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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국교지 Sep 02. 2024

언론탄압, 이대로 괜찮은가?

[기고글] 유림

언론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지난 5월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1) 대한민국은 지난해 47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15계단 하락한 62위로 기록되었다. 이는 명백한 한국 언론의 위기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느껴진다. 지난 정권에서 꾸준히 40위 안팎에 위치했고, 3년 연속 아시아에서는 1위, ‘양호한’ 국가였다. 하지만 올해는 ‘문제 있음’ 국가로 떨어졌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격받는 언론의 자유’의 사례로 한국을 언급하며,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꾸준히 있었다. <더 뉴요커>는 ‘the worrying democratic erosion in south Korea’라는 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언론사 압수수색, 야당정치인과 노동계에 대한 불합리한 검찰 수사를 언급했다.2) 칼럼의 문장은 더 직접적이다. “Yoon, too, is pushing South Korea in a repressive direction, back to the bad old days of the dictatorship.”(윤 대통령은 한국을 독재의 나쁜 시절로 되돌리는 억압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외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은, 국가가 언론을 억압하며, 반민주주의적인 행보를 행한다고 보이는 듯하다. 언론이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한, 언론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2024 디지털 뉴스 보고서’ 조사 결과, ‘뉴스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답한 한국인은 31%에 그쳤고, 조사 대상 47개국 중 38위로, 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3)


윤석열 대통령의 정권, 현재 대한민국 언론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Case 1. 선관위의 김건희 ‘여사’ 호칭 행정 지도

  올해 4월 열린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보도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4) 출연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호위무사가 아니라면 ‘김건희 특검’에 대해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라고 발언한 부분에서 ‘여사’라는 호칭이 빠졌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최철호 선방위원은 “지상파는 보편재다. 불특정 다수가 보니 국민교육, 정서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 순화된 용어를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선기 선방위원장도 대통령 부인에 대한 부문은 야당 인사라고 해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위원 일부는 “김건희 특검이라는 부분 말고는 김건희라고 부른 부분이 없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국 언론노조 SBS 본부는 성명을 통해 “‘여사’, ‘씨’ 등의 호칭을 붙이지 않은 것이 선거 방송 심의 기준인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형평성, 객관성 그 어느 것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인가”라며, “정치적 심의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Case 2. KBS 박민 사장 취임 후 대국민 사과

<사진 1: KBS 박민 사장이 취임하며 개혁을 선언하고 있다. ⓒMBC NEWS>

  작년 11월, 새롭게 취임한 KBS 박민 사장은 ‘재창조 수준’의 개편조직을 선포했다.5) 취임 하루 만에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KBS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는 KBS가 그간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평가했으며, TV와 라디오의 일부 진행자가 한 쪽 진영에 편향되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하지 않고, 팩트 체크를 활성화해 오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오보를 내면 사과할 것이 며 정정보도는 원칙적으로 뉴스 첫머리에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불공정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를 배제하며, 경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력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을 계기로 KBS 2TV ‘더 라이브’가 폐지되었는데, ‘더 라이브’는 편성표에 정상 편성되어 있었지만, 당일 갑자기 편성 자체가 삭제되었다. 또한, 보도, 시사, 교양, 라디오 총괄 책임자 5명이 교체되어 공석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박 사장이 취임 후 KBS 뉴스와 라디오 등의 앵커와 진행자를 대거 교체한 것에 대해 군사 쿠데타를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으며, “박 사장 취임 첫날부터 편성 규약과 단체협약 위반행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기자회견장 앞에서 ‘사퇴 촉구’ 피케팅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박 사장과 임원들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박 사장 출근 첫날 편성 규약과 제작 자율성을 한방에 무너트렸으며,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독재화’하는 한국 - 공영방송과 ‘신보지침’》편에서 KBS 대외비 문건을 보도했는데, KBS를 ‘파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문건이었다.6) 탐사기획은 “박 사장이 내정된 지난해 10월쯤 박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기별로 해야 할 일도 제시했다”고 설명했으며,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고,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라는 내용이 있다고 전했다. 18장짜리 ‘대외비’ 문건은 일종의 지침이었다. 이는 2010년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실시한 ‘언론 길들이기’와 유사하다. 윤석열 정권 버전 ‘공영방송 장악 문건’이 아닌가?


Case 3. YTN 김백 사장 취임 후 또다시 대국민 사과

<사진 2: YTN 김백 사장이 취임하며 불공정 보도를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4월 취임한 YTN 김백 사장 또한 “불공정, 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국민 여러분께 봉사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YTN은 그동안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중략)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보도에서,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했다”고 언급하며, 의혹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것과 일방의 주장만 중계하다시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YTN은 3월 유진그룹에 인수되며 민영화된 뒤, 첫 주주총회를 열어 김백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김 사장의 사과가 국민이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YTN 지부는 성명을 내고 김 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는데, 당시 YTN은 국민의힘 반론도 충실히 기사에 반영했다며, 선거 국면에서 세상이 의혹으로 시끄러운데, 24시간 뉴스채널은 일언반구도 하지 말아야 했냐는 반론을 펼쳤다. “김백의 사과 방송은 KBS 박민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과 판박이”라며, “(이번 사과는) 앞으로 24시간 ‘땡윤방송’7)을 만들겠다는 낯 뜨거운 충성 맹세”라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와 YTN의 태도 변화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판결을 바꾸어냈다.8) 이번 4월 방심위는 YTN ‘이브닝 뉴스, 나이트뉴스’가 보도한 김건희 여사 모녀의 주식 22억 원 수익 의혹 보도에 대해 법정 제재인 ‘경고’를 가했다. 본 1심 판결이나 대통령실 입장 등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 주장만 전했다는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7월, 방심위는 기존 중징계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고, 제재 수위 또한 낮아졌다. 김백 사장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 보도 대국민 사과가 가장 크게 작용했는데, 재발 우려가 낮다는 것을 근거로 보아, 기존의 경고 징계 감경에 찬성하여 한 단계 낮은 ‘주의’를 의결했다. 해당 의결에 대해 야권 추천 위원들은 “권력을 비판했다가 사과하면 제재 수위를 낮춰주는 프로세스가 되면 방심위는 ‘언론통제기관’이 된다”고 지적했다. MBC에는 중징계를 내린 것과는 대비된다.


