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를 뽑고 잠시 기다렸다.
"띵동~"
차례가 되어 마주한 어린 간호사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조한 목소리로
빠르게 내 이름과 내원 목적을 묻고는
탁탁탁 키보드를 두들긴다.
그 사이 옆 창구에서는
할아버지 한분이 언성을 높인다.
"나는 오늘 이 약 타야 된다고! 몇 번을 말해!!!"
간호사는 진땀을 뺀다.
"아니, 아버님 오늘 교수님 예약이 다 찼어요."
근처 공간의 시선이 옆 창구에 쏠린 사이,
나는 내 눈앞의 간호사를 다시 마주한다.
보송한 신입 간호사의 이타심은
누군가의 불평과 폭언과 무시를 겪으며
설 자리를 잃었으리라.
그렇게 그는 건조한 사회인이 되어간다.
태도는 경험의 평균값이기 때문에.
창구를 나오며
전해질지 모르는 연민과 응원을
짧은 말에 담아 전한다.
'힘내세요.'라는 응원을
"감사합니다."라는 사회적 포장지에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