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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전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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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l 02. 2023

다혜와 주역의 조우

판타지 [시전 20화]

요란하던 소리가 잠시 멈췄다 들리길 반복했다.

마리가 몸을 반쯤 틀며 양발을 조금 벌리면서 다시 활시위를 당겨 소리 나는 쪽으로 화살 끝을 겨눴다.

그 모습에 다혜 역시 활시위를 당겼다.

두호가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장검을 끄집어내어 자기 오른손에 들고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듯 잔뜩 자세를 낮추었으며, 호진 역시 자기 주 무기였던 언월도를 양손에 감아쥐고 그것이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동굴 속에서 또 한 차례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이전의 소리와는 사뭇 다른 소리였다.

[그르릉 에이 캭~ 퇴] 인간의 소리였다.

인간의 소리에 다혜가 경계를 풀며 마리와 호진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마리와 호진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잠시 후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한차례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 더럽게 무겁네!] 틀림없는 인간의 목소리였다.

인간의 목소리를 확신한 호진이 동굴 안쪽을 향해 [누구세요?] 하며 소리치자, 동굴 안쪽의 사내가 도리어 [누구세요?] 하며 반문을 해왔다.

안쪽의 사내와 바깥쪽의 일행이 잠시 대치 상태로 있을 무렵 뒤쪽에 있던 다혜가 안쪽의 사내에게 소리쳤다.

[혹시! 주역이니?] 

[예! 다혜 누나야?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둘의 짧은 인사에 양쪽 모두 팽팽했던 긴장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빨리 나와봐 여기 마리 언니하고 호진 오빠도 있어] 

[빨리 가고 싶은데 너무 무거워서 빨리 못 나가 잠시만 기다려] 경계심이 풀린 다혜가 동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지만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잠시 후 다혜와 주역의 모습이 드러났다.

[호진 이형, 미리 누나~] 주역이 커다란 황금빛의 여왕개미의 날개를 둘러메고 여전히 끙끙거리며 인사를 하자 지켜보던 호진과 마리, 두호가 박장대소하며 이야기했다. 

[뭐 하냐? 어디다 쓰려고 그걸….] 

[아~ 형님 이거 투명망토 마지막 퀘스트예요 다른건 진작에 다 모았는데 이거만 남았었거든요. 하하하!] 

[인벤에다 넣어서 가져가야지 그걸 들고 다니냐? 무겁게] 

[알지요. 저도 그런데 이 녀석은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이제 가까운 마을로 가서 만들어야지요. 하하하] 주역의 멋쩍어하는 웃음이 다시 한번 모두를 웃게 했다.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지만 마법사가 없으니,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없었다.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갈 방법은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또다시 혈맹원이 무작위로 흩어져 지금까지의 수고가 허투루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야! 금방 온다며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왜! 늦었어? 이건 또 뭐냐] 정찰을 위해 잠시 돌아본다던 주역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과 불안함을 느꼈을 다혜가 눈앞에 다시 나타난 주역의 모습에 안도의 마음과 원망의 마음이 교차했다.

다혜가 눈을 흘기며 주역의 눈을 응시하자 연신 '미안 미안'을 외치던 주역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 

[근데 우리 어떻게 나가?] 모두가  걱정하고 있을 무렵 뚫린 천장 사이로 이마리를 애타게 부르는 준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야~] [마리야~] [이마리~] 

[오빠 여기에요~] [

허공을 가르던 둘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아래 있니?] 

[예 우리 여기 있어요.] 잠시 후 흙먼지를 일으키며 준범이 아래로 내려오자, 그 뒤로 기태와 데이비드 그리고 현준까지! 뒤따라 내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안부를 묻다 문득 어정쩡하게 서서 등에 짐을 짊어진 주역을 보여준 범이 말했다. 

[역아 설마 너 투명망토 퀘스트 하니?] 

[예 하하 역시 고수는 알아보네요. 그런데 우리 어떻게 나가요? 힘들어 죽겠어요.] 

[뭘 어떻게 나가 혈맹 귀환하면 되지!] 준범의 말에 순간 마리와 다혜, 주역 그리고 호진까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뭘 보고만 있어 어서들 혈맹 귀환해] 준범의 말에 하나둘 아지트로 귀환했다. 



------- 게임용어 ------- 

1) 퀘스트:  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게임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요소로, 임무를 달성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2) 투명망토: 착용하면 자기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망토로 과거 해리포터에도 등장한다.

3) 언월도: 삼국지에 관우가 사용했다던 창으로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큰 칼.

길이는 6자 7치(203cm) 정도이며, 칼날은 끝이 넓고 뒤로 젖혀져 있다. 

언월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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