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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국교지 Sep 02. 2024

예술인으로 살아남기

[담장 너머] 서현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

  “시인은 직업이 아닌 신분이다.” 문단에 속해있는, 혹은 속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말이다. 이 문장은 정말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을까? 본인을 예술인으로 확립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단지 자조적 문장이 아닌,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예술을 숭고한 것, 내면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뿐, 생업의 수단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예술 분야에서만 두드러지게 적용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지금도 다양한 예술인들이 생계유지의 방식으로서 예술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 방식은 자신의 창작품을 사회에 파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예술인의 예술 활동은 타 노동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며 창작품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지에 대해서도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예술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예술인들은 소위 말하는 ‘n잡’을 택하게 되었고, 업계 내에서도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 선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인은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 것이기에, 예술인들은 예술인 그 자체로 살아가기 어려워진 것일까. 


근로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

  연극 '보잉보잉'에서 공연을 했지만 공연 기획사로부터 임금을 9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는 배우 A 씨는 "노동청에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걸 준비해 갔지만, 결국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회사처럼 규율이 있고 월급을 받는데도 배우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토로했다.1) 연극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로 연극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대 B 씨 또한 “극단에 속해있다고 해서 고용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 극단과 배우의 관계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관계가 아닌 직업사무소와 일용직의 관계에 가깝다. 게다가 요즘은 극단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 추세이다.”라며 현 업계의 한계를 밝혔다. 공연 기획사와 배우 개인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그 계약기간 동안 정해진 일정대로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며, 계약서에 명시된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2021년 뮤지컬 배우의 근로자성에 대해 내린 판결에 따르면 “제작사의 연출 활동을 통상적인 근로관계에서의 지휘·감독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거나 배우들의 노래와 안무 및 연기를 통상적인 근로관계에서의 사용자 지시에 따른 노무 제공과 동일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의 ‘예술인’ 신분을 강조하며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한계로 예술인들은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가 존재함에도, 실효성을 따져보았을 때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예술인 권리침해 신고 건은 2023년 8월 말 기준, 163건으로 수익 및 불공정 계약과 관련한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신고 이후의 조치에 대해서는 사건 대비 조사관의 적은 수와 늦은 검토로 인해 실질적인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2)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된다. 조사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전체 54.3%로, 그중 서면 계약은 48.6%, 구두 계약은 5.7%에 해당한다. 예술 활동과 관련한 계약 체결률이 증가했으나, 부당한 계약을 경험한 비율도 늘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대비 계약 체결률은 7.6%포인트 늘었지만, 부당한 계약을 맺은 경험도 11.2%로, 2018년 대비 1.6%포인트 늘었다. 서면계약서는 예술가가 권리와 의무를 보장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이며, 자기 작품 또한 서면 계약서를 통해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예술인을 안정적 환경으로 이끌어주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법적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예술인들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일반 근로자가 임금체불을 당한 경우 피해를 본 근로자에게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먼저 돈을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최대 1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소액체당금' 제도 또한 존재하며, 체당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한 후에 그 금액을 사업주에게 청구한다. 하지만 예술인은 이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일터를 잃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으며, 예술 활동의 진행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도 산재 처리를 받을 수도 없다. 예술 외 분야의 근로자와 같은 권리를 가질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정부의 시점에서 예술인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인과 예술 작품

  네덜란드 경제학자이자 시각 예술가인 한스 애빙은 예술인의 빈곤에 대하여 사회적인 구조와 인식을 지적한다. 예술은 숭고한 분야라는 사회적 인식이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있어 돈을 따지지 않고 헌신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예술가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 예술인들은 자신의 창작품으로 경제활동을 진행할 때, 창작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에서 큰 이익을 얻지 못하고,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자립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주체가 다양하지 않고, 오직 ‘정부’ 안에서 이루어진다. 예술가들의 수입원이 정부로 굳어지는 것은 예술인을 정부 산하로 귀속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스 애빙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인해 예술가의 소득 수준이 개선되기보다는 예술가의 구조적 빈곤을 초래했으며, 정부가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있는 상징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쳤다고 주장한다. 구조적으로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예술인들은 작품활동에 필요한 돈을 아르바이트나 타 직업을 가지는 등의 예술 외적 활동으로 충당하게 되며, 그들의 창작활동은 ‘생산 활동’이 아닌 ‘소비 활동’에 가깝게 된다. 예술 작품의 생산 과정에서는 헌신을 요구하지만, 창작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헌신이라는 가치는 책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예술인들을 분야의 전문가로서, 혹은 직업인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닌, 예술인이 자본주의 사회에 등장시킨 ‘창작물’이라는 상품을 ‘창의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화해 노동으로써 창출해 낸 상품의 가치를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예술    

