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그곳의 음식을 맛보며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 중 식도락 여행을 좋아하는 이는 남편 펭귄뿐이고, 나머지 셋은 한국 음식을 그리워했다. 숙소를 정할 때 대부분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곳을 정해서 하루에 한 끼 이상은 장을 봐와서 만들어 먹었다.
나름 비빔밥 그리고 삼겹살, 냄비밥을 이렇게 잘 할 줄이야. 이때 나의 재능을 처음 알았다.ㅋ
마치 현지인 것처럼 현지 식재료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사서 시도해 볼 만도 한데 이땐 용기 부족으로 와인이나 맥주 정도만 현지 것을 먹었다. 그래도 나름 피렌체가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해서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곳과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곳 두 곳을 방문해서 저녁을 즐겼다. 한국이라면 더 비싼 가격이었겠지만, 피렌체는 육류가 한국보다 저렴해서 스테이크도 한국보다 덜 부담되는 가격으로 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펭귄 입맛에 맞아서 행복한 식사를 했다.
현지인이 추천한 식당, 그래서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식당, 정말 대부분 한국인이며, 한국말을 잘하는 매니저도 있었다.
한 달 반의 여정이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남편은 한 학기 휴직, 나는 자체적 일을 쉬기 때문에 평소 생활비도 온전히 우리가 모은 돈을 쏟아부어야 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시작하자는 각오로 한 여행이었다. (대출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 대출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남편, 우리 집에서 '갑'은 나이기에, 그래서 내생각에 따라 정말 최소한의 빚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평범한 펭귄 가족이다) 그런 와중에도 남편은 다른 나라의 여러 음식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음엔 우리 둘이 여행하게 된다면, 요리를 못 하는 곳으로 숙소를 잡자."
라고, 말했다. 여행하면서까지 요리하는 나의 고생스러움과 식도락을 즐기는 본인의 취향을 생각해서 한 제안이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여행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여행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먹는 것도 여러 가지 도전하게 되고,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은 비싼 음식을 먹진 않았으나, 와인이나 프로슈토, 치즈는 현지인의 추천을 받거나 검색해서 우리나라에서 사먹어 보기 힘든 가격의 것들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지금 남편은 입맛만 고급이 되었다며, 와인에 입문했고, 나는 치즈의 맛을 알아 여러 종류의 치즈를 찾아 먹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름 새로운 음식을 먹어본 만큼, 돌아와서 그와 유사한 음식들을 요리하며 가족들과 나누며, 유럽의 이야기로 꽃피우는 시간을 종종 보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