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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대신비 2시간전

검객의 낭만

우리는 낭만의 한가운데 서 있다



'낭만'만큼 각자 다르게 해석되는 두루뭉수리가

이 우주에 또 있을까?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낭만이란

옛 것 그리워하는 아련한 정서 같은 것

'좋았던 옛날 편향' 혹은

장밋빛 회고(rosy retrospection)


일명 추억 보정 심리다.


옛날은 현재와 비교되어 늘 뽀얗게 윤색된다.

부정적인 기억이나 상처는 애써 외면하고

좋았던 기억만을 선별 픽업한다.

일종의 방어기제.


예전 것들은 정말 다 좋았을까?

시간 오래 걸리거나

잘 연결되지 않거나

실패 확률 높아지거나 그런 이유로

여유 흘러넘쳤던 것일까?

설렘 폭발했던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지금 당신이 설렘 잃어버렸다는 고백

갈증이나 배고픔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낭만이란

극적으로 각색된 로맨티시즘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게 하는 막연한 낙관樂觀

극점 통과하지 못하는 타협점

나른한 지식인의 그것 혹은

불령선인의 자조


일단 점프하지 않은

역설 통과하지 않은 모든 사건은

그저 일회성 해프닝

플랫랜드의 납작한 청사진에 불과하다.


내게 낭만이란 이와는 정반대 지점

아니, 도약하여 차원 달리한 세계다.


낭만이란 순수 서정의 세계라기보다

죽음 담보한, 그를 넘어선

상쾌한 지점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극점 기어이 꿰뚫은

차원 활짝 열리는 지점

골방에 앉은 책상물림 아닌

전장 내달리는 알렉산더 대왕의 그것


적진 뛰어들어 적장 목 베는 기상

그 순간 울려 퍼지는 승전보


화형 당하는 마녀 아닌

세상에 불 지르는 자


요원

피 묻은 깃발

카타르시스


나의 낭만은

모종의 칼로써

끝내 사람 하나 살리는 것

날마다 죽음 뚫고 우리 기어이 만나는 것


우리는 지금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다.

옆에서 전우 죽어가고 있다.

세계는 이미 페허다.


소리쳐 외쳐야 한다.

사람 살려야 한다.


지휘관이라면 방향 제시해야 한다.

전위부대라면 맨 앞줄에 서야 한다.

부대원이라면 병사라면

적진 향해 용맹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장군이라면 돌격!

외쳐야 한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낭만의 한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카타르시스라는 강 헤엄치고 있다.

그를 아는 것이 역설을 아는 것

훌쩍 날아올라 달의 뒷면 보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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