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시전 5화]
식사를 마친 최박사와 정형외과 노우진 선생이 병원 내 옥상정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반쯤 마시 다만 커피잔을 비우며 노우진 선생이 최박사를 향해 물었다.
[요즘 정신과병동에 무슨 일 있냐? 하루가 멀다 하고 환자들이 늘어나니...]
장난기 많은 노우진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묻자 최박사는 마치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렇다고 친구의 면전에 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오로지 최박사 혼자만의 생각이지 노우진은 예나 지금이나 늘 장난기 가득한 웃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네가 정신과 지원 좀 해라!] 최박사가 한차례 퉁명스러운 말투로 내뱉은 후 계속 말을 이었다. [미치겠다 진짜... 아니 모든 것이 정상이야 그런데 의사소통이 안 돼! 하루종일 멍 ~ 해있어 귀신에 홀린 사람들처럼, 감정 변하도 없고 뭐랄까 마치 껍데기만 사람 같다고 해야 하나 뭐 암튼 그래, 이유가 뭘까?] 진지한 표정으로 한바탕 그간의 감정을 쏳아내는 최박사의 모습을 바라보던 우진이 최박사의 양쪽 어깨를 자신이 서있는 방향으로 돌려세우고 시선을 맞추며 장난 섞인 목소리로 최박사의 물음에 답 하였다.
[어이 의사선생 너님이 모르면 누가 알겠어요. 허긴 나도 요즘 이상한 환자들 투성이다. 엄지 손가락이 아프다고 찾아오는 환자가 부쩍 늘었어. 아 맞다! 아까 네가 보던 그 환자도 내가 보던 환자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엄지손가락과 정신병 환자는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잠시 대화가 단절되는 틈을타 음악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놀란 두 사람이 음악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옥상벤치에 앉아 까르르 거리는 한 무리의 간호사 선생님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우진이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최박사의 시선을 돌려세웠다.
[아! ~ 맞다! 이제야 생각이 나네.] [아까 그 차트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왜?] [확인해 보고 이야기해 줄게] [왜? 뭔데] [야 빨리 마셔 차트 다시 한번 보자] 우진의 등살에 최박사는 가지고 있던 커피를 마실틈도 없이 서둘러 죄박사의 진료실로 향했다.
[맞네!] [뭐가?] [이 사람들 정형외과 진료받던 사람들이야.] [그것도 모두 엄지손가락 아프다고] [뭐! 진짜?] [그렇다니까. 그럼 이 사람들 모두 정신병동에 있는 거야?] [응] [왜?] [몰라! 그래서 환장하겠어 이유를 모르니...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는 거야?] 우진 쪽으로 바짝 다가서며 최박사가 묻자 깊은 한숨을 내쉰 뒤 한심하다는 말투로 자신을 방문했던 환자를 회상하던 우진이 답했다. [칫! 휴대폰을 너무 많이 봐서 손가락이 아프시단다. 아주 팔자가 늘어지신 계지 인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휴대폰을 많이 보는데 왜? 엄지 손가락이 아파?] 정형외과 노우진 교수가 왼쪽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들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가로방향으로 벌리고 검지손가락은 수직으로 세웠다.
그리고 중지를 반쯤편 자세를 위지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를 엄지손가락 위에 올려두었다.
화면은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뒤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지가 핸드폰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
우뚝 선 검지 손가락이 세로로 긴 핸드폰의 중심을 잡아주자 하중이 엄지손가락에 실렸다.
[자~ 이렇게 오랜 시간 있으려니 엄지손가락에 무리가 가겠지 핸드폰의 하중이 모두 엄지손가락에 쏠리니까 도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 엄지손가락이 아플까?]
우진의 시범에 닥터최는 드디어 공통점을 찾았다는 생각과 설마 하는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공통점이라 조금 더 확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닥터최가 들고 다니던 노트에 조금 전 정형외과 노우진 선생과의 대화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을 적어 두었다.
수첩을 접어 입고 있던 흰색가운뒤로 드러난 파란색 바탕에 작은 좁쌀무늬 점이 박혀있는 드레스셔츠의 앞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박사가 이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해병원 닥터 최입니다.] [의논이 필요한데 잠시 만날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공통점 하나를 찾은 듯합니다.] [예 기다리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형사가 다급한 모습으로 닥터최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뭡니까? 뭘 찾았다는 겁니까?] [형사님 숨좀 돌리시지요] [아닙니다. 전 그게 더 급합니다.]
[우선 형사님에게 한 가지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예 말씀 하시지요] [형사님은 요즘 빈번한 몽환 환자의 현장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어 몽환 환자라고 이야기했지만 이형사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아뇨... 아니지 예! 한번 오늘 한번 보기는 했습니다 그러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지요?]
[아 ~ 오늘 처음 보셨다면 아직 공통점을 찾지는 못하셨겠네요.!]
[그렇다면 제가 이야기를 해 드려도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뭔가요? 최 선생님이 찾으셨다는 공통점이....?]
[사실 오늘도 네 명의 몽환 환자가 들어왔어요. 저 역시 형사님처럼 공통점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찾아보았답니다.] [그래서요?] [그러던 중 정형외과 동기가 제 차트를 보더니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요?] 닥터최가 이형사에게 차트를 내밀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형사님!] 오늘 들어온 환자들의 차트를 이형사 쪽으로 내밀어 보이며 [이 환자들 정신병동에 오기 전 한 가지 공통적으로 다녀온 곳이 있었어요.] [거기가 어딘가요?] [정형외과입니다.] [예? 정형외과요?]
[예!] [이형사님 오늘 들어온 몽환병 환자 특이한 점 없던가요?] [모르겠던데요. 특이사항 없었어요.] [혹시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던가요?] 최박사의 말에 놀란 이형사의 눈썹이 처진 눈을 끌어올렸다. [아니 그걸 어떻게...]
# 새로운 세계
준범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또 한 번 파란빛이 번쩍였다.
한번 겪었던 강열한 빛이었지만 이번에도 너무 강렬해 제대로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빛이 최대치에 도달하고 사라지기 전 한차레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주변상황을 알아야 했다. 준범은 필사적으로 눈에 담으려 했지만 여전히 너무 짧은 시간 탓에 정확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혀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이 평소의 차림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뭐지? 어디서 봤는데...]하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분명 pc방에 있었는데...] 그 순간 준범이 무언가를 생각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