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패션 의류 기업 폴로 랄프 로렌의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창업자 랄프 로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여든이 넘어가고 있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는 1939년에 미국에서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생계형 화가였습니다. 그래서 집안이 그리 유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랄프 로렌은 어려서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들은 돈이 있다면 값싼 옷 여러 개를 사시나요? 아니면 비싸고 품질 좋은 옷 하나를 사시나요? 각자 취향이 있겠지만 랄프 로렌은 가난한 환경에서도 비싸고 품질 좋은 옷 하나를 위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랄프 로렌은 가난했지만 부자처럼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카키색(카키는 원래 올리브색이 아닙니다. 베이지랑 비슷합니다.) 면바지에 재킷을 걸쳤습니다. 지금도 유명한 미국의 전형적인 부자룩 프레피 스타일이었죠. 랄프 로렌의 패션 사랑은 남성복에서 일하면서 더 키워졌습니다.
랄프 로렌의 원래 이름은 랄프 리프쉬츠였습니다. 형인 제리 로렌이 같이 성을 바꾸자고 했었습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미국 스타일의 성으로 바꾸고자 했던 것이었죠. 패션 사업에 대한 랄프 로렌의 꿈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성공한 사업가의 조건은 뭐가 있을까요? 자퇴입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업가는 자퇴를 했었죠. 랄프 로렌도 같습니다. 원래는 경영학을 전공했었고 2년 만에 자퇴합니다. 랄프 로렌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곧 사회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했다는 것은 곧 성실함을 단련한 사람이란 것이고, 그게 일로 이어졌을 때도 그 성실함이 뒷받침될 것입니다. 하지만 랄프 로렌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일단 '먼저 사회에 뛰어들자' 하고 말이죠. 그래서 브룩스 브라더스에 취업합니다. 이런저런 브랜드를 옮겨 다니면서 영업도 하고 교환, 환불, 고객 응대와 같은 CS도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사람들과 만나며 사람들의 취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랄프 로렌은 대중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하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랄프 로렌의 오랜 꿈이었던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넥타이 회사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하던 랄프 로렌은 그동안 알게 된 대중의 취향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겠다고 나서지만 거절당합니다. 그리고 다른 넥타이 회사로 이직하여 회사에 '자신만의 넥타이 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모든 별도의 라인은 이름을 갖습니다. 피어 오브 갓의 세컨드 라인은 FOG, ESSENTIALS 가 그랬듯이요. 그리고 랄프 로렌의 넥타이 라인의 이름이 '폴로'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체적인 넥타이 디자인은 얇고 색도 어두웠으며, 무늬도 거의 없었습니다. 깔끔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랄프 로렌은 그 점을 노렸습니다. 깔끔하게 끝난 넥타이를 반전시켜 더 화려한 색의, 화려한 무늬의 넥타이를 만듭니다. 역시나 첫 반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기존에 잘 자리 잡은 것을 정반대 되는 특징으로 뚫기가 참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이 굉장히 밝았고 사람들이 이제 풍요 속에서 자신들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랄프 로렌의 화려한 넥타이가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첫 해부터 랄프 로렌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랄프 로렌은 생각했습니다. '나만의 라인이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럼 이제 나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하겠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회사를 만듭니다. 랄프 로렌은 형과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차립니다.
앞서 말했던 대로 랄프 로렌은 유복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상류층의 스타일을 꿈꿔왔었죠. 꿈꿔온 상류층의 스타일을 만들었고, 실제로 상류층의 자제들이 랄프 로렌의 옷을 입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만든 회사의 브랜드가 여러 백화점에서 매장을 갖기 시작합니다.
1971년에는 남성복에서 영향을 받은 여성용 셔츠를 디자인했습니다. 그다음 해인 1972년에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폴로 카라 티셔츠를 만듭니다. 그 이후로 영화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을 내놓고 여러 컬렉션들이 성공을 하면서 폴로 랄프 로렌은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1980년대에 패션의 성지인 유럽에 미국 디자이너가 매장을 오픈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니 무려 지금도 패션 하면 떠오르는 곳은 유럽입니다. 이러한 유럽에 과감히 미국 디자이너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죠. 랄프 로렌은 옷만 만들지 않았습니다. 여러 액세서리, 식기, 인테리어를 위한 제품까지 만듭니다. 그렇게 부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고 1997년 뉴욕 증시에 상장도 했습니다.
계속된 히트에 힘입은 폴로 랄프 로렌은 미국을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를 넘어서 미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브랜드가 됩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위기를 겪습니다. 폴로 랄프 로렌의 위치가 애매하게 된 것이었죠. 폴로 랄프 로렌의 상위로는 명품 브랜드가 있었고 그 하위로는 패스트 패션인 SPA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명품을 찾는 이유는 비싸지만 고급지고 그 돈을 내고 살만한 매력이 있어서입니다. SPA 브랜드를 찾는 이유는 품질이 조금 안 좋고, 유행을 타지만 저렴해서입니다. 그렇다면 폴로 랄프 로렌은요?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지만 그럴 바엔 명품을 살 것입니다. 명품에 비해 저렴하게 사자니 또 가격대가 애매해서 SPA 브랜드를 찾죠. 시장의 애매한 위치에 끼인 랄프 로렌은 이때 처음으로 위기를 겪습니다. 잠깐의 스쳐가는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창업자 랄프 로렌은 CEO 자리를 물러나고 매장과 직원 모두 다 줄였습니다.
그렇게 웅크리고 버티던 랄프 로렌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뉴트로'의 열풍이었습니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옷을 내놓던 폴로 랄프 로렌을 사람들이 찾기 시작합니다. 옛날의 그 맛, 그 향수를 사람들이 찾게 된 것이었죠. 결국 폴로 랄프 로렌은 그 위기를 뉴트로와 함께 이겨냅니다.
저도 잠깐 SPA브랜드만 찾던 기억이 있습니다. 뭔가 폴로 랄프 로렌의 옷이 유니클로의 카라티에 대체될 수 있을 거 같았고, 품질도 비슷하다고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폴로가 그리웠습니다. 그 야무진 말 한 마리, 요망한 곰돌이가 옷에 없으니 허전했습니다. 저는 유행과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게 나타나고 과거의 것이 사라지는 와중에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한편에 꼭 존재하는 클래식함을 우리는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만 소비하다 보면 어느샌가 그 클래식한 것이 멋있어 보일 때가 찾아옵니다.
랄프 로렌의 옷은 그렇습니다. 클래식하지만 올드하지 않고, 빈티지한 느낌이 있지만 있어 보이고, 깔끔하지만 스포티하고, 일상복 같지만 꾸민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 느낌을 낼 수 있는 브랜드가 앞으로도 있을까요??