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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국교지 Sep 02. 2024

어쩌면 모두의 드림, 영화 -로봇드림-

장다희

진짜 이야기의 시작은 헤어짐에서부터 

  도그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도시 뉴욕에서 혼자 살고 있다. 혼자 집에서 게임하고, 냉동 음식을 데워 먹다 환하게 빛이 나오는 옆집 창문으로 다정하게 웃고 있는 소 커플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느껴지는 외로움에 잠기던 중 텔레비전 속 광고가 흘러나온다. ‘외로우신가요?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도그는 망설임 없이 로봇을 주문한다.   

  로봇이 배달 온 이후, 도그는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둘은 센트럴파크에서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다리 밑에서 불꽃놀이도 보고, 네 컷 사진도 찍으며 함께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행복하게만 흘러갈 것 같은 이 둘의 진짜 이야기는, 사실 해수욕장에서 시작된다. 

  도그와 로봇은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모종의 이유로 로봇이 고장 나버린다. 도그는 로봇을 데리고 나가려고 애써보지만, 로봇이 너무 무거워 들 수조차 없었고, 다음날 다시 찾아온 해수욕장은 내년 6월에 연다는 메모와 함께 폐장을 알린다. 로봇과 다시 만날 수 없는 현실을 인지한 도그는 또 다시 자신의 옆자리를 채워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개미핥기, 오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 로봇 틴을 만난다. 해수욕장에 남겨진 로봇 역시 토끼, 고물상 악어, 너구리 라스칼 등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이렇듯 로봇과 도그가 떨어져 있는 꼬박 1년의 시간 동안 각자 계속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누군가가 떠나가기도 하고 자신이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마치 우리의 인생의 압축판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누군가의 오랜 친구, 연인, 가족. 다양한 형태의 관계와 사랑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진 1: 영화 <로봇드림> 스틸컷>

만남보다는 헤어짐 

  <로봇드림>을 보다 보면 언젠가부터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몇 년 전 헤어진 옛 연인,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친구, 먼저 떠나 보낸 가족. 이렇듯 모든 관계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헤어짐의 이유는 명확할 수도 있고,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로봇드림>에서 로봇이 고장나게 된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헤어짐의 이유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로봇과 도그가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헤어짐으로 인해서, 그리고 새롭게 만난 인연을 통해서, 이들은 성장한다. 도그는 로봇과의 인연을 통해서 함께하는 누군가가 주는 행복함과, 새 로봇 틴을 더 소중하게 다루는 법을 알게 되었고 해수욕장에서 로봇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게 된다. 로봇은 도그와의 경험을 통해 불꽃놀이를 함께 보던 라스칼의 손을 살포시 잡고서는 미소를 짓는다. 또한 <로봇드림>이란 제목에 알맞게, 로봇은 혼자 해수욕장에 누워 있는 동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도그를 찾아가는 꿈을 꾼다. 매번 도그를 만나고 오지 못하거나, 도그가 다른 로봇과 있는 상상을 하게 되면서 도그와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현실을 이해하게 된다.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은 ‘변화’이다. 점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도그와 자신, 자신과 도그와의 관계가 변해버릴 수 있다는 것도 로봇은 깨닫는다.  

<사진 2: 영화 <로봇드림> 스틸컷>

어쩌면 모두의 드림

  <로봇드림>의 마지막 장면은 가장 여운이 짙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자신을 구해주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준 너구리 라스칼과 지내던 로봇은 도그와 새 로봇 틴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로봇이 도그에게 달려가 껴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그 장면에서 새 로봇인 틴은 로봇이 지난 꿈에서 보았던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상상을 한 로봇은 당장 도그에게 달려가는 걸 택하기보다는, 도그와의 즐거운 추억이 담겨있는 노래인 September를 틀어 도그에게 들리도록 하는 것을 택한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각자의 자리에서 춤을 추는 로봇과 도그를 2분할로 보여주며 마치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춤을 추는 듯이, 떨어져 있지만 함께 하듯이 연출한다. 이들이 센트럴파크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춤을 추었던 그때처럼 말이다.

  도그와 재회하지 않고 라스칼과의 시간을 선택하기까지의 로봇의 마음을 우리는 안다. ‘로봇’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로봇이 성장을 통해 라스칼과의 관계, 도그와 새 로봇 틴과의 관계, 이미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과 변했을지도 모를 도그의 모습을 보았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도그가,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로봇이었을, 흘러간 모든 관계들이 떠오르며, 이유가 어찌 됐든, 과정이 어찌 됐든, 지나간 인연을 놓아주어야 할 때를 알게 된 로봇드림은 로봇만의 꿈은 아님에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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