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엔 양자역학이 없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달을 보지 않으면 저기 달이 없는 것과 같다.
땅속에서만 사는 벌레에게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쇠똥구리는 은하수 따라 걷는다.
쇠똥구리에게는 우리은하가 존재한다.
그 안테나에 은하수 흐른다.
지상의 빛이 몇 시간쯤 꺼진다면
우리는 온 지구의 쇠똥구리가
은하수 따라 쇠똥 굴리며 알 낳으러 가는 장면
별빛 반사하는 그의 등껍질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눈이 아래나 옆에 붙은 다른 많은 곤충들도 혹시
별빛 따라 걷고 은하수 따라 집 짓는 건 아닐까?
이에 선언하는 바이다.
곤충학자나 뭐 천문학자라도
벌레들이 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지
끝까지 연구해 볼 것을 종용하면서
내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노라고.
우리는 한 번 짝을 이뤘던 양자처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된다.
우리 모두 부피 0의 특이점*에서 시작하였다.
연결에서 비롯되어 마침내 '존재'되었다.
마찬가지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벌레들도
저 빛나는 별과 쌍둥이처럼 얽혀 있는 건 아닐까?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태양이건 카메라 플래시건
사랑이라는 빛 비추지 않는다면
그 아름다움은 어쩌면 달빛 잃은 달맞이꽃처럼
제 안으로 파고들어 꽃잎 오므릴지 모른다.
주인 오래 보지 못해 삐친 고양이처럼
홀로 어둠 속으로 떠나 버릴지 모른다.
너와 나 사이의 그 미지와 설렘도
마치 아름다움처럼 우리가 눈길 줄 때만
활짝 피어날 것이다.
저 별들과 은하수, 쇠똥구리의 반짝이는 등짝이 그려지는가? 별과 작은 벌레들의 연결을 믿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양자역학 세계, 그리고 깨달음 세계에 한 발 내디딘 것이다.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 시간도 공간도 없는 우주 시작 이전의 한 점. 말하자면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르는 물리학, 혹은 수학 용어로서 미래학자도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많이 쓰는 말. 가령 온오프라인의 결합으로 사회, 과학, 자아실현 등에 획기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이 말한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도약하는 시점 같은 것을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필자의 언어. 특이점은 끝나는 점과 시작되는 점이 만나는 한 점이다. 특이점은 경계와 같은 말이다. 특이점이 무한대로 응축된 점의 이미지라면 경계는 점이 펼쳐진 버전이다. 응축하면 특이점이고 펼치면 경계다. 시간과 공간이 사라지고 그 모든 법칙이 소멸하는 지점이 특이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가 끝나는 지점이며 동시에 미지 품은 지점이다. 꿈을 품은, 그러나 초라한 현실이 부피 0의 특이점이라면 꿈을 이룬, 실현의 그것은 경계라 할 수 있다. 특이점은 100%의 가능성이 있어 무한대로 펼칠 수 있으며, 경계는 접고 수습하여 숨 고를 수 있다. 완전하게 끝내고 깔끔하게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다음 우주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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