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법정스님.
그분의 글을 읽은 사람은 알 수 있다. 날 선 말투와 짐짓 차가워 보이는 눈빛 너머에 숨겨진 스님의 따뜻한 마음은 그분의 글 속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스님은 '중이면 중답게 살아야 한다'며 일생에 걸쳐 스스로를 갈고닦았다. 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소유당하지 않은 채 가볍게 홀홀 사셨던 법정 스님, 그런 그분에게도 후회란 것이 있었다.
법정 스님은 기독교 인사인 '함석헌' 선생과 70년대에 민중운동을 했다. 스님이 불일암에 홀로 살고 계시던 때에 함석헌 선생을 비롯한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스님의 거처를 방문해 하루를 보냈단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께 그 많은 사람들을 대접할 만한 먹을 것이나 밥그릇이 있었을 리 없었겠지. 스님은 밥 대신 감자를 삶아서 내놓았다. 무리 중 젊은이들은 감자가 별식이라며 좋아했지만, 고령高齡의 함석헌 선생은 감자를 잘 드시질 못했다. 하루에 한 끼 밖에 안 먹는 노인에게 식사로 감자를 대접했던 그 일을 회상하며 법정 스님은 두고두고 후회하셨다.
넘친다 싶으면 과감히 버리고, 얽매인다 싶으면 당장 떠나버리는 성품의 올곧은 법정스님에겐 좀처럼 후회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스님은 여러 서적에 걸쳐 그 '감자 사건'을 언급하면서 후회하셨다. 혼자 기거하는 산속 암자에서 대접할만한 음식이 뭐 그리 있을까. 그럴만한 일에도 스스로 두고두고 후회하시는 스님을 보면서 알게 된다. 후회의 내용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는 것을.
'강남이 논밭일 때 거길 샀었어야 했는데.'와 같이 보통의 우리들에게도 후회는 일상다반사다. 그런데 후회의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뭔가를 갖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 사람을 얻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 늙어가는 것을 한탄하며 젊은 날을 후회하는 사람... 후회의 종류는 각양각색일지라도 우리의 후회는 대개 '나'를 더 채우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일 때가 많다. '나'를 벗어나지 못한 후회가 대부분인 이 속에서 나는 이따금 아름다운 후회를 만난다.
더 주었어야 했는데 주지 못해서 한탄하는 스님의 후회.
스님의 후회는 스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므로 후회의 내용은 그 사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