왜 언론탄압에 주목해야 하는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언론 탄압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자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왜 우리는 언론탄압을 주목해야 하는가? 왜 언론탄압이 일어나고 있는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권력 감시’와 ‘견제’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제4부의 권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을 따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이루어진 정치권력을 구성하는 현대 사회에 빗대어, 언론의 정보 전달과 정부 견제 기능이 위 세 권력 집단과 비길만한 큰 힘이 있다고 하여 제4의 권력이라고 이야기한다. 헌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그런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 언론이다. 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언론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며, 여론을 만들어 사회를 바꾸는 것이 언론이다. 즉,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언론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진 3: 브이뎀 연구소가 제시한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 지수(파란 선)와 언론 탄압 지수(붉은 선)이다. ⓒV-Dem Institute>

  스웨덴의 브이뎀 연구소는 전 세계 4,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 매년 선거·자유·참여·숙의·평등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179개국 중 47위로 평가했다.9) 2019년 18위로 최상위권 국가였으나 이번 연도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주목해 볼 점은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국에 분류한 것이다.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최상위 그룹(32개국)에 속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에 포함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강압적인 조치를 하고, 성평등을 공격하면서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표현의 자유 지수와 언론 탄압 지수 또한 1988년도와 유사한 정도로 하락했다. 현재 우리 언론의 상황은 1987년 6.29 선언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막 인정된 1988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윤 정권에서 탄압받는 것은 비단 언론기구 뿐만은 아니다. 언론을 포함하여 ‘소통의 장’,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매개체가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언론을 직접 마주하는 출근길 문답과 국민청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라고 밝힌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달리, 잠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아직도 대통령과의 소통 창구는 막혀있다. 2022년 5월 11일 시작한 출근길 문답은 11월 18일,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에 대해 발언 중 기자와의 강한 충돌을 하며 중단하게 되었다. 출근길 문답이 이뤄지던 길목은 가벽으로 막혔으며, 그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 공개 질문을 받지 않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기자와의 질의응답 대신 일방향 발언만을 계속할 뿐이다. 또한 문재인 전 정부 때 만들었던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국민제안’ 홈페이지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국민제안’ 게시판은 국민 여론이 편향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정책이지만,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국민청원과 달리 실명제에 내용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론 왜곡과 매크로 방지를 위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회적 여론의 창구가 사라졌다는 의견과 실명제·비공개 운영이 국민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20만 명 이상 동의하는 질문에 답한 국민청원과 대비되게 국민제안은 정부가 유효한 질문이라고 판단하면 답변하지만,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기존의 국민청원에 비해 방문자 수와 게시글 수가 급감하여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국민제안 대신 국회를 통한 국민동의청원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언론 윤리 헌장의 서문, 가장 첫 문장인 ‘언론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시민의 신뢰는 언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를 떠올려보자. 언론이 지켜야 할 가치는 명확하다.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여러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언론은 자유와 진실을 추구하고, 정치권력을 감시하며, 정치적 이슈를 왜곡 없이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독립성을 가지고 권력이 잘 작동하는지 감시해야 하며, 부당한 압박에는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언론은 민주주의의 수호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의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입맛대로 흔들리는 언론은 절대 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언론의 핵심적 가치, 존재의 이유가 개인의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적 압박에 굴복되어서는 안 된다.




1) 정철운,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세계 언론지수 ‘추락’」,『미디어오늘』, 2024.05.03,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777

2) Tammy kim, 「THE WORRYING DEMOCRATIC EROSIONS IN SOUTH KOREA」, 『THE NEW YORKER』,  2023.09.30, https://www.newyorker.com/news/daily-comment/the-worrying-democratic-erosions-in-south-korea  

3) 박경수, 「한국인 뉴스 시신뢰도 31%...조사국 평균보다 9%포인트 낮아」, 『한겨레』, 2024.06.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145301.html

4) 2024 총선미디어감시단, 「[선거심의를 심의하다② ‘김건희 특검’에 씨도 여사도 안 붙이다니…선방심위 SBS에 ‘행정지도’]」2024.02.23., https://www.ccdm.or.kr/monitor_2024/326359 

5) 임소정,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재창조 수준 개혁”」,『 MBC NEWS』, 2024.11.13, https://imnews. 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43092_36199.htm

6) 황진미, 「“MBC 잘 들어” ‘KBS 장악’ ‘YTN 사과’…독재화의 민낯」, 『한겨레』, 2024.04.09,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135481.html  

7) 전두환 정부 당시 9시 뉴스 시작 종이 ‘땡’ 치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보도되었기에 붙은 별명. 이 경우 윤석열 정권에 옹호적인 보도 중심인 뉴스를 지칭한다.  

8) 자배한, 「5기 방심위 마지막 전체회의…류희림 연임 가능성 '솔솔'」, 『머니투데이』, 2024.07.1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71517035127115

9) 박강수, 「국제연구보고서 “한국,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 『한겨레』, 2024.03.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1316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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