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선 Jun 20. 2024

수직 홍채 5

RESET 리셋

테슬라가 가방을 열어 개미귀신처럼 생긴 장비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건 제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들어본 감지기입니다. 아직 미완성이라 근접거리에서만 감지되지만 이제 확실해졌으니 기능을 업그레이드만 하면 기존처럼 조각을 찾는데 걸리던 시간이나 노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어요."

"뭐! 그게 정말이야! 우와~ 대단한걸 하하하!" 범도가 크게 웃으며 말했지만 무사시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약간 따분해 보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예리했다. 

"그러면 그 장치를 이용해 조각들을 감지하고, 즉시 파괴한다는 말인가?" 무사시가 물었다.

"맞습니다, " 테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김창수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만약에 말이야~ 녀석들이 이미 상당한 조각을 모았다면?

김창수의 물음에 테슬라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들의 계획을 저지해 봐야지요. 그리고 이건 당신이 나를 이리로 부를 때 했던 말 이잖아요. 정말 제 생각처럼 녀석들이 우리를 위협할만한 무언가를 소환하려 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힘을 합쳐 그들을 막아야겠지요. 그리고 보니 이 말도 당신이 나에게 했던 말과 비슷한데요. 아닌가요?" 테슬라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되물었다.

"맞아! 지금도 같은 생각이고. 단지 내가 물었던 건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어."

김창수의 말에 화가 난 테슬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그런 의문을 가질 수 있지요? 우리를 부른 것도 당신이고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도 당신인데 우리에게 이런 신념을 줬으면서 어떻게 우릴 믿지 못하고 의문을 가지냔 말입니다."

테슬라의 격양된 목소리에 김창수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미 안 해! 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관찰하고 의심해야 하며, 연구해야 하는 자리에 있어 물론 자네들을 믿지만 실은 자네들을 선택한 게 나였기 때문에 내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을 뿐이야."

김창수의 말에 범도가 다급했는지 사투리를 써 가며 진화에 나섰다. "아 마 됐구먼! 그만해라. 굳이 말 안 해도 다 알제! 안 그랴?"

그의 중재 때문인지 모두가 공감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순간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참지 못한 범도가 테슬라와 창수 주변을 분주히 오가며 말을 걸었다. 

"이봐! 테슬라 아까 그거 나도 한번 보세 그거 이름이 뭐라고 했지? 감지기? 이보게 들 이것 좀 봐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하하 이봐 창수 거기 있지 말고 이것 좀 봐 꼭 개미귀신같이 생겼어! 하하하!" 

범도의 행동에 웃음이 터진 테슬라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그리 애쓰지 않아도 돼 내가 설마 대장을 의심해서 그랬겠나? 그리고 이게 어딜 봐서 개미귀신이야! 남의 걸작을 가지고 그리 놀리면 되겠는가? 하하하!" 

"뭐! 대장? 누가 대장이야? 설마 창수? 대장은 나 아니었어?" 범도가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 처음 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여기 진짜 대장이 누구야?" 좀처럼 말수가 없던 무사시가 물었다

그의 말에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일제히 김창수를 쳐다보았고 그들 중 테슬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는 김창수가 데리고 왔으니, 그가 대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창수가 데리고 왔거든 나이는 어리지만 굳이 대장이 있어야 한다면 나도 창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범도가 말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당신이 우리들 대장이다." 무사시가 김창수 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거 하나씩 받으세요." 테슬라가 손바닥 크기만 한 휴대전화와 흡사한 검은색 장치를 건네며 말했다.

"이게 뭔가?" 재일먼저 건네받은 김창수가 테슬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지난주에 말씀드렸던 감지기입니다. 개미귀신처럼 생겼다고 하셔서 모양을 바꿔 봤어요. 물론 성능도 훨씬 업그레이드시켰고요." 그가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벌써 다 만들었다고? 고작 8일 만에?" 뒤쪽에 있던 무사시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8일이면 오래 걸린 거예요. 개미귀신같다고만 안 했으면 5일이면 됐을 텐데 늦은 편이지요." 테슬라가 법도를 쳐다보며 말했다.

"에험 그 친구 뒤끝 있네." 범도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건가?" 김창수가 물었다.