<사진 1: 2024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기준 가이드라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라는 직업 자체도 현재 직업으로서 생활 안정을 보장할 만큼 노동력을 인정받고 있지 않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년 문학 원고료 평균 지급 단가 기준 가이드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경우 한 매에 11,327원, 소설 한 매가 평균 40-60매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 편에 평균 45만 원에서 67만 원가량의 고료가 책정된다. 또한 비인기 장르인 동화, 비평/평론, 에세이의 경우 1매당 1만 원 이하의 최저시급보다도 낮은 고료가 제공된다. 신한은행에서 발간한 ‘2024 보통 사람 생활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337,067원이다. 가장 높은 원고료를 받는 소설의 평균 최대 원고 값인 약 68만 원을 기준으로 해도, 약 140만 원의 돈을 벌기 위해선 2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창작해야 하며, 시의 경우는 약 16편을 문예지에 실어야 한다. 하지만 문예지의 수도 한정되어 있으며, 매달 기준치만큼의 원고를 제출할 만한 청탁이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문학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자의 견적에 맞추어 일러스트 외주를 일 대 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 ‘숨고’에서는 평균 60,000원의 일러스트 디자인 비용이 책정되고 있으며 최고 200,000원이 책정되었다고 한다. 2020년 전국여성노조가 만 15세 이상 만 39세 이하 디지털콘텐츠창작자 3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이들의 일평균 작업시간은 9.5시간, 평균 주당 노동 일수는 5.7일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작업으로 간주하지 않는 계약 밖의 작품 비축 및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노동 시간은 더 증가한다. 이들의 평균 작업시간을 최저임금으로 환산했을 때는 약 2,700만 원이라는 값이 나온다.3) 하지만 디지털콘텐츠창작자의 연평균 수입은 2,411만 원으로 조사됐으며, 중위값은 1,700만 원이었다. 즉, 최저임금에 턱없이 부족한 급여로 생활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저생계비 혹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단가가 책정되는 이유는 예술 행위의 결과물에 부과되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에서 들어가는 노동력의 고려 없이 책정되어 발생한 문제이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주체인 예술가는 지워진 채, ‘예술 작품’만이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밤의 팔레트』, 『미래는 허밍을 한다』를 출판한 시인이자, 사진가 ‘파란피’, 타로마스터 ‘강이도’로 활동하고 있는 강혜빈 씨는 한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저는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어떤 상태 같은 거죠. 하지만 시인이 피 땀, 눈물, 영혼 갈아서 만들어낸 한 편의 시는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략) 현 시대에서 시만 써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요. 밥 먹고, 적금 들고, 병원 다니고, 공과금도 내려면. 돈 벌려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시만 써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긴 해요.”4)


  강혜빈 씨는 자신이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다른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이러한 구조 속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자 “어쩌면 예견된 일”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비교적 좋아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도 말한다. 모든 예술인이 자신이 몸담은 예술 분야 외의 관심 분야로 직업을 택한다면 ‘n잡’은 긍정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또 다른 직업으로 택했음에도 창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는 발생한다. 강혜빈 시인은 “불가피하게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다보면 창작력이 떨어질 때도 있”고, “기운이 없고 번아웃이 오는” 상황도 마주했다. 많은 예술인이 자신에게서 예술의 비중을 축소하고 타 분야에 종사하는 삶을 산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예술을 잃기도 한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인디 뮤지션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공연장 감소,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제작 및 활동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생활비에 쫓겨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가 시간에 음악을 생산하다 보니 음악의 퀄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과 문화 발전을 위한 기부금이 절실한 상황이며 다양한 음악이 생산되어야만 K팝의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5)

  “예술이 노동인가?”라는 의제에 대해서는 여러 논점이 있었다. 많은 예술인이 창작의 과정에서 수익을 제1의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인 본인이 완성된 창작품을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으로 등장시키기로 결심했다면, 노동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직업이자 노동자라는 것 또한 인정하고, 직업을 통해 생활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어디까지 지켜주고 있는가?

