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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Sep 30. 2024

42.195km 마라톤 준비중

부상과 함께하는 두 번째 풀코스 준비 기록

2023년 3월, 나의 첫 풀코스 마라톤이 있었다. 훈련 중 부상을 당한 상태로 완주하였으며, 그 부상은 2024년 9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상은 왼쪽 엉덩이 아래부터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이다.



[부상 원인]


2023년 3월 마라톤을 준비하는 1, 2월 중 혼자서 야소(Yasso) 800 훈련을 진행하였다.


인터벌 훈련이었는데, 그날 트랙에서 달리기는 나 혼자였다.


하지만, 다른 많은 시민들이 트랙 및 운동장을 이용하고 있었고, 트랙에서 인터벌 훈련하는 내내 방해를 받았다. 빠른 속도와 느린 속도를 번갈아가며 달리기를 하는데, 빠르게 뛰는 때에 방해를 받게 되어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게 큰 무리가 되었다. 앞 뒤로의 속도 변화도 근육에 무리이지만, 속도가 높은 상태에서 방향을 트는 것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졌다.


아쉬웠다. 그 사람들도 원망스러웠고, 나중에는 나 자신에게도 아쉬웠다. 시민들이 많으면, 그리고 트랙에서의 룰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사람들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나를 위해 훈련을 접을 줄도 알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를 지키지 못하였다.



[부상 상태]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2023년 3월 첫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였다. 원하는 기록을 달성하였지만 (Sub 4), 원치 않던 부상도 얻었다.


지금까지 이어진 부상은, 아마도 만성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여러 의사를 만나보고 의견들을 종합하였을 때, 근육이 섬유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Fibrosis 섬유화.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Fibromyalgia 근육 섬유화 통증.


통증이 있기에 지금까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법에는 운동요법과 약물요법이 있다고 하는데, 약물요법인 주사의 경우 시도하였으나, 예후가 너무 좋지 않았다. 통증의 정도는 평소를 3-4 정도라고 한다면, 주사 직후 7-8 정도로 올라갔다. 통증이 줄어들어도 그 후의 햄스트링 상태가 좋아졌는지는 의문이었기에, 주사요법은 당분간 피하기로 하였다.


운동요법의 핵심은 근육을 풀어주도록 운동하여 심혈관계 작용을 향상해준다고 한다. 즉 움직이며 해당 부위에 혈액이 공급되게 하여 몸에서 자체적으로 회복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뛰기로 결심했다.


무작정 휴식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나도 부상 후 초반에는 그렇다고 생각하였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아직 부상이 회복되지 않았고,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은 만성의 수준, 즉 운동요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믿음]


그렇게 믿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전 디스크를 다쳤던 경험도 있다.


허리 디스크가 조금 찢어진 것으로 판단받았고, 아주 조금일 것이지만, 통증은 의외로 컸다. 현재 겪는 햄스트링 통증의 정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초반에는 매일이 고통이었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가만히 있는 것조차 힘들었었다.


그래도 극복되었다. 재활치료, 물리치료, 헬스 PT, 필라테스 등을 하였고, 자세 교정도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노력과 함께 시간의 힘, 내 신체의 자연 치유가 되는 1년여 정도의 시간 후에 거의 완전히 회복하였다.


현재 나의 허리는, 정말 컨디션이 안 좋거나, 무리를 하였을 때 조금 뻐근한 정도가 되며, 고통이나 통증의 영역까지는 잘 도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햄스트링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싶다. 실제로도 처음 햄스트링을 다친 시기보다는 현재의 통증과 상태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훈련]


첫 번째 풀코스 마라톤은 2023년 3월 서울 동아마라톤이었다.

두 번째 풀코스 마라톤은 2024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이 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훈련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설정하였다. 남들과는 다르게 부상이 최대한 없게 하기 위해 월간 장거리로 플랜을 세웠다. 매 월 한 번씩 장거리를 뛰었다. 10km부터 시작하여 15km, 20km, 25km, 28km, 33km까지. 지금 9월까지 적절한 간격으로 장거리 달리기를 완주하였다.


부상이 없는 상태였다면 매주 또는 2주마다 장거리 달리기를 진행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9월은 한 달간 달리기 거리를 150km를 뛰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글을 쓰는 9월 30일 시점에 9월 누적 달리기 마일리지는 137km. 오늘이나 내일 13km를 마저 채울 생각이다. (정확하게 지킬 필요는 없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니까)




[명상]


훈련 기간 달리기는 두려움과 함께 했다. 오늘의 상태는 괜찮을까? 부상은 언제쯤 찾아올까? 그래서 항상 보수적 달리기를 하려 하였다. 옛날 옛적 잘 달리던 시절의 내가 아니라며, 많이 발전한 주변 친구들의 달리기 실력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으려고, 착각하지 말자고 나에게 최면을 건다. 나의 달리기는 최대한 느리게. 무리하지 않게.


하지만 달리는 도중에는 나의 통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도파민, 아드레날린 등,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작용들로 인해. 컨디션이 좋다면 욕심이 든다. 나도 빠르게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의 훈련은, 느리게 달리고 싶은 보수적인 마음과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심 그 사이에 있었다. 그 중간의 영역에서 중도의 마음을 가지려 치열하게 노력한 지난 6개월이었다.



[경험]


기록이 향상된 마라톤 완주이길 바랐다. 이제 그 욕심은 놓아주자.


기록이 향상되지 않을 것이 뻔하게 되어버린 이번 마라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생애 첫 미국을 간다는 의미. 생애 첫 해외에서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의미. 그리고 거기에서 완주하였을 때의 감정. 사랑하는 이가 함께 동행해 주는 의미. 멀리서나마 응원해 주는 친구들. 그간의 치열한 노력에 따른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경험'으로 축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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