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람을 가르며 한 합에 획,
적장의 목 베려 한다.
진지에 돌아가서야 비로소
제 목 떨어진 것 알아챌 그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부르르 온몸 소름 돋는다.
그러니 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다.
글 쓰는 순간순간이 오르가슴이며
빛이며 진리다.
보상 따윈 필요 없다.
목적은 없다.
쓸 수밖에 없는 내 안의 엔진에 의해 쓴다.
세상에 나가 어떤 궤적 그리든 그건
그 책 그 글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삶에 목적 따위 없다.
우리는 빅뱅에 의해 우주 떠돌다
잠시 이 행성 들렀다.
이제 곧 묶인 사슬 끊어내고
다시 저 빛으로 나아갈
별의 역사
별의 증거
우리는 중력에 붙들린 순례자
던져졌으니 일단 일어나 걸어보는 것
던져진 채로 바람 부는 대로 굴러다니기보다
우뚝 일어나 이왕이면 내 손으로
나를 던져보는 것.
생生이라는 구렁텅이에서는
벌떡 일어나지 않는다면 송장이다.
피 끓지 않는다면 죽은 목숨
살아 펄떡이는 것이야말로
기적이자 신비
우뚝 일어선 둘이 만나
무언가 생산해 내는 것이 진리다.
겸손이라는 가발* 뒤집어쓴 채
제 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매트릭스에 안주하는 자
세계에 안주하는 자
데미안 배신하고
싱클레어 죽이는 자
글자 배운 자,
지식 세례 받은 자,
시인이라는 자부심 품은 자,
철학이라는 태도로
예술이라는 행위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민하는 자
진실의 빨간 약 먹고
매트릭스 탈출할 것인가?
저를 둘러싼 거대한 세계 찢어발기고
미지 향해 깃발 꽂을 것인가?
인간은 껍질 벗고 우화羽化*할 때만이
비로소 생생하게 존재할 수 있다.
철학과 예술의 궁극은 인류 구원
길 위에 우리 전율의 생 있다.
걷자, 달리자, 날자
장군들이여!
아티스트 심철종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퍼포먼스
2024. 11. 30 (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출발
국립현대미술관 도착
다시 광화문으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 날마다 진화해야 하느냐고? 이 고난, 이토록 뜨거운 길. 언제 끝나 집으로 돌아가느냐고?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 이야기는 끝난다. 영화는 막 내리고 관객은 자리 떠난다.
극장도 문 닫는다. 세상 모든 서사는 결국 자신 출발하여 가장 먼 곳에 있는 자신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그 뒤부터는 사건 종결. 서사가 아니다. 엔트로피 증가하여 0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