차원의 문으로 이동한 김창수의 눈앞에 어머어마한 인파가 보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파에 휩쓸려 몸조차 가늠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아이고~ 뭔 사람이 이렇게 많아?" 인파에 휩쓸린 창수가 탄식하듯 말했다.

"이봐요! 밀지 말아요! 나가야 한다고요." 사람들에게서 멀어진 김창수가 가까스로 근처 편의점 안으로 구겨지듯 들어갔다.

그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설 때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의 벨 소리가 들렸지만 곧바로 받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대장 찾았어요?" 테슬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아직이야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신호는 잡히는데 그쪽으로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어!" 창수가 말했다.

"아니!...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많길래..." 이곳의 사정을 알 리 없는 테슬라의 목소리에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수치에 대한 궁금증 보다 감지기를 썼음에도 현장을 바로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김창수는 그런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책임감은 저들이 자신을 대장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후 더욱 심해졌다.

그는 그들이 자신에게 부여한 호칭의 무개를 성과로서 보답하겠노라고 마음먹었던 터라 테슬라의 조금 전 반응이 아팠다.

"진짜로 많아한 발짝 도내딛기 힘들 만큼 많다고~" 김창수는 이미 끊어진 전화기에 대고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

"뭘 찾으세요?"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 사장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뭘 사려는 게 아니고 밖에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왔습니다." 구시렁거리던 김창수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요, BTS 콘서트 하는 날인데..." 창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서 알 수 없는 미소가 읽혔다.

'저 미소는 뭐지?' 김창수는 도무지 감정을 읽지 못할 조금은 낯선 미소를 보였던 여 사장을 등진체 시선은 밖의 인파 속으로 밀어 넣으며 "언제쯤 끝나나요?" 하며 물었다.

"공연은 이미 끝났어요! 아직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과 여흥을 즐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이러는 거라 알 수 없어요."

인파 속에 있던 김창수의 시선이 여사장 쪽으로 빠르게 날아 그녀의 미간에 앉았다.

"그러면 저기 빌딩 쪽으로 가려면 이 쪽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나요?" 김창수가 그녀의 미간을 바라보며 물었다.

"있기는 한데 저걸 타도 한참을 돌아가셔야 할 거예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택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장에 도착한 김창수가 테슬라에게 받은 감지기를 꺼내 이리저리 흔들다 조금 특이한 차원의 문 조각을 발견했다.

보통은 손바닥 크기 정도에 반투명 색상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가 발견한 조각은 조각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컸으며 조각보다는 뭉탱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크기도 컸거니와 짖은 붉은색을 뛰고 있어 마치 인테리어를 위해 준비한 작품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워낙 생김이 눈에 띄는 터라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도 눈에 들었던 그것이 설마 자신이 찾던 차원의 문 조각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처음 접해보는 크기에 정보를 공유해야겠다고 판단한 창수가 그것을 현장에서 파괴하지 않고 아지트로 가지고 돌아와 동료들을 불렀다.




"와~ 이게 뭐야~ 엄청난걸" 놀란 눈으로 차원의 문 조각을 바라보던 범도가 말했다.

"그러게 나도 처음 보는 크기네" , "이 정도면 큰 건가?" 무사시가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테슬라! 혹시 물리적 신호 같은 게 잡히진 않니?" 김창수가 물었다.

"일단 검사는 해 봐야지요. 먼저 그러려면 장비가 필요하겠는데..." , "어! 그건 내가 가져다줄게" 검사장비가 필요하다는 말에 김창수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김창수가 출입문을 열자 문 밖이 일렁이며 마치 그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듯했고 그는 일렁임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의 모습이 일렁이는 차원의 문으로 사라지는 순간 "쾅!" 하는 폭팔음과 함께 거센 화염이 들이닥쳤지만 그것을 느끼기 전 이미 김창수는 그곳을 빠져나온 후였다.

테슬라의 장비 가방을 들고 그들이 있던 공간으로 돌아온 김창수를 맞이한 건 폭팔음과 함께 사라진 난장판의 아지트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료의 빈자리뿐이었다.

이전 04화 수직 홍채 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