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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동시에 육아휴직 썼습니다

우리가 같이 쉬기로 한 이유

by 마마멜


우리는 육아휴직을 같이 쓰기로 결정했다.


주변에서는 보통 엄마가 1년, 그다음 아빠가 1년을 교차로 써서 아이 가정보육 기간을 늘리곤 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에게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 이 계획을 시작했다.

바쁜 부모님 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 아쉬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나와 남편은

자연스럽게 합의했고,

별다른 의문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굳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둘 다 쉬는 거지?’라는

주변의 의뭉스러운 관심에 우리도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왜 우리는 같이 쉬어야 할까?


꼭 아이를 돌보기 위한 결정만은 아니었다.

우리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육아는 혼자 하기에
정말 외로운 종목이다


남자든 여자든, ‘육아 호르몬’ 같은 것에 지배당하는 건지

감정 조절이 어렵고 우울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주변에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며

혼자 아이를 돌보는 친구들도,

100이면 100 모두 우울감을 호소했다.

조기 복직한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1년 동안 아이를 혼자 돌보며

매일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아기와 열심히 놀아주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정적.

그 정적의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아기가 돌이 다가올 즈음에는

번아웃이 마치 습관처럼 찾아오곤 했다.


‘우리 세 가족이 다 같이 있는 주말이

일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매일 했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졌다.


우리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내 육아휴직이 2년이었기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우리의 삶에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결혼생활 8년 차, 직장생활 11년 차.

우리는 개인의 커리어를 위해,

가족의 안녕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잠시 멈춰서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그리고 눈앞의 40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계획해 보려면 함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시기였다.


별다른 자산 없이 근로소득자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는

'6+6 육아휴직 급여 제도'가 아니었다면

이런 선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함께 아이를 돌보며, 셋이 그려갈 새로운 미래를

좀 더 여유롭게 구상해 볼 수 있는,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였다.

(*6+6 육아휴직 급여는 두 번째 육아휴직자가 자녀 생후 18개월 이전에 개시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두 돌 이전 아이에게
더없이 좋은 양육환경이라 믿는다


육아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듯,

부모가 함께하는 공동 육아는 두 돌 이전 애착 형성과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주양육자가 바뀌지 않으니,

그동안 엄마와 맞춰온 식사나 수면 패턴 같은 일상의 리듬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아이에게 혼란이 덜하다.

‘영유아 발달의 황금기’라 불리는 시기에

엄마와의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아빠의 양육 시간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언어와 신체 발달을 위한 활동도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와 다시 에너지 넘치게 놀아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만 육아에 지쳐 있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정적이 흐르는 순간마다 지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실리적인 이유들을 제쳐두고,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한 순간이었다.

아이가 막 잡고 일어서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날도 아기는 어김없이 의자 다리를 양손으로 꼭 붙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깨와 볼을 의자 아무 데나 기대며

간신히 삐딱하게 서 있던 그 순간,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차차'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심각한 와중에도 아기는

위태롭지만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크게 웃으며 “오빠, 얘 좀 봐!” 했지만, 남편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매일 자라고, 매일 예쁜 우리 아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꼭 함께하고 함께

추억해야겠다는 결심이 든 건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남편에게 "지르자! 도전해 보자!" 했다.




함께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엄마와 아빠가 공동 육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장점들은 하나하나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제 19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말을 배우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아이가 어제와는 전혀 다른

아이처럼 느껴질 만큼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더 이상 남편에게 영상으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오빠, 얘 좀 봐~” 하면

오빠가 부엌에서 달려와 함께 웃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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