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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n 09. 2024

수직 홍채 3

니콜라스 테슬라

검은색 슈트에 짙은 눈썹, 조각 같은 이목구비 거기에 족히 190은 돼 보이는 훤칠한 사내가 카페에 앉아 시선을 떨군 채 고민에 잠겨있었다. 

사내가 창가 쪽에 앉아 있었는데 워낙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 때문에 행인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그를 힐끗거리며 훔쳐보았지만, 사내는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저~ 혹시 뭐 필요하신 게 있을까요?" 한참을 지켜보다 용기를 낸 여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하지만 사내는 여인 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여전히 테이블만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요~ 손님!" , "……."

"뭐야! 안 들리나?" 입을 삐죽 내밀고 돌아가는 여종업원이 얼굴이 붉어지며 나직이 말했다. 

 그 모습에 수군거리던 다른 여종업원 몇이 히죽거렸고 더러는 큰소리로 웃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저 사람 집중하면 누가 불러도 모른다니까" 히죽이며 웃던 무리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사내의 휴대전화에서 요란한 벨 소리가 울렸다. 

너무나도 큰 벨 소리에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사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사내는 같은 소리가 서너 번 더 울리고서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기 전 이미 발신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일상적인 인사말이었다.

"테슬라 어디 있나?"
- 로즈에 있어요.
"오늘도 로즈에 갔다고! 자네 그곳을 좋아하는구먼."
- 여기 오면 집중이 잘 되거든요. 그런데 왜? 전화하셨나요?
"아! 잠시 들어오겠나 전할 말도 있고 소개할 사람도 있고 해서 말이야."
- 당신이 말하던 그자가 왔나요? 알았어요. 지금 들어갈게요.

통화를 마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로즈를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왼쪽 건물과 로즈 사이의 골목길로 그가 빠르게 달렸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허공에 옅은 보라색의 일렁임이 손바닥만 하게 보였지만 그가 도착할 때쯤 한쪽 벽을 매울 만큼 커져 있었다.

한쪽벽을 가득매운 일렁임은 투명에 가까워 뒤의 모습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사내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뛰어 들어갔고 일렁임 속으로 사라졌다.




"여기는 어딘가?" 무사시가 물었다

"여기는 우리가 생활할 비밀 아지트라네 이곳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에, 저들에게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고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지." 김창수가 웃으며 말했지만, 무사시는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는 거야? 아지트? 차원? 무슨 소린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네." 무사시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잠깐만 기다려! 동생, 테슬라는 언제 온다던가?" 그늘이 질 만큼 깊게 파인 주름과 넓은 이마, 날카로운 눈매,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말했다. 

그 순간 허공에서 테슬라가 "나 찾았어?" 하며 나타났다. 

"아이 깜짝이야! 야! 인마! 문으로 다니라고 몇 번을 말해!" 범도가 화가 난 목소리로 고함치듯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조용히 좀 말해! 화통을 삶아 먹었나" 테슬라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아~ 저 자식 또 반말이네" , "젊을 때 소환돼서 그러지 내가 너보다 나이 많거든." 테슬라가 따지듯 소리치자, 범도가 못마땅한지 고개를 획 돌려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창수가 크게 웃으며 "하하하! 그만들 하세요." 하며 한발 다가섰다. 

"이봐 동생 저 친구 진짜 몇 년생이야?" 범도가 콧수염을 다듬으며 물었다. 

"두 분 모두 용띠니까 형님보다 12살 많아요." 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에잇! 이거야 원…. 자네는 왜? 아니나. 어휴 내 팔자야~ 범도가 가슴을 치며 돌아앉았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무사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창수를 향해 "완전히 오합지졸이구먼.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뭘 어쩌라고 날 데리고 온 거야!" 하며 따졌다.

무사시의 말에 발끈한 범도와 테슬라가 그를 노려보았지만,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 

매일 밤 보체길래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애송이들만 있고…. 쯪쯪 무사시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뭐! 애송이! 이자가... 범도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자, 그 소리에 무사시가 순간 칼을 빼 들었다. 

