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내면아이는 성장을 멈추고 여전히 울고 있다
내가 9살, 남동생이 6살이었던 어느 겨울이었다. 근처 교회에서 주일학교에 오면 초코파이를 준다고 해서 동생을 데리고 갔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눈이 어마어마하게 오는 거다. 내가 살던 강원도 산골은 몇시간만에 무릎만치의 눈이 쌓이는 곳이었다. 내 걸음으로 집까지 30분은 걸어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오니까 앞은 안 보이지, 발이 쑥쑥 빠져서 걸음은 느리지, 동생은 옆에서 엉엉 울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미 눈이 무릎 정도까지 쌓여있던 터라 동생에게 누나가 먼저 간 발자국을 따라서 와야지 신발에 눈이 안 들어간다고 얘기했는데 동생은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뛰어다녔다. 그러다 얼마 안 가서 신발이 다 젖어서는 '누나, 발이 차가워!' 하면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나는 젖지 않은 내 신발을 동생 발에 신기고 젖은 동생 신발을 꺾어 신고는 동생을 업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었다. 너무너무 힘들고 춥고 무서웠다. 발에는 감각이 없었다. 거의 맨발로 걷고 있었으니까. 집 근처에 다 와서 저 멀리 눈발 뒤에 흐릿하게 엄마가 보였을 때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그 눈물의 의미가 안도감인 줄만 알았던 나는 왜 집에 도착하고도 가슴이 시린지를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