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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전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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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n 16. 2023

오리스의 편지

판타지 [시전 7화]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형사를 바라보며 최박사가 질문을 이어나갔다.

[조금 전 이 형사님 깨서도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시는 것을 보면 그 부분을 확인하신 듯한데.... 맞나요?]

[예! 조금 전 PC 방에서 그런 사람을 봤습니다만...] 최박사의 물음에 필터링 없이 즉흥적인 답을 말하고 있던 이형사가 준범을 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푸른빛은 뭐지?] [푸른빛이요?]

[아닙니다.] [이 형사님! 우리는 한 팀인 줄 알았는데요 아닌가 봅니다.]

최 박사가 나무라듯 이 형사에게 따져 물었다.

이형사가 시선을 끌어올려 최박사의 시선과 마주했을 때 그의 눈에서 서운함을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의 변화만 있어도 이형사에게 자신의 성과물을 자랑하던 최박사였기지만, 이형사는 자신의 성과물을 나눠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최박사의 성과만을 일방적으로 얻어가고 있었기에 서운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최박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미간 사이가 좁혀졌다. 까만색 뿔테안경이 미간을 가리고 있었지만 고개를 숙인 채 눈알을 치켜뜨고 있었기에 안경 너머로 잔뜩 좁혀진 미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 또한 연관성이 있는 건지 확신이 없어서요] [이야기해 주시지요!]

단호한 최박사의 어조에 당황한 이형사가 조금 전 상황을 전달해 주었다.

[좋습니다. 조금 전 PC 방 CCTV를 통해 몽환병 환자의 증상 전 후를 보았는데요] 최 박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호기심에 찬 모습으로 경청했다.

[휴대전화를 보는 듯했는데 칸막이에 가려져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갑자기 파란 발광이 생겼다가 사라졌어요. 그 뒤로 이상 증상을 보이더라고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의사인 최 박사 처지에선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 또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하기로 했고 최박사는 노트에 파란 발광과 의문의 물음표를 적어 넣었다.


그날 저녁 이 형사가 팀원들과 허름한 고깃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큰 대로변 뒤쪽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출입구, 그리고 출입구 정면 세로로 긴 유리에 소금구이라고 적혀있는 붉은색 글씨가 기름에 절어 검붉은 색처럼 보였다.

희미한 유리문 너머로 이형사와 팀원의 모습을 웃으며 반기는 족히 여든은 넘어 보이는 할머님의 모습이 정겹다.

[행님! 한잔하시고 오늘은 좀 쉬이소] 일행 중 한 명이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며 이야기했지만, 술잔을 받아들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행님! 그러다 장가도 가기 전에... 에이 그라문 않되제] 말없이 생각에 몰두하며 소주잔을 비우는 이 형사의 시선이 유리문 밖으로 이어폰을 하고 휴대전화로 영상을 시청 중인 학생에게 꽂혔다.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를 보면서 최 박사와의 대화를 생각하며,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길을 잃은 눈동자가 허무하게 굴러다니다 뉴스 진행자의 목소리에 서둘러 돌아왔다.

식당구석에 자리한 TV가 주방 쪽을 향해 있었다.

돌아누운 화면에서 알 수 있듯 손님의 편의보다 노파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기기임을 알 수 있었다.

특파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시종일관 덤덤한 태도로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의 모습이 궁금해진 이형사가 고개를 틀어 화면 속 특파원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알 수 없는 질병에 러시아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모스크바 내 붉은 광장의 모습입니다.

넓은 광장에 관광객들이 보이는데요. 한 남성이 거리에 서서 휴대전화기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푸른 발광이 나더니 남성이 멍하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발광에 놀란 시민이 남성을 건드려 보지만 남성은 아무런 미동이 없습니다.]

[이런 증상이 러시아뿐만 아리나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의 원인 파악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KMS 뉴스 신태화입니다.]

이 형사가 받아두었던 술잔을 비우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경찰서로 향했다.

[행님!] [어! 그래 미안하다. 마저 마시고 와라] 하며 황급히 가계를 나갔다.

잠시 후 가계 문이 다시 열리더니 이 형사 들어와 소주를 주던 일행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 [행님이 아니라 이럴 땐 햄! 이라고 하는 거다.]

[그리 갈카줘도 모르나 이자슥 우야꼬] , [으이] , [사투리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 짜슥아!] 하며 다시 돌아나간다.

[햄?] [행님이 아니라고? 와~ 힘드네] [니는 왜? 사투리를 쓰려고 하는데?] [멋지잖아. 하하하!]

[미친놈] , [빨리 먹고 일라자!]



                              

# 모험의 시작     


무엇보다 마을에서는 라이트 같은 마법을 사용할 일도 없으며 피로도 혹은 hp와 mp를 회복하기 위해 마을에 머물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저곳엔 NPC들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어 아주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준범은 마을 내 창고 NPC를 통해 자신의 특수보관창고로 이동했다.

그간 게임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주로 모여 있는데 일반창고와는 다르게 특수 창고에는 고급아이템들을 보관하고 있다.