순간 "탕!" 하고 총성이 하늘에 울렸다.

"뭣들 하는 거야! 당신들 제정신이야? 이런 모습 후손들이 알면 퍽도 좋아하겠다. 이레 가지고 무슨 세상을 구한다고.... 이럴 거면 당장들 돌아가!" 김창수가 걸쭉한 목소리로 고함치듯 소리쳤다.

단호한 창수의 모습에 테슬라와 범도는 침묵했지만 무사시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져 앉았다.

"그.... 그게 뭐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범도의 손을 가리키며 무사시가 물었다.

"뭐? 이거? 총말이야?" , "총?" 무사시가 범도의 총에 시선을 고정한 체 말했다.

"아~ 처음 봤을 테니 놀랄 만도 하겠군 이게 말이야..." 범도가 다가서며 설명하려 하자 무사시가 뒤로 물러서며 부러진 칼을 들어 범도 쪽으로 뻗어 경계를 하였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창수가 무사시 앞으로 다가서 부러진 칼의 끝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아 젖히며" 놀랐지? 미안해 그러게 내가 이런 걸로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하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러니까 뭐야 정리하자면 우리가 이동하는 차원의 문을 고양이눈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만들려고 한다는 거야?" 무사시가 물었다.

"뭐 그런 샘이지" 테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 그 녀석들은 만들면 안 돼?" 무사시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결국 기동성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내가 당신을 데리고 왔듯 저 녀석들도 누군가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이야. 김창수가 말했다.

"그러면 다 죽이면 되는 거네, 몇 명인데?" 무사시가 허리춤의 칼을 만지작 거리다 범도와 눈이 마주치자 잡고 있던 칼을 조용히 밀어 넣었다.

"그게 간단한 게 아니야! 우리는 그들로부터 살생을 막기 위해 이곳에 모인 거야! 처음엔 녀석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 혼자서도 가능했는데 어느 순간 녀석들이 많아졌어! 그러다 보니 이제는 혼자만의 힘으론 어림없어졌지 그리고 그 녀석들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죽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 특이한 건 유명인사들이 주로 타깃이 된다는 거야" 김창수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런데 왜? 나지? 누가 날 무슨 기준으로 선택했냐는 말이야!" 무시시가 물었다.

"자네가 나를 꿈속에서 봤듯 나 역시 그랬어! 다만 자네들은 내가 불러들인 것이고 나에게 수직 홍채 녀석들을 막아야 한다고 알려준 사람은…." 

잠시 말을 멈춘 김창수가 마른침을 삼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지 묻기도 전에 죽었어! 날 살리기 위해." 김창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뭐야! 내가 잘못 물어본 건가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냐? 그까짓 일로 사내가 눈물을 보이면 나더러 다음 질문은 하지 말라는 뜻인가?" 무사시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 

"맞아! 자네 말이 맞아! 당연히 알아야지, 다만 나의 그릇된 판단으로 동료를 잃었다는 생각에 목이 멨을 뿐이야. 누가 되었건 같은 일로 눈물을 흘리기 싫어 그러니 자네들 부디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네!" 김창수가 감정을 추스른 후 말했다. 

"내 사연이야 차차 말해주기로 하고 먼저 지금 급한 건 차원 의문이 생성되었을 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방법이야 지금까지는 유명 인사들 위주로 최근 특이 동향이 있는지 관찰을 통해 알아냈지만 분명 그건 한계가 있거든." 김창수가 말했다. 

"그러면 어쩔 생각인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가?" 범도가 물었다. 

"우선 무사시 자네는 흐름을 이해할 때까지 범도와 함께 다니도록 하게 그리고 테슬라 자네는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뭐가 되었건 공통점이 있는지 알아보고 범도는 무사시와 함께 수직 홍채 녀석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봐 그러다 혹시 차원 의문 발견하면 언제든 연락해 주고 무사시는 잘 보고 숙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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