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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n 30. 2024

수직홍채 7

에거사 크리스티

평소 지역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5선의 정치인인 김종석 의원의 죽음은 김창수뿐 아니라 언론과 시민들에게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 뻔했다.

김창수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인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서둘러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죽은 김의원의 발아래에서 족히 50cm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차원의 문 조각이 놓여 있었다. 

최근 들어 점점 커지고 있는 조각이 신경 쓰였던 김창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미치겠네... 뭣이 이렇게 커!"

그가 조각을 파괴하기 위해 가슴에 품고 있던 총을 꺼내 들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탕'하는 총성과 함께 그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 김종석 의원이 앉아 있던 벤치의 일부분에 탄흔이 생겼다. 

놀란 김창수 벤치 뒤쪽으로 몸을 날려 김종석의 시신 뒤로 몸을 숨겼다.

벤치의 벌어진 틈 사이로, 단발머리에 타이트한 블랙진과 흰색 셔츠를 입은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양손으로 거머쥔 총을 김창수 쪽으로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창수는 벤치의 벌어진 틈 사이로 총구를 밀어 넣어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으나, 그녀를 맞히지는 못했다.

총성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챈 그녀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다시 총을 겨누었지만 발사하지는 않았다.

"저 녀석은 뭐지? 왜 달아나지 않는 거야?"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김창수가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반격한 적 없던 수직홍채 녀석들이 반격을 가하자, 김창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렇게 된 이상 더는 혼자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창수는 자신의 뒤쪽으로 일렁임을 만든 후, 김종석 의원 발 아래쪽의 조각을 파괴하고 일렁임 속으로 몸을 날려 그곳을 빠져나갔다.




더는 지체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김창수가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어 소환시킬 동지의 이름을 눈으로 읽은 후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는지 한참을 뒤척이던 김창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차라리 총 칼 들고 싸우는 게 낮지 억지로 자는 것도 고욕이네" 하며 투덜거렸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는 잠에 들었다.




1962년 영국 버크셔주 서닝데일 해러게이트 호텔 로비의 한쪽 벽이 연한 보라색으로 일렁이더니 그곳에서 김창수가 걸어 나왔다. 

낯선 장소가 적응되지 않았지만, 그곳을 알아가는데 허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된 김창수가 두리번거리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여인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저~ 혹시 크리스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 글 바라보며 "누구시죠?" 하고 물었다. 

"맞군요안녕하세요, 부인! 나는 김창수라고 합니다."




"재미있군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도울 수 없어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인지 도무지 집중할 수 없거든요." 크리스티가 말했다. 

그녀가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김창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그녀를 만나기 전 테슬라도 무사시도 심지어 가장 의지했던 범도 까지도 그의 부탁을 단번에 들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그는 그녀가 거절할 것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직 홍채 녀석들이 반격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는 마음이 급했다. 

그렇지만 그녀와 이야기하는 동안은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정중히 그녀를 설득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힘들어하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김창수의 말에 그녀가 놀라며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했다. 

"진짜 당신 누구예요?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지요? 날 조사라도 한 건가요?" 크리스티가 경계의 눈빛으로 물었다. 

"말했잖아요! 난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고" 김창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지금 그걸 나더러 믿으란 말인가요?" 크리스티가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사람 잘못 보셨네요. 난 당신 말대로 작가가 맞아요. 하지만 사냥이라니….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사냥꾼이 아닙니다." 크리스티가 고개를 절레절레 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김창수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두고 보면 알겠지요. 아무튼 지금은 함께할 동지들을 모아야 합니다. 저와 함께하시지요." 김창수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지요. 분명 꿈이라고 했습니다. 맞나요?" 크리스티가 김창수가 내민 손을 바라보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이 살고 있는 현실에는 반영되지 않을 테니 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꿈은 아닙니다. 다만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당신 세계의 일신상에 변화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김창수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설 때 김창수가 자신의 등 뒤로 일렁이는 포털을 만들었다. 

"! 이건 뭐지요?" 놀란 크리스티가 주춤거리며 물었다. 

"우리는 이걸 차원의 문이라고 부르는데 시공간을 이동할 때 사용합니다.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김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차원 의문안전한 건가요?" 그녀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하하하! 그럼요. 당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꿈이잖아요. 믿어봐요." 김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김창수가 그녀의 손을 잡고 포털 안으로 먼저 한발 들어섰고 그녀 역시 그를 따라 포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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