[어디 보자 뭐가 좋을까?] 자신의 인벤토리에 부족한 것들을 채워 넣는 준범은

어느덧 이곳 생활이 익숙해진 모양이다.

창고를 나와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던 준범은 NPC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내를 보았다.

자신 말고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본 것이다.

준범은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다.

[여보세요! 저기요!] 사내가 놀라 준범에게 다가간다. [살려주세요, 여기가 어딘가요?] 이 사내는 준범보다 아는 것이 더 없어 보였다.

[이곳은 게임 속입니다.] [나도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게임 속인 건 확실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그건 저도 몰라요] [나도 알아가는 과정이라]

[앞이 보이지 않아요] [아~! 라이트 온 하세요] [예? 라이트온 이라고요?] [예 그래야 앞을 볼 수 있습니다.]

준범의 조언으로 사내의 시아가 밝아지자 준범에게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 역시 알아가는 과정이라 더는 도와드릴 수 없겠네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내의 가슴에 새겨진 마크를 보았다.

붉은색으로 불화(火)가 있는 것이다. 적혈이었다.

게임 속 자신의 반대 혈맹 원으로 평소 준범의 혈맹에 반기를 들던 혈맹

‘화혈’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난 적이지만 반갑기는 했다.

준범의 가슴에는 노란 테두리에 파란색 AC 마크가 있다.

준범은 AC 혈맹의 전사케릭으로 게임 내에서도 워낙 유명했다.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살아있는 인간을 만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자신의 창고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물품들을 사내에게 건네주고 준범은 아지트로 돌아갔다.

전혀 실익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곳에 자신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받을만했다.

아지트 지하에 마련된 침실로 내려가려는데 누군가 아지트로 귀환하는 소리가 들렸다.

[쉬 이익] 지하에 있던 준범은 소리에 놀라 서둘러 1층으로 올라갔다.

[아니 너는!] 준범은 혈맹 원 중 서열 2위이다.

전투력으로 따지면 서버 내 1위이지만 전사케릭은 군주케릭이 있어야 혈맹창설이 가능하므로 군주 바로 아래 서열 2위이다.

그런데 조금 전 귀환한 녀석은 AC 혈맹에 유일한 외국인 친구 러시아인 두호였다.

평소 게임 속에선 자국인들은 음성으로 소통하는데 러시아 친구인 저 녀석은 늘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했었다.

본명은 BABKEN NAZARETYAN이지만, 그들은 그를 ‘두호’라고 불렀다.

그가 실명과 상관없이 두호라고 불렸듯 두호역시 준범을 캡이라고 불렀다.

캡은 captain의 다른 표현이었다.

서버 최고의 겪수이며, 혈맹의 실질적 주인인 준범에게 붙여진 별명이 통상의 명사가 된 것이었다.

난감했다. 하필이면 의사소통도 안 되는 두호를 만나다니.

게임 속이면 번역기라도 사용하겠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치겠네... Hi 두호] [하이캡] 그 이후 두호가 뭐라고 말을 많이 하긴 했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게임] , [유어 인벤토리체크] , [오케이?]이 정도가 전부였다.

준범만큼이나 저 녀석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준범 역시 아는 바가 없는데 말이다.

준범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떻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아지트 밖에서 아까 만났던 화혈의 그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적혈이라 아지트에는 들어올 수 없기에 밖에서 안쪽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저기요! 혹시 퀘스트 하셨나요?] [퀘스트? 무슨 퀘스트 말인가요?] [조금 전 전사님이 게임이라고 알려주셨잖아요] [그래서 제 인벤토리를 열어봤는데 평소에 보지 못했던 편지 한 장이 있더라고요] [읽어보니 퀘스트 내용이던데... 전사님은 없던가요? 나만 있는 건가?]

레벨이 높으면 아이템 드랍률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일일이 다 검사하지 않는다. 특히 서류뭉치들은 더욱이 그렇다.

대부분 상급아이템들은 무기류 혹은 방어구 등으로 분류하지만, 서류들은 이동주문서 같은 것이 대부분이라 구석에 처박아두었다가 대부분 일반 창고보관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준범이 서둘러 인벤토리를 열어보니 기존의 서류뭉치들과는 조금 다른 색상의 두루마기가 도착해 있었다.

[리스의 편지?] [용사님 퇴마의 탑에 갇혀있는 리스입니다. 제가 무사히 이곳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도움을 주신 용사님에게는 오리스의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난이도는 총 5단계이며 단계마다 특별한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퇴마의 탑 10층 보스 메두사를 제거 후 메두사의 머리를 습득하세요. 

퇴마의 탑 30층 보스 핼바운드를 제거하고 핼바운드의 송곳니를 습득하세요. 

퇴마의 탑 50층 보스 공포의 드라큘라를 제거하고 드라큘라의 망토를 습득하세요. 

퇴마의 탑 70층 보스 이리스를 제거하고 이리스의 반지를 습득하세요. 

퇴마의 탑 90층 보스 그림자 보스를 제거하고 그림자의 목걸이를 습득하세요. 