  예술인의 안정적인 생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주체는 역시 정부이다. 故 구본주 조각가 손배소송 사건 이후 2011년 11월 17일, 정부는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활동 증진과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예술인 복지법」을 제정했다. 2012년 11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존재했으나, 아직도 예술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브레이크가 되어줄 뿐,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돕는 것에 도움을 주는지는 의문이 든다.

  예술인복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는 근로자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예술인에 대해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근로자의 정의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있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은 개인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생업이 아닌 국가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대의적인 일인 것이다. 예술인복지법은 제1조 목적에서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를 법으로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의라는 프레임 안에서, 예술인을 향한 복지는 개인의 자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허점도 존재한다.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해 창작 활동을 증진한다는 법안이 만들어졌음에도 수도권 밖에 자리 잡고 있는 지방 예술인들이 겪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9일, 대전문화정책포럼은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재구성 담론과 전략’을 주제로 대전 예술 정책의 한계와 방안을 모색했는데, 대전 예술인 중 월평균 개인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비율이 전체 60%에 해당했으며, 100만 원 미만인 경우도 20.5%나 됐다. 특히, 이들은 소득 대부분을 식료품과 주거비에 사용하고 있어 예술활동비에 사용하는 금액은 전체 1%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이 외에 건강보험 가입률은 25%로 저조했고, 예술 활동을 토대로 안정적 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예술 활동 증명 등록과 문화예술 교육사 자격 획득 비율은 29%, 13%로 낮아 심각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조차 2019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2024년인 현재에는 문제가 얼마나 심화하였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 예술인들은 예술인복지법 제4조에서 관련 실태조사를 3년마다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명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전시는 조례 5년마다 예술인복지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인 활동 증명’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어 그대로 실질적인 예술 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단계로, 공연과 전시 참여 서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예술인 활동 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거주자라고 한다. 이는 예술 활동 자체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연과 같은 예술 행사가 수도권 내에서 이뤄진다는 사실과 함께, 수도권 예술인들은 지방 예술인들에 비해 자연스럽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이나 예술인파견지원과 같은 예술인 복지사업을 접할 기회도 늘어난다. 하지만 예술 활동이 수도권에 있다고 해서 수도권 밖의 예술인들이 지워져서는 안 된다. 예술인복지법이 ‘모든 예술인’들에게 향해있는 만큼 지방의 예술인들의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각각의 법안 혹은 조례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공하기’ 이전의 살아남기

  지금도 수많은 예술인이 기본적인 권리를 챙기는 것을 뒤로한 채,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삶의 중심에는 단 한 가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예술인들이 창조한 작품이 사람들에게 가닿을 때, 향유자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울림을 느낀다. 그 울림은 때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깃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예술은 존재해 왔고, 의미를 가져왔다. 예술인이 사회에서 직업으로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늦어질수록,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잠재성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금보다 더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이 글은 예술인을 숭고한 작품의 어머니로 생각하여 천문학적인 가치를 매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이 세상의 그 어떤 분야보다 더 존중받아야 하는 분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이 현재 자본주의 시장으로 진출했을 때 평가절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짚고, 예술인들이 삶을 ‘스스로’ 일구어나갈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앞으로 탄생할 많은 예술인과 예술 작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 일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1) 서민선, 「코로나로 임금체불 늘어난 연극계…근로자 인정 안 돼 ‘사각지대’」, 『노컷뉴스』, 2020.10.31., https://www.nocutnews.co.kr/news/5439059

2) 최세희, 「 예술인 복지정책 (2), 대한민국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가기」, 『아트인사이트』, 2024.02.29.,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8883

3) 9.5(일평균 노동시간) × 5.7(주 평균 노동 일수) × 52주(1년) × 9,860(최저임금) = 27,763,788(원)

4) 채미나, 「문학과 예술의 경계, 그 사이로 ‘그냥’ 뛰어들기」, 『문장웹진』, 2024.08.01., https://munjang.or.kr/board.es?mid=a20106000000&bid=0006&act=view&list_no=101904&nPage=1

5) 이성미, 「씬디라운지, 인디 뮤지션 현황 보고서 발표 "총 3,168팀 활동, 다양한 지원 절실"」, 『비즈엔터』, 2024.03.08., http://enter.etoday.co.kr/news/view/255822#google_vig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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