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테릭스의 탄생도 여느 브랜드와 비슷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다가 '더 좋은 장비가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태어난 결과였죠. 데이브 라는 클라이머는 클라이밍을 할 때 하네스 라는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데이브 마음에 드는 하네스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데이브는 하네스를 만들기 위해 'rock solid'라는 브랜드를 만듭니다. 여기에 등산이 취미인 친구가 합류하여 더욱 혁신적인 장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연구하였습니다. 하지만 rock solid 라는 이름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 다른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지상에서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다녔던 혁신과도 같은 존재 '시조새'였습니다. 시조새의 학명 즉, 생물종을 분류하는 이름이 'Archaeopteryx' 아키오프테릭스였습니다. 그리고 이걸 줄여 아크테릭스가 탄생한 것입니다.
아크테릭스의 혁신은 남달랐습니다. 1992년 처음으로 베이퍼 하네스를 만듭니다. 지금의 아크테릭스를 있게 한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벨트와 다리의 두께, 너비를 다르게 디자인하여 클라이밍 시 등반 동작은 더 자유로웠습니다. 또한 추락 시, 충격을 고르게 분산하여 부상 위험도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크테릭스의 베이퍼 하네스는 업계 표준이 되었습니다.
1994년 출시된 보라백팩도 있습니다. 실제 등산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은 알 것입니다. 등산할 때 배낭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나도 큽니다. 하지만 비상상황 및 간식 거리, 물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배낭은 필수입니다. 무거운 배낭을 효율적으로 매는 것이 등산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크테릭스의 보라백팩은 움직임에 따라 신체에 맞춰주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1995년 부터는 의류를 디자인 합니다. 정말 좋은 기능을 가진 의류를 디자인 하기 위해 결심하던 중 최첨단 방수 소재를 만드는 회사인 '고어'를 알게 됩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아는 그 고어 텍스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이죠. 당시 고어는 의류와는 상관 없는 우주복, 망원경을 위한 소재를 만들었습니다. 고어텍스의 기능은 놀라웠습니다. 방수 뿐만이 아니라 몸에서 생성된 습기를 내보내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등산을 하다보면 산이 추워서 옷을 껴입고 가지만, 계속 걷다보면 땀이 장난 아니게 나옵니다. 이것을 잘 배출하는 것이 등산복의 레벨을 가릅니다. 아크테릭스는 이러한 혁신적인 소재를 찾았습니다. 이제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고민이 생깁니다. 외투에는 반드시 지퍼가 있습니다. 소재는 방수여도 지퍼를 통해서 물이 들어온다면 그 옷은 방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퍼 부분만 길쭉하게 젖게 될 것입니다. 아크테릭스는 이때 지퍼회사인 YKK와 연구합니다. 무게를 높이는 덮개 방식 대신 지퍼를 방수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지퍼를 코팅하는 형태였습니다. 이제, 소재도 찾았고 지퍼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아크테릭스는 또 고민했습니다. 옷의 박음질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통해서도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이프를 고안했습니다. 이중으로 봉제를 하여 더 튼튼하게 만들고 테이프를 더 적은 넓이로 붙여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테이프를 두껍게 붙이면 통풍도 어렵고 옷을 뻣뻣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1997년 아크테릭스의 알파SV자켓이 탄생합니다. 97년도 이후로 계속해서 꾸준히 단점이 보완되어 발매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 것입니다. 등산복에는 소프트쉘과 하드쉘이 있습니다. 쉘의 뜻은 껍데기입니다. 말 그대로 부드러운 껍데기와 딱딱한 껍데기를 말합니다. 여기서 껍데기는 몸을 보호하는 옷을 말합니다. 즉, 부드러운 옷이냐 딱딱한 옷이냐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제품들은 등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기 위해 하드쉘만 만들어냈습니다. 산에서 발생하는 궂은 날씨를 이겨내는 옷들이었죠. 아크테릭스는 반대의 상황도 고려했습니다. 매번 산에서 궂은 날씨를 겪지 않습니다. 생각 외로 평온한 날들도 많죠. 아크테릭스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습니다. 보호는 덜 하되, 좀 더 활동적이고 편한 옷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하드쉘 만큼의 방수 기능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되면서, 더 가볍고 통기성, 신축성, 보온성이 적당하게 들어간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스키나 보드를 위한 옷도 개발했습니다. 근데 특이한 점은 지퍼가 살짝 곡선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스키나 보드는 바람이 많이 불어 후드를 꼭 쓰고 타게 됩니다. 이때 지퍼가 직선으로 있으면 턱에 상처를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크테릭스는 지퍼를 곡선으로 만들어서 이를 방지했습니다.
