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

원숭이처럼 나무 타는 물고기는 미친 물고기다

by 조이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정작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으면서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며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불행한 이유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도대체 이유가 뭘까?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에서 심리학자 가토 다이조는 이렇게 말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책에서 '원숭이의 수중 생활, 물고기의 수목 생활' 비유를 들고 있다.

다른 사람을 볼 때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상대는 원숭이고 자신은 물고기 일지도 모른다. 성실함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데도 늘 불안한 사람이라면 물속에서 발버둥을 치는 원숭이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충실한 생활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원숭이가 물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남는 것은 공허함과 좌절감뿐이다. (... 중략...)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결국에는 매우 불행한 인생, 비극적인 인생으로 끝난 경우의 원인은 자신의 위치에 맞지 않는 장소에서 의미 없는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 중략...) 원숭이는 나무에 오르면 되는데 굳이 물속에서 생활하려 하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생활을 하면 되는데 굳이 나무에 오르려 하는 것이 문제다. (... 중략...) 공허함 때문에 불안해하던 물고기는 자신의 본성을 망각하고 칭찬을 듣기 위해, 인정을 받기 위해 나무에 오르기 시작한다. 또는 나무에 오르는 것과 물속에서의 생활을 모두 잘 해내기 위해 스스로를 극한 상황까지 몰아세운다. 이런 인생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도, 당사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허해진다.


최선을 다하는데도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헤엄을 쳐야 행복할 물고기가 인정을 받고자 나무에 오르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 삶을 망각하고 타인의 삶을 동경해 잘못된 방향으로 노를 저어 나아가면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허해질 뿐이다. '헤엄을 잘 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면 사실 나는 물고기가 아니라 원숭이였던 건 아닐까? 나는 나무에 올라야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 아닐까?




나는 나무도 잘 타고 헤엄도 잘 치기를 바라며 슈퍼원숭이이자 슈퍼물고기, 말하자면 슈퍼원숭이물고기가 되고 깊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듯이 이 세상에 슈퍼원숭이물고기란 당연히 없고 슈퍼원숭이, 슈퍼물고기도 없다. 그냥 원숭이, 그냥 물고기만 있을 뿐이다.

슈퍼원숭이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무리한 이상을 이루기 위해 가진 것 이상의 에너지를 쓰며 살다가 작년에 덜컥 병을 만났다. 아주 초기의 암이라 지금은 다행히 무사하지만 '암'이라는 한 글자가 가진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이제 내 목숨을 위해서라도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배달음식을 하도 많이 먹어서 배달 어플에서 황금마패의 위용을 자랑하던 내가 유기농 야채와 무항생제 육류로 손수 요리를 해 먹기 시작했다. 버섯볶음 하나를 하는데 30분이 걸리고 오직 한번에 한 요리만을 할 수 있던 내가, 이제는 진간장과 양조간장의 차이점을 알고 한번에 두세 개의 간단한 요리도 할 수 있다. 그뿐인가. 태어나서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나의 체력은 기대 이상으로 저질이었다. 처음 공원을 빠르게 30분 걷고 돌아온 그다음 날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 알 배긴 다리를 만지며 받은 충격이란. 내가 이렇게나 움직이질 않았구나. 두어 시간 걸은 날은 감기기운을 느낄 정도로 저질이었던 나의 체력은 필라테스와 러닝, 등산을 하며 점차 좋아졌고 내내 달고 살던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게 되었다.


몸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좋아졌는데 마음이란 녀석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마음에 관해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을 마치고 한 달이 된 시점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상담을 운동으로 말하자면 PT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지기까지 바른 자세와 운동방법을 알려주는 PT처럼 상담도 자신의 마음을 보살피는 방법을 발견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상담에 대한 별다른 편견이 없었기 때문에 실마리라도 찾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실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자기돌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나는 총 20회기 정도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으며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기뻐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암 때문에라도 이제 즐겁게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데 뭘 하면 즐거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엄마로서, 딸로서, 직장인으로서, 친구로서 해야 할 일은 잘 알겠는데 뭘 하면 기쁘고 즐거울지, 뭘 하고 싶은지 떠오르는 게 별로 없었다. 나는 사회에서 '기능'할 줄만 알았지 나 스스로 '존재'하는 데는 무지했던 것이다.


앞서 말한 책에서 저자는 자아 확립 과정을 설명하며 자립적 욕구와 의존적 욕구를 이야기한다.

- 자립적 욕구 :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나는 이럴 때 기쁘다.
- 의존적 욕구 :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싶다. 나는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 나는 미움을 사고 싶지 않다.


나는 자립적 욕구가 별로 없이 살아왔다. 나에게 맡겨진 일과 역할들(직장인, 엄마, 딸, 아내, 며느리, 친구, 동료 등)을 열심히 감당하며 살았다. 직장과 가정,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과 호감을 얻기 위해 열심을 다하는 동안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욕구는 언제나 뒤로 밀려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에게 맡겨진 역할을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해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이, 나 자신의 욕구 충족은 커녕 나 자신의 욕구를 느끼는 감각마저 점차 둔해져가고 있었다.


개인의 행복감과 자아 확립에 중요한 것은 자립적 욕구다. 그런데 이 자립적 욕구를 충족하려면 일단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내가 원숭이인지, 물고기인지, 토끼인지, 다람쥐인지 알아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누구도 같은 삶은 없고 저마다 각자 다른 경기를 하고 있다. 비교지옥에서 나오는 방법은 쟤는 원숭이고 나는 물고기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물고기인 줄 알았으면 물고기답게 살면 된다.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는 물고기는 없다. 그런 물고기는... 미친 물고기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원한다. 그런데 행복은 자기다움에서 온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삶을 추구하면 인정은 좀 받을지 몰라도 기쁨과 행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남들은 그게 뭔 재미냐고 하는데 나는 재밌는 것,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나하고는 유독 잘 맞는 친구, 남들은 그걸 왜 돈 주고 사냐 하는데 나는 볼 때마다 기쁜 것. 남들과 다른 그것이 바로 나를 말해준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구김살 하나 없는 내 친구가 내 집에서 내 모습으로 태어나 나와 똑같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해맑을 수 있을까? 기차역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노숙인의 삶을 내가 겪었다면 나는 과연 다를 수 있었을까? 한 사람도 똑같은 인생은 없다. 각자 자기만의 레이스를 할 뿐이다. 원숭이는 원숭이답게, 물고기는 물고기답게 살면 된다.


Just be yourself!


ⓒFranzi draws,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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