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엄마

[연재]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07.

by 캥거루

첫 번째 엄마가 말했다.

사랑해.

불꺼진 엄마집 팔베개 너머 들었던 말.


사진 위 올라탄 가위질 소리마다

엄마의 얼굴은 남김없이 지워지고

각자가 된 우리는 산산이 흩어졌다.


두 번째 엄마가 말했다.

고마워해라 아빠에게.

덕분에 너희는 고아원에 가지 않았으니.


엄마, 엄마, 아무리 불러도

한 번도 엄마가 되어주지 않은 엄마.

아빠의 연인인 당신, 이제는 안녕.


세 번째 엄마가 말했다.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줄게.

고작 두 살 많은 나의 어린 엄마.


머나먼 이스라엘에서 산모 미역을 보내고

마지막 가시밭길에 동아줄을 내어준 고마운 엄마.

나는 언니를 잊지 않아요.


네 번째 엄마가 말했다.

무엇이 먹고 싶으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어른의 관심.


갓난쟁이 잠든 어두운 방

가만가만 은근한 텔레비전을 틀고

익숙지 않은 과일을 깎아

졸린 눈의 남의 딸 입에 넣어준다.


첫 번째 엄마는 서툴었고

두 번째 엄마는 차가웠으나

세 번째 엄마는 고마웠고

네 번째 엄마는 구원이었다.


엄마가 넷이니 다복하기도 하지.

차고 시리고 따뜻하고 뜨거운 엄마의 말에

울다가 웃다가 잠들고 깨어나니

어느새 품 안에 나의 말에 울고 웃는

내가 아닌 내가 자라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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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포포매거진>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pausing by popopo(포, 포포포)'에 게재된 글을 한 번 더 퇴고하고 서툰 그림을 더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면 좋겠습니다. 이번 그림은 서명을 넣으니 어색해서 빼고 올렸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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