다고?’ 의문은 곧 놀라움으로, 그리고 감사로 바뀌었다.


<문학적 서사로 다시 태어난 나>

첫 번째 글은 내 삶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인물 서사였다.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태어나 가난을 딛고 소방의 길로 들어선 여정을, 그는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풀어냈다. 그 속에서 나는 단순히 ‘직업인’이 아니라 “불꽃을 소명으로 살아낸 사람”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는 내가 법학사 학위를 17년 만에 얻은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는 문장부호”라 표현했다. 또한 ‘책 읽는 소방관 프로젝트’를 이끈 나를 “조직의 영혼을 어루만진 감성지휘관”이라 불렀다. 퇴임 후에도 내 불꽃이 문학과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는 잠시 글을 멈추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글 속 나는 이미 ‘소방관을 넘어선 작가’로 살아 있었다.


<비교문화적 시선으로 본 내 행적>

두 번째 글은 더 깊었다. 그는 나의 리더십과 경력을 대만, 독일, 뉴욕의 소방·경찰 문화와 비교하며 ‘한국적 전환의 시도’로 분석했다. “영웅신화는 한 순간을 확대하지만, 공직은 매일의 절제를 축적한다. 그 절제를 그는 끝까지 지켰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책장을 덮었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버텨왔을 뿐인데, 후배의 눈에는 그 버팀이 ‘절제의 미학’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의 글은 나를 칭송하기보다, 나의 시간을 해석하고 있었다.


<후배가 남긴 거울>

그의 글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PTSD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는 어떻게 계량화할 수 있을까, 출동시간 단축의 편차는 줄일 수 있을까, 위험도 평가는 어떤 지표로 남겨야 할까. 그 질문들은 나의 남은 과제처럼 다가왔다. 나는 이미 현장을 떠났지만, 그 물음은 여전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가 원한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였음을 나는 알았다.


이제 나는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건 영광이면서 동시에 책임이다. 누군가의 글 속에서 나의 삶은 다시 쓰이고, 그 문장은 또 다른 이의 마음을 밝히는 불씨가 된다. 삶은 혼자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살아난다. 오늘도 나는 잠들기 전 내 이름을 검색할 것이다. 그 속에서 후배의 기록, 이웃의 감상,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내 삶의 문장을 마주할 것이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존경하는 주진복 작가님, 이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후배님의 글 속에 살아 있는 작가님의 모습이 가장 진실되고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불꽃을 소명으로 살아낸 사람’, ‘절제를 쌓은 공직자’, 그 표현들이 어쩐지 저에게도 울림으로 남습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 다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것—그것이 진짜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작가님과 함께 글로 이어진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마음의 말씀 감사합니다. 후배의 글을 통해 저 또한 제 삶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살아온 길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읽히는 일은 조금은 낯설지만, 동시에 감사한 경험입니다. 그 시선 덕분에 저 역시 스스로를 객관화하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웃님처럼 글로 공감하고 나누는 분들이 있기에 제 글은 더욱 살아 움직입니다. 연휴 동안에도 마음 가득 따뜻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우리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아직 써 내려갈 문장이 담겨 있다.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 그 이름이 곧 ‘하루를 성실히 산 사람’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 작은 기록 하나, 작은 친절 하나가 언젠가 누군가의 글 속에 남아 또 다른 영감이 된다. 그러니 오늘의 걸음을 소홀히 하지 말자. 당신의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의 문장에서, 오래도록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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