나아가서 2003년 아크테릭스는 '리프' 라인을 만듭니다. 더욱 특수한 상황인 군인과 경찰을 위한 것이었죠. 이전에 개발했던 보라 백팩을 만든 것이 큰 도움이 되어 군인을 위한 가방을 많이 납품했고 그 경험이 토대가 되어 군납용 의류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아웃도어에만 관심을 갖지 않고 기능성 의류가 필요한 모든 곳에 뛰어 들어 그렇게 혁신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가 그래왔듯이 모든 스포츠 관련 브랜드는 원래 엘리트 체육인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다 스타 마케팅을 통해서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을 개척합니다. 아크테릭스는 스타 마케팅 대신 엄청난 기능으로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이런 저런 기능이 옷에 있고 그게 업계 최고라면 평범한 사람이어도, 아웃도어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었죠.
점점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스케이트 보더들이 서서히 아크테릭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때쯤 아크테릭스는 캐주얼 의류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탄생한 것이 '아크테릭스 베일런스' 라인 입니다. 리프 라인과 더불어 인기가 많은 제품군이었습니다. 특정 상황을 위한 것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의류였습니다. 물론 아크테릭스가 기존에 갖고 있던 기능성은 당연하게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크테릭스의 옷은 정말 비쌉니다. 가장 기본적인 바람막이는 40-50만원대부터 시작합니다. 패딩은 상상도 할 수 없죠. 하지만 최고의 소재를 찾아 연구하고 지퍼 하나하나에도 아크테릭스의 철학을 담습니다. 보통 보호성이 올라가면 옷이 무거워집니다. 당연하게도 보호가 잘 되려면 소재가 탄탄해야 하는데 탄탄하다는 것은 두껍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아크테릭스는 다릅니다. 탄탄하면서도 가볍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아크테릭스가 고민하고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또한 아크테릭스의 공장은 중국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상식에 공장은 당연히 중국이나 동남아라고 생각합니다. 값싼 인건비 때문이죠. 하지만 아크테릭스의 공장은 캐나다에 있습니다.(물론 지금 아크테릭스의 공장은 중국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사와 공장이 가깝게 있어서 공정 중에 발견되는 피드백 수용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제품의 가격도 올라가겠죠.
아크테릭스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회사 근처에 산이 있어서 옷을 출시하기 위해 운동선수나 산악인이 먼저 입어보며 그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그렇게 피드백을 반영하고 다시 테스트 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문제가 없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아크테릭스는 적당히가 없습니다. 이러한 아크테릭스의 노력에 우리는 높은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크테릭스의 본고장은 캐나다입니다. 아크테릭스는 2002년 아디다스 소유의 살로몬 그룹에 인수가 됩니다. 그리고 2005년에 에이머 스포츠가 살로몬 그룹을 아디다스에게서 인수합니다. 그러다 2019년 안타 스포츠가 에이머 스포츠를 인수합니다. 이중 가장 작은 회사였던 아크테릭스는 의도치 않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게 됩니다. 여기서 안타 스포츠가 중국의 회사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아크테릭스는 이제 중국꺼다 라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 내부 사정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중국 회사의 소유에 있으니 중국의 압력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중국회사가 소유했다고 하여 기존에 아크테릭스의 공정 라인이 모두 중국으로 넘어간 것은 아닙니다. 2019년 이전부터 이미 중국에서 생산되는 라인도 많았기 때문이죠.
아크테릭스의 철학은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적인 스마트폰은 이제 컴퓨터를 대신합니다. 혁신적인 차는 이제 자율주행을 합니다. 혁신적인 어플은 우리의 삶을 더 편하게 해주었죠. 그렇다면 혁신적인 옷은 있나요? 디자인은 발전해왔지만 의복의 기능은 어떤가요? 양쪽에 주머니 2개 달렸고 뒷주머니가 간혹 있거나 없는 청바지가 계속 생산됩니다. 티셔츠는 여전히 1년이 지나면 잠옷이 되어 버립니다. 의복의 기능은 여전히 큰 혁신과 발전없이 현상 유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이러한 현상에 의문점을 제시했습니다. 의복도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크테릭스 구매를 꺼려하는 이유는 바로 '가격'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너무 비쌉니다. 아크테릭스와 같은 행보를 이어갔던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그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크테릭스가 낸 가격이 처음이어서 우리가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요? 그 기능을 조금이라도 체험해보고 느껴본다면 그러한 생각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퍼거슨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당시, 호날두의 몸값이 1,000억대인 것에 욕하던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때 호날두를 1,000억에 판 것을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자 스타 선수들은 이미 몸값이 1,500억, 2,000억 이상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아크테릭스의 현재는 호날두의 몸값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