이 모든 것을 지니고 99층 오리스의 감옥으로 오시면 당신의 세계로 가는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준범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의 세계로 가는 길을 알려 드리겠다.] [그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잠시 희망이 생기긴 했지만 만만한 퀘스트가 아님을 직감했다. 

준범이 혼자 층별 보스를 잡는다는 건 힘든 일이다. 

아무리 lv82의 전사이지만 힐러나 법사 없이 혼자 단독으로 잡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실 간혹 게임 중에도 층별 보스를 단독으로 사냥하긴 했지만, 그 경우 법사의  풀마법 상태의 모든 버프가 시전 된 상황에서의 사냥이었다. 

그것 역시 50층까지가 전부였다. 상위층은 독식할 수 없다. 

여러 번 사냥하긴 했지만, 그때는 파티 원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독으로 사냥하려면 고급 물약이 얼마나 소모될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많이 있다고 한들 대미지를 물약이 따라가 줄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물러날 곳도 없으니 두들겨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두호가 있다는 것이었다. 

두호가 선두에서 잡다한 몬스터들을 유인만 잘해주면 보스와 1:1 상황이 된다. 

그러면 전혀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의사소통이었다. 준범은 밑져야 본전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호에게 말을 건넸다.

[두호! 인벤토리, 퀘스트 체크 오케이?] [퀘스트?] [그래 퀘스트 이리스의 편지... 아! 씨! 편지가 영어로 뭐지... 그래! 레터 오리스레터 오케이?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공부 좀 하는 건데... 하여간 나도 졸 X 한심하다..] 라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때였다. 

두호가 준범을 향해 짧은 미소를 보이며 연신 ok를 토해냈고 그 모습으로 보아 다행히 알아듣는 듯했다. 

잠시 후 두호가 뭐라고 하는데 뭔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느낌은 언제 가느냐 어디로 가느냐 작전은 어떻게 할 거냐 뭐 그런 느낌이었다. 

소통이 안 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라며 연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우선 준범은 바닥에 생각나는 데로 1층부터 10층까지의 동선과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10층 보스 메두사도 그렸다. 그리고 몸짓 발짓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보스 앞에 작은 막대기들을 그려놓고 [두호 이거, 이거, 이거 데리고 화살표를 길 게 그으며 아웃 OK? 내가 보스 1:1 OK? 그러자 두호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웃으며 OK 하며] [켑 go] 하며 시아에서 사라졌다.

두호는 말보다 행동이 빠른 친구였다. 때로는 직설적인 성격 탓에 화끈한 공격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지나친 걱정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두호의 성격 때문에 일지 잘 풀리는 경험도 자주 했던 터라 혈맹원들 사이에서 화끈 두호라고 불리기도 했다. 

두호가 사라지고 준범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사실 10층의 메두사나 30층 헬 바운드 정도는 준범 혼자서도 가능하긴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공략을 위해 파티 원들 간의 호흡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먼저 도착한 두호가 라이트를 켠 탓에 주변을 잘 볼 수 있었지만 준범 역시 라이트를 켰다. 

나중에 두호가 잔챙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면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리 켜야만 했다.

[라이트온] 

그들이 도착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거리는 직선기준으로 불과 100m에 불과했고 다른 층 역시 비슷하다.

그리고 10층 보스 방까지는 직선거리로 보면 불과 50m 정도에 불과했지만 길이 꼬불꼬불하고 막힌 길도 있어 잘 찾아야만  했다. 

다행인 건 준범도 그렇지만 두호 역시 lv78의 준범과 같은 전사 케릭이라 보스  사냥에 많은 경험이 있는 친구 인지라 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둘은 막힘없이 한 번에 길을 찾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잡다한 몬스터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층의 보스방은 미리 약속을 하였지만, 그 밑의 구간은 어떤 상의도 없었다.

사실 이야기하기 전 두호가 먼저 사라졌기에 약속하지 못한 것일 뿐 약속 없이 올라와도 될 만큼 두호는 자신감이 있었다.

준범을 뒤로하고 두호가 먼저 방향을 잡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칭찬받기 위한 몸짓처럼 보였다.

따라가던 준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들의 입장과 동시에 메두사무리가 달려들었지만 선두에 있던 두호가 입구 쪽으로 달려드는 메두사를 단칼에 베어 나갔다.

화끈 두호의 현란한 칼질로 무난히 전진했고, 그 덕에 준범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 뒤를 따랐다.

바닥에 널브러진 메두사의 시신이 마치 길을 안내하는 듯했다.

사방에 흣날린 메두사의 청혈(靑血)때문에 걸을 때마다 자박자박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단숨에 10층에 도착한 둘은 미리 약속한 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상적이 호흡이었다. 먼저 두호가 앞장서 잡다한 몬스터들 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곤 빠른 걸음으로 그것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괭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니 윈드워크(모든 행동이 2배 빨리 되는 마법)를  실행한 듯했다. 

그런 두호에게 9층까지 올라오면서 입었을 피해를 치료해 주기 위해 준범이 치유마법을 시전 하자 잠시 뒤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땡큐켑 하하하!]

두호의 모습이 시아에서 사라지자 잠시 후 메두사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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