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추락은 나의 오르가슴
아슬아슬 너와 나 사이 경계
훨훨 날다가 뚝 떨어졌을 때
짜릿하다.
나의 용맹한 날개 사냥꾼 총에 맞아
상처 입고 피 흘릴 때
거룩하다.
혼신으로 달리다 넘어졌을 때
세상이라는 시뮬레이션
일시정지된 것처럼
안심된다.
이제 푹 쉴 수 있겠구나
게으르게 빈둥거릴 수 있겠구나
우주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으앙으앙
울어도 좋겠구나
아무런 죄책감 없이
구김살 없이 발랄해져도 좋겠구나
회복될 수 있을 만큼 살풋 아플 때
잠 푹 자면 나을 것 같을 때
생은 온통 차원의 틈새
하늘에 라떼 거품 둥실 떠오른다.
왕의 침실에 하얀 리넨 커튼 살랑댄다
산들바람, 드넓은 나의 이마에서 한참 노닐다 간다.
적진 휘달리던 가차 없는 정신
잠시 군장 내려놓는다.
어머니도 되었다가
아이도 되었다가 이내
가슴 훈장 빛나는 장군으로 돌아온다.
전장에 핀 꽃 한 송이에
마음 누그러진다.
"자, 이제 다시 적장의 목 베러 가자!"
네가 추락할 때도 그렇다.
나 비로소 너와 눈 맞출 수 있으므로
이마에 얹은 내 손
너의 생 오롯이 움켜쥘 수 있으므로
너는 내 안뜰에 핀 꽃이므로.
펜텀 스레드
(2017, 로맨스/범죄, 폴 토머스 앤더슨)
영화 본 얘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