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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n 02. 2024

수직 홍채 2

김창수와 무사시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전남의 야산에 위치한 금강 작가님의 별장입니다. 
충격적 이게도 이곳에서 금강 작가님이 피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미 피살된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며, 이곳을 찾은 출판사 직원의 신고로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작가님은 이 별장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중 변을 당하셨으며, 안타깝게도 사건 현장에는 CCTV와 같은 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목격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현재 현장을 조사 중이며,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금강 작가님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예술가였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역시! 무사시를 불러야 하는 건가…." 식당 의자에 앉아 국밥을 먹고 있던 김창수가 TV를 올려다보던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중얼거렸다. 

온기가 남아있는 국밥을 서너 숟가락 입속으로 빠르게 밀어 넣는 모습이 맛보다는 살기 위해 먹는듯한 느낌이었다. 

"계산이요" 아직 반도 채 먹지 못한 국밥을 뒤로하고 그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50대 중반은 돼 보이는 사장님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입맛에 맞지 않았나 봅니다." 사장이 남겨진 국밥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바쁜 일이 생각나서 그런 겁니다. 맛있었어요." 창수가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다음에 한가할 때 다시 들려주세요." 사장은 웃었지만, 미소가 씁쓸해 보였다. 창수가 도망치듯 국밥집을 나와 맞은편 건물과 건물 사잇길로 뛰어 들어가자 잠시 후 번쩍하고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고 그곳으로 들어간 그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간류? 제까짓 놈이 뭐라고 섬에 이름을 붙인단 말이야 후! 재미있는 녀석이군!" 해안가에 삐죽이 솥은 바위에 올라 주변 지형을 살피던 무사시가 말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가 철썩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아래로 돌려 바위 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가 좋겠군" 그가 바위를 마주 보고 있을 때 '철썩'하며 바위에 부딪힌 물이 무사시의 머리 위로 튀어 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장발의 머리카락이 물에 묻어 목덜미와 두 뺨에 붙었지만, 그조차도 개의치 않고 말없이 바위를 튀어 올라오던 물방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물방울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지만, 검이 지나칠 때의 작은 움직임 말고는 형태의 변화는 없었다. 

'쏴아~ 철썩!' 또다시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하늘을 날았고 무사시가 바라본 작은 물방울 속에 사사키 코지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린 무사시의 검이 물방울 위를 스쳤다. 

"하아~ 이대로는 안 되겠는걸. 집중이 필요한데 자꾸만 그자의 얼굴이 생각나네...."무사시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주춤거리다 들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으며 뭍으로 나왔다.




"수락하겠는가?" 창수가 무사시에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데, 매일 밤 꿈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 거지? 죽고 싶어?" 

"이번에도 같은 질문을 하는군. 말하지 않았나. 나는 김창수라고 자네 세계에선 조선인이네" 

"이번에도 같은 답을 하는군. 나는 당신의 말 중에 자네 세계에선 이라는 말 때문에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당신 말대로라면 나의 세계 말고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말인데…. 아무리 꿈이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하하하! 하긴 꿈을 꾸면서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이상하긴 하네." 

"우스운가? 정확히 5일 이내 내가 자네 꿈에 찾아온 것 말이야! 왜!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 생각은 해 봤나?" 창수가 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 

"알고 싶지 않아! 그러니 더는 찾아오지 마! 아무리 꿈속이지만 진짜로 죽일 수도 있으니까." 무사시가 귀찮다는 듯 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적당히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에게 대신 싸워달라는 말이 아니네. 그리고 이쪽 세계에선 더 이상 칼로 싸우지 않거든." 

"하하하! 이번엔 참신하네. 그러면 뭐로 싸운단 말인가? 계집들처럼 머리채라도 잡고 싸우나?" 무사시가 조롱하듯 놀리며 말했다. 

"머리! 머리로 싸우지!" , "뭐? 머리? 하하하! 진짜 머리채를 잡고 싸운단 말이냐?" 

"아니! 이미 자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무사라고 칼로만 싸우는 건 아니지 않나! 전략, 전략과 전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자네는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내 말이 틀리나? 내가 아는 무사시는 그런 사람인데 아닌가?" 김창수의 말에 무사시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자네는 다분히 전략적이고 빠르지! 더군다나 상대가 어떤 성향인지 공격패턴은 어떤지 싸워야 할 지형은 어떤지 치밀하게 조사하고 준비를 하지. 자네가 긴 칼과 짧은 칼 그렇게 두 자루의 칼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 때문에 아닌가?" 김창수가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에게 원하는 게 뭐야?" , "자네의 능력을... 세상을 위해 써보지 않겠나?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말일세"

"무슨 개소리야! 당장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후손? 하하하! 내가 살아야 후손도 있는 법이야 쉰 소리 하지 말고 꺼져!" 무사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지금 당장 눈앞의 생존을 생각하는 것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우리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우리는 과거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야, 우리의 조상들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금 그들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떠한 미래를 맞이할까? 우리의 삶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다리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그 다리를 튼튼하게 세워야 하지 않겠나?" 단호한 무사 시에 훈계하는 듯한 묵직한 목소리로 김창수가 말했다.

"그만~지금 나에게 훈계하는 건가, 한마디만 더 한다면 아무리 꿈이지만 가만있지 않겠다." 무사시가 허리춤에 있던 칼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바보 같은 놈!" 김창수가 버럭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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