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돌 굴리기는 이제 그만
아무 힘이 없을 때 너무나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아이는 깊은 상처를 안고 마음속 깊숙이 숨어 버린다.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성장하기를 멈춰 버린다. 그렇지만 그 아이도 어떻게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과거와 똑같은 상황을 재현함으로써 그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거나 극복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저 고통만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집안 집기를 부수고 아내를 때리는 주정뱅이였습니다. 남자는 어릴 때부터 늘 어머니를 걱정하면서 살았습니다. 어린 자기가 보기에도 엄마가 언제 집을 나가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남자는 엄마의 희망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엄마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착한 아들이 되기로요.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밝은 모습만 보여줍니다. 안 그래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엄마에게 자신이 짐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이 남자가 어른이 되었습니다. 특유의 성실함과 배려심으로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밝은 성격과 매력적인 외모로 인기 있는 여자 A가 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몇 번 만나보니 여자 A가 괜찮고 매력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확 끌리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이 남자는 팀원 중 자꾸 주눅이 들고 어리바리한 여자 B가 자꾸 신경 쓰입니다.
여자 B를 자꾸 도와주고 일을 대신 맡아서 해주고 하다 보니 그녀와 가까워져 연인이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의존적인 그녀는 연인이 된 후 더욱 심하게 의존해 옵니다. 주말에 친구도 못 만나게 하고 취미생활도 관두고 항상 자기만을 신경 써 주기를 바라는 그녀에게 갑갑함을 느낍니다. 그런 남자에게 남자의 친구들이 조언합니다. 이제라도 다시 여자 A를 만나라고. 남자는 여자 B에게 갑갑함을 느껴 여자 A를 만나려 하다가도, 여자 A를 만나면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여자친구들이 모두 여자 B와 같은 스타일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