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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았단 건 다정하다는 증거

유림

by 동국교지 Mar 05. 2025

Part 1. Evere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 말이야.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일을 겪는 에블린이 모든 일의 원흉, 다중우주의 거대한 악인 조부 투바키와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이다. 에블린이 조부와 마지막 싸움을 하려는 그 순간,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는 다정함을 보여달라고 외친다.

  다정함이란 무엇일까? 거창한 말이 아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나에게 어떠한 이득이 되지 않아도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 웨이먼드는 거대한 전투를 이 다정함으로 해결한다. 그가 혼란스러운 한가운데에서 다정함을 외치는 이유는 순진해서가 아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Part 2.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가 볼 때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인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단 하나이다. 친화력. 우리가 아는 ‘적자생존’에 따르면 뇌도 크고, 힘도 더 센 네안데르탈인이 살아남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고, 우리 인류는 서로에게 우호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공격성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증가하는 등 가축화된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인 자기 가축화를 통해 서로를 길들인 것이다. 공격성이 낮아지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협력할 수 있었다.

  자기 가축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다정함이 내집단에만 발휘된다는 점이다. 외부의 위협이 닥쳐올 때, 상대를 비인간화한다. 그럴 때의 인간은 믿을 수 없이 잔인하다. 상대를 악마화하며 잔혹한 일을 서슴지 않는다. 내 편에게는 관대하고, 남의 편은 공격하는 모습, 기준을 만들어 서로 혐오하는 모습. 더 나아가 자기중심주의에 휩싸여 타인에게 무관심한. 무정한 사회가 겹쳐 보인다.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잔인함을 제어하기 위해서, 최대한 타인과 접촉하고 교류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관용을 베풀고, 이야기를 나누고, 유대를 형성해 나가야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인식하면 된다. 허버트 미드의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 other)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인간은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규범을 배우고, 타인을 모방한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 협력할 수 있고, 개인을 정의할 수 있다. 단순히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주변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만으로도 잔인함을 억누를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타인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은 다정하다. 다정하다는 것은 표정, 말투, 속마음처럼 보이지 않는 감각까지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정하다는 것은 순진하고 멍청하다는 것이 아니라, 강하고 현명하다는 증거이다.


Part 3. 우리 모두 다정해지자

  현시대가 어지러울지 모른다. 혐오에 질식할 수도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모를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다정함으로 혐오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정함으로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다정함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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